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출렁이는 주식 시장

꿈꾸는 미래와 투자자의 현실

by 안녕 콩코드


양자컴퓨터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소품이 아니다.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자신의 저서에서 양자컴퓨터를 “기존의 모든 정보 처리 패러다임을 전복시킬 도구”로 정의한다. 원자의 운동과 전자의 얽힘을 제어하여 연산을 수행하는 이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오늘날의 슈퍼컴퓨터로 수천 년이 걸릴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처럼 장밋빛 미래가 또렷해질수록, 시장의 기대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 2019년, 구글이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선언하자 전 세계는 양자컴퓨팅이 마침내 현실의 문턱을 넘었다고 믿었다. 곧이어 IBM, 인텔, 하니웰, 그리고 스타트업인 IonQ와 Rigetti까지 앞다투어 “양자의 시대”를 외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중 다수는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와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상장했고, 한동안 그들의 주가는 마치 양자 중첩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며 요동쳤다.


그러나 그 거대한 기대는 곧 냉정한 현실과 마주쳤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NISQ(노이즈가 많은 중간 규모 양자 시스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에러율은 높고, 큐비트 수는 제한적이며, 상용화된 활용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결정적으로,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은 아직 없다. 기술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쓰임은 여전히 미래에 머물러 있다.


이 간극은 투자 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IonQ의 주가는 상장 직후 한때 30달러 가까이 치솟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8~1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Rigetti 역시 상장 이후 주가가 80% 이상 떨어지며, ‘미래 기술주’의 화려한 포장 뒤에 숨겨진 민낯을 드러냈다. 대형 기술주와 달리 이들 기업은 실제 매출이 미미하거나 적자 구조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여전히 ‘꿈을 사는 영역’에 불과하다는 냉철한 인식이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이 열어갈 미래의 지평은 분명하다.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한 신약 개발은 제약 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잠재력을 지니며,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암호 체계 해독 능력은 보안 패러다임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구글은 이미 ‘양자 AI’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IBM은 1000큐비트 이상을 목표로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양자 하드웨어뿐 아니라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 시뮬레이터, 프레임워크(Qiskit 등)의 생태계도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미치오 카쿠는 양자컴퓨터를 “생명과 의식, 우주의 본질을 해명할 도구”로 바라본다. 그가 전망하는 양자의 미래는 단순한 연산 속도의 경쟁을 넘어, 철학적 전환과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근본적 재정의를 뜻한다.

그러나 시장은 늘 한층 더 현실적이다. 기술의 의미보다는 수익의 타이밍에 집중하는 이곳에서, 양자컴퓨터는 아직 ‘먼 미래’에 머물러 있다.


결국 관건은 ‘기다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양자컴퓨팅 투자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10년 후 펼쳐질 기술 생태계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정부와 대기업의 전략에 가깝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라면 기술주 중 하나로 접근하거나, 관련 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양자 주식의 수익률 곡선은 큐비트처럼 비선형적이다. 그만큼 인내와 확고한 신념이 요구된다.


양자컴퓨터는 결국 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 당장 우리의 계좌를 부유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과학은 미래의 문을 열고, 시장은 현재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바로 그것이 ‘양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