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지치지 않고 마음을 여는 법

by 콩코드


​"나만 이런가요?" 매일 쏟아지는 슬픔 속에서 지쳐가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멈추지 않는 타인의 눈물: 너무 가까운 고통, 너무 쉬운 소비

스마트폰 화면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세상의 고통을 중계합니다. 전쟁과 재난, 낯선 이의 불행까지 실시간으로 쏟아지죠. 찰나의 순간, 우리는 슬픔과 연민을 느끼지만, 곧 스크롤을 넘기며 다음 자극으로 넘어갑니다. 화면 속 눈물은 가장 가깝게 다가오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쉽게 외면하는 대상입니다.


​난민 아이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잠시 무거워져도, 몇 초 뒤 재미있는 영상이나 쇼핑 목록에 시선이 옮겨갑니다. 공감은 짧게 머물다 사라지고, 연민은 '클릭 몇 번'으로 끝나는 감정적 소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에서도 반복됩니다. 직장 동료의 속상한 사연을 들을 때, 우리는 '적절한 공감 이모티콘'을 보내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음 일정을 떠올립니다. 현대인의 공감은 깊은 교류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넘겨야 할 숙제처럼 된 셈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마주해야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을 보호해야 하는 이 모순적인 상황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깊이 느끼지 말 것, 오래 아파하지 말 것"을 외칩니다. 이 살얼음판 위에서 현대인의 공감은 '순간적인 감정적 스파크'일 뿐, 결국은 피로와 냉소만 남기게 됩니다.


착한 본능이 지쳐버린 시대: 공감, 왜 피로해졌을까?

​인간의 공감 능력은 원래 생존을 돕고 사회를 지탱해 온 '착한 본능'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고통이 눈앞의 한정된 공동체 문제였고, 그 반응은 곧 생존과 직결되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뉴스, SNS를 통해 전 세계의 고통이 24시간 내내 우리를 덮칩니다. 우리의 공감 본능은 이 엄청난 정보의 홍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빠르게 소진됩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동시에 이 모든 고통에 압도당하는 느낌, 모두 느껴봤을 겁니다.


​"지구 반대편의 슬픔까지 내가 책임져야 하나?" 도와야 한다는 윤리적 의무감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충돌하면서, 우리의 착한 마음은 급격히 지치고 냉소로 변해갑니다. 결국, 공감은 더 이상 따뜻한 연결이 아니라 감정적 과부하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좋아요'의 역설: 지치면 '무관심'이 아니라 '자기 방어'가 된다

​스마트폰 화면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참여를 요구합니다. 난민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재난 뉴스에 '공유' 버튼을 누르는 것이 마치 공감의 의무처럼 느껴지죠. 클릭 한 번, 댓글 한 줄이 공감의 증거가 되면서, 우리는 원치 않아도 감정적 노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노동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압박감으로 돌아옵니다.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과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 뒤섞이며, 우리는 "또 고통이네"라는 냉소적인 태도로 자신을 방어합니다.

​하지만 이 냉소는 단순히 '나쁜 마음'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심리적 자기 보호' 장치입니다. 고통 앞에서 끝없이 무력감을 느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쌓는 방어막인 셈이죠. 결국, 우리를 연결하는 강력한 힘이었던 공감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타인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냉소의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지치지 않는 공감의 기술: '머무름'의 힘

​공감 피로 사회에서 무조건 마음을 닫고 살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얼마나 깊이 공감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적으로 머무르는가"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거리 두기' 기술을 익힙니다. 피드를 빠르게 넘기거나, 알림을 끄고, 친구의 깊은 고민에 '적절한 선'에서만 반응하는 것은 건강한 '심리적 경계 설정'이자 자기 방어 전략입니다. 이는 회피가 아니라, 감정 소진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입니다.


​더 나아가, 공감은 반드시 감정을 쏟아붓거나 과잉된 참여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침묵 속의 연대'를 통해 지치지 않는 공감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머무름의 공감: 친구의 상실 앞에서 장황한 조언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말 대신 존재만으로 함께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지지: 상대의 아픔을 내가 전부 흡수하려 하지 않고, '당신의 아픔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지치지 않고 마음을 여는 새로운 길입니다.


​공감의 양보다 질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고통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자리에서 타인을 조용히 지지할 때, 비로소 피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연대와 인간적 삶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그 사람 곁에 머물러 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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