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무너진 영웅의 부활. PTA, 가장 개인적인 블록버스터로 돌아오다.
PTA의 위험한 장르 도전
폴 토마스 앤더슨(PTA)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가 공개되었을 때,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가장 큰 화두는 '과연 PTA가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가?'였다. 토마스 핀천의 방대하고 난해한 소설 《바인랜드》를 원작으로 삼고, 디카프리오라는 거물 배우를 기용한 이 영화는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다. 이 영화는 PTA 특유의 편집증적 긴장감, 블랙 코미디가 가미된 씁쓸한 현실 인식, 그리고 예술적 야심을 압도적인 액션 미장센 속에 완벽하게 녹여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순한 추격 스릴러를 넘어, 끝나지 않는 미국의 문화 전쟁과 이념적 대립을 처절하게 그려낸 마스터피스다.
디카프리오, 퇴락한 영웅의 처절한 부성애
영화의 심장부는 단연 주인공 밥 퍼거슨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다. 한때 진보적 이상에 불타던 혁명가였으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외딴 삶을 택한 밥은 이미 과거의 영광을 상실한 알코올 중독자이자 무력한 아버지다.
그러나 딸 '윌라'의 납치라는 비극은 그의 내면에 잠재된 광기와 생존 본능을 폭발시킨다. 디카프리오는 퇴락한 혁명가의 자기혐오와 딸을 구하겠다는 처절한 부성애 사이를 오가며 극한의 감정선을 폭주시키는데, 이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손꼽힐 만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숙적 스티븐 J. 록조(숀 펜)와의 대결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끝나지 않은 세대와 이념의 싸움'을 상징하며 강력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숀 펜은 광신도 같은 이념을 가진 냉혈한 악역을 맡아 디카프리오와 대조적인 에너지를 형성하며 영화의 서사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PTA의 정교한 연출, 긴장감을 극대화하다
장르 변신에도 불구하고, 폴 토마스 앤더슨은 여전히 그의 예술적 지문을 고집스럽게 새겨 넣는다. 그는 폭력 그 자체보다 폭력이 유발하는 심리적 압박과 불안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여느 블록버스터와는 궤를 달리하는 정교한 연출을 선보인다.
비스타비전 대형 포맷으로 촬영된 카 체이스 및 추격 시퀀스는 스케일 자체의 웅장함보다도, 밥 퍼거슨의 편집증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는 데 사용된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혼란과 긴장감은 캐릭터의 불안함과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관객을 짓누른다.
여기에 조니 그린우드의 날카롭고 불안정한 음악은 서부극의 고독함과 현대적 스릴러의 긴장감을 동시에 불어넣으며 서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PTA는 이념적 대립, 국가의 폭력성, 그리고 가족의 파편화라는 핀천 소설의 복잡한 주제를 미국 사회의 근원적인 병폐로 조명하며, 관객에게 단순한 오락 이상의 비판적 시선을 요구한다. 이 영화의 액션은 단순히 무언가를 부수는 행위가 아니라, 밥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기 자신과 싸우는 '끝나지 않은 싸움' 그 자체를 상징한다.
총 정리 및 평점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비록 복잡한 서사와 방대한 러닝타임이 일부 관객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전율적인 연기와 감독의 완벽주의적 연출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 이후 '꽃미남 흥행 스타'라는 화려하고 쉬운 길을 버리고, 마틴 스콜세지나 PTA 같은 거장 감독과의 고단한 연기 여정을 택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극한으로 몰아넣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연기는 이미 아카데미 수상 여부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과거 '상복이 없는 배우'라는 꼬리표는 《레버넌트》로 완전히 떼어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복잡하고 처절한 캐릭터 '밥 퍼거슨'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서의 예술적 야심을 폭발시킨 디카프리오. 그의 연기는 이미 오스카를 넘어섰다는 평가 속에서, 이 작품이 그에게 두 번째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하는 것 또한 이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신이 벗어나려 해도 결국 다시 맞서야만 하는 인생의 싸움에 대한 가장 비관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뜨거운 고찰이다. PTA 필모그래피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평점: ★★★★★ (5점 만점 중 4.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