K-POP 콘서트 제작자가 본 나훈아 콘서트, 3부 인생
이 글은 앞의 리뷰로부터 이어지는 글이다.
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을 밝힌다.
1부 고향, 2부 사랑에 이어지는 나훈아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의 마지막 3부, 인생이다.
-Special stage_국악
2부의 첫 무대가 워낙 충격적이었기에 이번엔 어떤 무대가 나올 수 있을까 기대를 많이 했는데 3부의 무대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무대가 나왔다. 국악 퍼포먼스, 어떤 무대가 진행될지 그림이 딱 그려지는 무대였다. 어두운 무대 양 옆으로 큰 북을 치는 사람들이 있고 가운데에 상의를 벗은 퍼포머가 LED에 그려진 북을 치는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북소리와 그려진 가상의 북, 퍼포머의 드럼 치는 것처럼 보이는 퍼포먼스가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괜찮았다.
뒤이어 들어오는 7고무, 그리고 병풍처럼 펼쳐지는 동양화 풍의 뒷배경. 모두가 예상 가능한 느낌의 K-CULTURE코드의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여기서 노래가 시작된다면 우리의 대한민국 어게인이 아니다. 카메라가 돌아 객석을 비추면 저 멀리서 황금색 용이 무대를 향해 날아온다.(비슷한 연출을 NCT127이 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용을 따라 카메라가 회전하면서 다시 무대를 비추면 무대에는 줄광대 남창동 선생과 광개토 사물놀이 예술단, 조선아 가야금 연주자와 함께 한층 더 고조된 형태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뒷배경엔 5방색 긴 천이 휘날리는 듯 한 비주얼이 펼쳐지고 음악이 절정에 다다르면 우리의 카메라는 용을 따라 다시 한번 카메라를 객석으로 돌리고, 공연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비춘다. 다시 무대를 비추면 그때, 20여 개의 큰 북을 치는 퍼포머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음악이 타악기 위주로 바뀌면 큰 LED 화면에 북채를 잡은 나훈아의 실루엣이 등장한다. 무대에 있는 20여 명의 퍼포머들을 지휘하듯 열심히 북을 치는 나훈아. 흰 한복을 입었는데 약간 시스루 느낌의 한복을 입었다. 북소리에 맞추어서 물이 튀는 효과와 함께 음악이 고조되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로 시작하는 별달거리 사설을 '코로나가 별거더냐 대한민국 어게인! '이라는 외침으로 끝내며 인트로 퍼포먼스가 끝이 난다.(뒷배경엔 태극기가 펄럭~!) 자꾸 기시감이 드는 무대라 어떤 무대가 비슷했을까 생각해보았다.
요즘 감성과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은 다르지만 어떤 점이 비슷한지, 차이가 있는지 보면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SONG #21(신곡) 딱 한번 인생
2부와는 달리 3부에는 인트로 퍼포먼스의 컨셉을 초반 무대에 그대로 이어가기로 한 듯했다. 전통적인 컨셉의 무대를 한 번만 쓰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있었을 테니까. 인트로에서 대금, 소금, 가야금, 장구, 꽹과리의 단출한 소규모 전통악기 세션으로 무대를 시작한다. 대금의 신비로운 소리와 함께 무대 위로 여성 부채춤 무용단이 등장하고 뒤이어 반대쪽에서 은색 반짝이 한복을 입은 나훈아가 등장해 부채를 하나 받는다.
부채춤과 함께 이어지는 무대 중에 2절쯤 되니 도령(?) 느낌의 의상을 입은 남성 부채춤 댄서가 등장한다. 더 풍성해진 부채춤 퍼포먼스의 끝에 한 여성 댄서가 나훈아에게 다가가면 나훈아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노래가 끝이 난다.
이런 코드의 무대들이 몇 개 있었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에필로그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언급하겠다.
-SONG #22(신곡) 테스 형!
아마도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화제가 된 무대가 아니었을까. 물론 무대가 충격적이라서도 있겠지만 노래 자체가 가지는 파격적인 시도(?), 2400년 전 사람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경상도 남자의 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분명히 전의 노래가 사뿐사뿐 부채춤 노래였는데, 테스형 무대는 찢어질듯한 일렉기타 소리로 인트로를 시작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AR그래픽의 소크라테스 동상과 그리스(?)신전 느낌의 기둥 비주얼. 그 가운데 파란 한복과 부채를 들고 있는 나훈아.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충격적인 나머지 이상한 것인지 좋은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생각을 했다.
넋을 놓고 보다 보니 노래도 괜찮다. 우리 삶에 있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할 큰 질문들은 나훈아의 나이가 되어도 완전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든 노래가 아닐까 한다. 노래를 들어보면 어느 순간 일상 속에서 테스 형! 하고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TMI 테스 형 무대에서 기타를 쳤던 송지아 님은 한때 인터넷에 떠돌던 30살 원남쓰 짤의 본인이라고 한다.
-SONG #23 공
노래가 끝나자 겉 옷을 벗는 훈아 형, 속에는 흰 한복을 입고 있다. 기지개를 켜듯 두 팔을 쭉 뻗고 내지르는 사자후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다시 한국적 코드를 가져와 뒷 배경에는 흰색 천이 나부끼기도 하고 동양적인 브러시 패턴의 비주얼이 펼쳐진다.
-MENT3
이번엔 비교적 토크 타이밍이 빨랐다. 20곡을 넘게 불렀는데, 이제 조금 쉬어갈 만도 하지. 이번엔 3부의 테마 인생에 맞게 나훈아의 인생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평가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잠깐 보고 넘어가자.
"하여튼 마, 가자!" 외침과 함께 다시 무대가 시작된다.
-SONG #24 청춘을 돌려다오
무대가 시작되니 우리의 훈아 형 또 옷을 벗는다. 한복을 벗으니 흰 러닝셔츠와 검은색 찢어진 청바지가 나온다. 아주 좋은 몸은 아니지만 다부진 체격 때문인지 잘 어울리는 의상이었다.
무대에 대한 어떤 평가보다도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진짜 청춘을 돌려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MENT4
조금 부끄러웠나? 노래가 끝나자마자 바로 상의를 입는 나훈아. 짧게 이야기를 한다. 요즘 남자들 기죽어 살지 말라고 응원하는 의미로 부르는 노래로 연결.
-SONG #25 남자의 인생
보여줄 건 좀 다 보여줘서일까. 뒷배경에도 모자이크형 관람객 영상을 쓰고 계속해서 시청하는 사람 중에 남자들의 얼굴을 비춰주는 형태로 진행했다.
-SONG #26,27 번지 없는 주막, 고장 난 벽시계
가요무대 스타일의 달리는 무대. 이쯤 오면 이까지 온 것이 대단한 것 같다.
-SONG #28 자네(8자는 뒤집어도 8자)
잠깐 멈추고 관객 조련하는 나훈아, "오늘 밤새도록 합니까?"
탬버린 소품과 함께 노래하는 나훈아
-MENT5
이번 공연의 마지막 토크, 아마 뉴스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일반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우습다. 정말 오해할 만한지 토크 전문을 텍스트로 옮겨본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힘듭니다. 우리는 많이 지쳐 있습니다.
저는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또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뭐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IMF 때도 이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가지고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제일 1등 국민입니다.
이후 코로나 관련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감사인사를 하며 토크를 끝낸다. 이어지는 마지막 무대. 우리의 훈아 형은 또 옷을 벗는다. 상의를 모두 벗고 다시 준비된 옷을 입는 나훈아. 셔츠에 우비(?), 바람막이(?) 같은 옷을 입는데 출연진도 입는 것을 보니 아마 단체복으로 제작한 듯하다. 아이돌 콘서트라면 굿즈를 입을 타이밍인데, 서치 해봐도 판매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
-SONG #29 사내
메탈 밴드 메써드(METHOD)와 함께 강렬하게 시작했던 무대. 이 무대도 반응이 뜨거웠다. AR로 화산 이미지를 만들었고, 인트로에서 샤우팅 하는 밴드 사운드와 레이저가 어우러지는 것도 괜찮았다. 마지막 곡답게 총 3개의 합창단이 등장해서 나훈아의 뒤를 채웠다.
무대 연출보다도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엔딩씬인데 AR로 화산이 폭발할 때 바이러스(아마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보이는 비주얼들이 폭발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정말 빠꾸(?) 없는 직설적 연출 방식이다.
노래 마지막에 나훈아가 사자후를 외치며 올라가 있던 무대 리프트에서 뛰어내린다. 엔딩 비디오로 연결.
(2) 엔딩 비디오
무대에서 뛰어내렸더니 그곳은 바다. 나훈아는 물속 깊은 곳을 헤엄쳐 들어간다. 바다 깊은 곳 숨겨져(?) 있던 용왕님의 구슬처럼 보이는(아마도 국민의 희망을 상징화 한) 원형 오브제를 가지고 물 밖으로 나오는 나훈아, 화면이 수면 밖으로 바뀌며 수면 위엔 태극기가, 하늘에는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문구가 써지며 콘서트가 끝이 난다.
영상의 퀄리티를 떠나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물속에서의 장면을 CG가 아닌 수중촬영을 통해서 제작했는데 아마도 대역을 쓰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또 한 번 놀랐다. 대역이 아니라면 정말 나훈아는 진심으로 이 공연에 임한 사람이고(아니라고 해도 진심임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조금 더 강조!!) 아니라고 하면 스턴트맨이 정말 비슷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3) 총평
1부와 2부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보여줘서 더 보여줄 게 있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무대들이었다. 3부 내에서도 완급조절이 필요한 만큼 쉽게 넘어간 무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무대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의 사내 무대와 엔딩 비디오는 충격적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제 거의 다 왔다. 1부부터 3부까지 계속 달려왔으니 이제 에필로그만 남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정리하는 것일 지 생각해보고 빨리 나훈아 콘서트 리뷰를 마무리 해야겠다. 재료가 소진되면 이 글을 봐줄 사람이 없다.
이어지는 나훈아 콘서트 최종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