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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팝 꿈나무 Oct 09.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 후기 Epilogue

K-POP 콘서트 제작자가 본 나훈아 콘서트,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이 글은 앞의 리뷰로부터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되어 있음을 밝힌다.


9월 30일 날 방영된 대한민국 어게인을 앞의 세 개의 글에서 한 부 한 부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나훈아 콘서트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며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1) 들어가며

여러 기록을 남긴 공연이다. 좀처럼 방송에 등장하지 않은 나훈아였기에 그의 등장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라이브 공연은 1,000명에게만 공개하며 이슈몰이를 이어갔고 방영 날짜 역시 추석이라는 연휴와 맞아떨어지며 요즘 보기 힘든 시청률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공식 시청률 : 닐슨코리아 기준 29%)


본 공연은 어쩌면 나훈아의 가수 인생에 있어, KBS라는 대형 방송사에 있어서도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형태의 콘텐츠이고 누구도 명확한 공식이나 표준 형식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나훈아 콘서트를 관람했던 사람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싶다. 


대한민국 어게인은 1,600석 규모의 KBS홀에서 진행되었는데 최근에 진행된 나훈아 콘서트는 1만 명 이상을 채울 수 있는 KSPO DOME(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언론에 공개한 것처럼 정말 8개월 내내 전 스탭이 제작에 동원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여러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앞으로 이어질 리뷰는 좋았던 점은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아쉬웠던 점은 제작자의 시선에서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2) 좋았던 점 세 가지


1) 나훈아

콘서트는 가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연출, 어떤 무대도 가수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가끔은 이런 이야기가 커다란 벽으로 다가올 때가 있지만 이번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있지만 70살이 넘는 나이에도 30곡가량의 2시간 반 넘는 무대를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그를 정말 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본업인 노래도 잘하지만 포인트마다 보여주는 그의 익살스러운 시그니쳐 표정,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 위트와 여유를 보니 왜 그가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열성 팬을 거느리고 있는지 알만했다. 아마 많은 덕후들이 '요즘 아이돌은 보고 배워라'라고 이야기 한 부분들은 모두 그의 적극성에서 나왔으리라. 콘서트를 준비하는데 어떤 스탭이, 어떤 연출가가 나훈아에게 옷을 여러 번 갈아입어라, 이런 노래는 이렇게 해라, 노래를 30곡 하자 이야기할 수 있었겠는가. 그의 적극적인 연출 의지가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무대가 많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이번 콘서트에는 정말 많은 출연진이 등장했다.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진 단독 연주자도 있었고, 단체로 등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놀랐던 것은 그렇게 다양한 출연진이 나올 때마다 노래가 끝날 때, 나훈아가 그 출연진을 향해 팔을 뻗어준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한 제스처일 수도 있으나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많은 무대에서 연주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는 사실에 그의 겸손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난 뒤 하림, 군조, 진보라에게 팔을 뻗어주는 나훈아. 편집되었지만 다른 무대에서도 비슷한 제스처를 하지 않았을까. 

후루룩 넘어가는 일반 방송의 크레딧과는 다르게 엔딩 크레딧에서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 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2) 새로운 시도

온라인 콘서트는 이제 더 이상 전에 없던 새로운 콘텐츠가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만 해도(K-POP 중심이기는 하나) 30개 이상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온라인 콘서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얼마나 이전과 다르냐 하는 점이다. 이 점에 있어 대한민국 어게인은 몇 가지 시도를 했다. 


a) 무대 디자인 

 지금까지의 국내 온라인 콘서트의 경우 LED 중심의 무대 디자인이 많았다. 이런 형태가 AR그래픽을 구현하기에 좋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나훈아의 경우도 많은 LED 타일이 무대 디자인에 사용되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형태로 사용했다. 

왼쪽부터 나훈아 콘서트, CJ의 KCON:TACT 2020, SM의 BEYOND LIVE

LED타일의 범위를 부대 바닥까지가 아니라 극장 전체, 객석 부분까지 활용하면서 단순히 AR을 사용하는데 편의성을 둔 것이 아니라 기존 공연장보다 작은 극장 공간에서 공연하는 약점을 보완하고, 어차피 비어있을 객석을 LED로 채우면서 전에 없던 형태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효율성만 보았을 때는 '어차피 AR로 날리면 보이지도 않을 규모감'이지만 그래도 AR로만 활용하는 것과, 저 객석의 LED를 화면에 담아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b) 규모감을 보여줄 수 있는 세트 제작

온라인 콘서트가 과연 공연 콘텐츠인가? 영상 콘텐츠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어게인은 '온라인 콘서트는 여전히 그래도 콘서트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VCR로 대체하거나 그래픽으로 제작할 수도 있었을 오프닝의 배 세트, 노래 '고향역'에서 AR그래픽으로 기차를 제작해놓고도 실제 기차 세트를 사용한 점에서 그렇다. 현장에서 보아야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공연의 요소들도 기꺼이 활용하는 것은 나름의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실시간 시청자들의 시청 공간에 양질의 카메라를 배치해서 전국에서, 전 세계에서 이 콘텐츠를 함께 보고 있다는 느낌을 준 점, 중간중간 이들의 리액션을 편집을 통해 예능적으로 활용했던 점, 김동건을 사회자로 활용해서 나훈아의 토크 공백을 채워준 점이 좋았다.


3) 다채로운 볼거리

온라인 콘서트는 어쨌든 영상으로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콘서트를 보는 것과 달리 지루함을 느끼기가 쉽다. 그것을 막고 싶어서였을까. 대한민국 어게인은 쉴 새 없이 많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완급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곡마다 꼭 무엇인가를 넣었다. 소품, 출연진, 퍼포먼스 등을 넣어서 매 무대가 스페셜 스테이지처럼 느껴졌는데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반전을 주거나 편집을 통한 무대 전환을 이루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합창단, 댄서, 세션 등을 위해서도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나훈아만 옷을 많이 갈아입어서는 공연이 풍성해지기가 어렵다. 나훈아를 제외한 출연진들도 정말 많은 의상을 갈아입었을 것이다. 단순한 옷 몇 별로 돌려 입었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무대의 느낌과 음악의 스타일을 더 잘 살릴 수 있었다.


나훈아가 노게런티로 출연했는데도, 앞뒤로 많은 광고가 붙었어도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한 데는 수많은 시도와 아낌없는 투자라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2) 아쉬웠던 점 세 가지

a) 하나의 무대, 단순한 3부 구성의 연결고리

대한민국 어게인은 약 30개의 곡을 정말 많은 형태의 씬으로 진행했다. 충분히 다양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방송이라는 장점, 후반 작업이 여유가 있다는 장점을 무대 위에서만이 아니라 서브 스테이지에서도 살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KBS 홀의 무대 디자인 형태가 서브 스테이지 제작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KBS 내의 다른 스튜디오에서 조금 더 단출한 무대나, 색다른 공간을 컨셉으로 한 무대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1부와 2부, 2부와 3부의 연결고리의 부재도 아쉬웠다. 나훈아 노래를 고향, 사랑, 인생 세 가지 키워드로 분류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기승전결을 두고 공연을 진행한 점은 좋았다. 하지만 그 분위기를 조금 더 잘 살리려고 했다면 1부, 2부, 3부 사이에 그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어땠을까 한다. 1부의 시작은 그것이 오프닝과 연결된 형태로 진행이 되었는데 나머지 2부와 3부는 큰 타이틀 화면으로 연결되었다.


 제작환경을 잘 알 수 없어 쉽게 말하는 측면이 있지만 키워드와 나훈아를 연결하거나, 시청자 혹은 우리네 보통사람들을 소재로 한 VCR을 제작했다면 더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되었을 것이다. 추석이라는 시청환경을 고려했을 때 잠깐의 쉬어가는 시간은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가족끼리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b) 이제는 좀 지양해야 할 여성 보조출연자의 활용방식

나훈아가 옷을 갈아입을 때 옷을 갈아입혀주는 보조출연자가 여성인 점 (단순히 여성임이 문제가 아니라 의상이나 맥락이 주는 불편함), 부채춤 댄서와의 엔딩 연출과 같은 방식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니었을까. 


멘트 중 유관순 누나와 안중근 의사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조금 더 다듬어 볼 수 있는 여지는 없었을까. 물론 나훈아가 출연 조건으로 본인의 진행에 편집은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사실은 알 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어드바이스를 줄 수는 없었을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와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아 보인다. 주 시청층인 기성세대가 보기에 문제가 없을지는 모르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요즘 남자 아이돌 그룹의 콘텐츠에서는 흔히 말해 여성댄서를 병풍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가장 보수적인(?) 방송인 KBS이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을까. 구성원 중 문제 소지가 될 수 있음을 느낀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c) KBS 답지 않은 후반 작업

후반 작업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차피 라이브가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데 공연 초반 비디오와 오디오 싱크가 어긋나는 장면들이 있었고 나훈아가 기타를 치는 노래들에서도 나훈아의 실수나 기타 연주를 편집이 잘 보조해주지 못하는 장면들이 보였다. 실제 녹화와 방영의 시간차를 고려했을 때 완성도가 아쉽다.


(3) 궁금한 점

- 어쩔 수 없이 옛날 사람, 올드한 가수의 올드한 음악을 무대로 올리다 보니 전체적인 연출도 올드한 느낌(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요즘 공연 같지가 않다.)이 많았다.  AR 그래픽의 활용 역시 기존의 언택트 공연에 비해 약간은 조악한 느낌이 있었는데 단순히 예산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퀄리티를 낮추었을까? 찾아보니 제작사는 SM의 BEYOND LIVE에도 똑같이 AR 그래픽으로 참여한 회사였다. 정말 요즘 스타일로 연출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안 어울리는 옷을 입힌 느낌일까?


-올드한 스타일의 연출이 약점이었까?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결국 콘서트의 메인 소재인 음악으로 결론이 귀결된다. 음악 자체가 그때 그 느낌이라면 연출도 그 느낌대로 나와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렵다. 어쨌든 누군가 치열하게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것이 결과물로 나왔고, 나처럼 올드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지인이 공연에 참여했다면 비하인드를 꼭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올드한 연출이라면 젊은 세대에게도 소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것이 웃겨서? 밈(MEME)화 하기가 좋아서일까? 나훈아라는 박물관에 있던 사람이 살아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과거의 감성 그대로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존재가 웃기고 재미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가수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서가 아니었을까 예상해본다.


-설날에도 비슷한 기획을 할까, 그럼 누가 하게 될까, 남진? 조용필?  과연 다시 한번 이슈몰이를 할 수 있을까?


(4) 마치며

코로나의 시대, 2020년의 한 복판, 66년에 데뷔한 한 노가수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다. 어쩌면 쭉 전성기이던 것이 그냥 조금 더 외부로 드러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대며 연출을 다 떠나서 나훈아 세대인 사람들과 나훈아 세대가 아닌 사람들 모두에게 나훈아는 참 매력적인 가수임을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콘서트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온라인 콘서트들이 기대가 된다. 어떤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을까.




글쓴이의 쓰면서 드는 생각.

콘서트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한 공연에 대해 세세한 이야기를 글로 남겨본적이 있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재미있는 리뷰가 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첫번째 리뷰를 마친것에 의미를 두고 다음 글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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