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드라마 데뷔작: 망나니가 지휘하는 춤판

by 콩코드

예전에도 춤판은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적어도 판관이 존재했다. 눈을 가렸을지라도 저울을 들고 앉아,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시늉이라도 하던 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춤판은 다르다. 판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무대 위에는 오직 망나니만 남았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멍석을 깔고, 사람들을 하나둘 무릎 꿇렸다.


군중이 웅성거린다.

"무슨 잘못으로 저들이 불려 나왔단 말인가?"

그러나 망나니의 칼춤은 대답 대신 공포로 되돌아온다.

혐의는 불분명하고, 죄목은 모호하다. 잘못이란, 그저 망나니의 눈에 띈 것일 뿐이다.

군중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린다.

"대체 판관은 어디에 있는가?"


호소는 절박했다.

이후에도 누가 죄인인지, 무엇이 잘못인지 밝혀 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거듭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한다.

판관을 찾아 목청껏 부르는 그 순간에도, 판관은 이미 망나니의 탈을 쓰고 그들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심판과 집행이 한 몸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절차는 장식일 뿐이고, 정의는 허깨비에 불과하다.


군중은 어리둥절한 채 서로를 바라본다.

누군가는 망나니를 비난하려다 곧 입을 다문다. 혹시 다음 차례가 자신일까 두려워서다.

또 누군가는 애써 모른 척 웃음을 흉내 내며 춤판을 구경한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숨죽인 불안이 숨어 있다.


그리하여 춤판은 점점 더 요란해진다.

망나니는 칼을 춤추듯 휘두르며 판결을 대신하고,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 채 끌려 나온다.

군중의 웅성거림은 서서히 사그라지고, 침묵이 멍석 위를 뒤덮는다.

언제 자신이 불려 나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모든 목소리를 삼켜버린 것이다.


그러나 춤판은 언젠가 끝나야 한다.

막이 내릴 때, 군중은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찾던 판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망나니의 춤에 박수를 치며 시간을 벌던 그들 자신이

결국 마지막으로 무릎 꿇을 차례였음을.



조선말기 화가 김윤보가 그린 참수형 집행 장면. 사형수 턱 밑에 나무토막을 괴고, 양쪽 귀는 접어서 관이전(貫耳箭)이라는 짧은 화살을 꿰어두었다. 상투에 줄을 매어놓은 것은 형 집행 후 줄을 잡아당겨 머리를 걸어놓기 위한 것이다. 칼을 든 이가 사형집행인이다. -사진 설명: <조선시대 사형집행인, 망나니>,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조선시대사


* 사진 출처: 영화, <망나니>(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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