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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이면: 도덕을 품고 이기는 투자의 자세

​『정의란 무엇인가』와 『백만장자 아빠』의 윤리적 투자 원칙

by 콩코드

이기는 투자와 올바른 선택의 딜레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행위는 효율성이라는 가치로 정당화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 승리는 곧 수익률이며, 성공적인 투자자는 냉철한 현실 감각과 규율로 불확실성을 이겨낸 영웅으로 추앙받습니다. 월가의 투자 귀재 짐 로저스의 경험론적 인생 수업이 담긴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제시하는 투자의 원칙은 바로 이러한 냉철한 현실적 결단력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모든 행위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은 아닙니다. 한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 이익이 환경 파괴, 노동 착취, 혹은 공정하지 않은 시장 지배력에서 비롯된다면 어떨까요? 마이클 샌델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투자의 영역에서도 '무엇이 옳은 일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여기서 투자자의 가장 첨예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수익률(r)이 훌륭하지만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투자를 택할 것인가? (현실의 유혹)

​윤리적으로 완벽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투자를 택할 것인가? (이상의 고수)


​이 글은 이 두 거장이 제시하는 '이기는 원칙'과 '올바른 원칙' 사이의 긴장을 탐구합니다. 샌델이 제시하는 공리주의, 의무론, 미덕론의 세 가지 윤리적 나침반이 탐욕과 공포로 가득 찬 투자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짐 로저스가 강조하는 배짱과 깡 같은 냉철한 실전 원칙에 도덕적 가치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윤리적 선택과 현실적 이윤 추구 사이의 딜레마를 인정하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기는 투자의 자세를 모색할 것입니다.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

​정의의 세 가지 길: 공리, 자유, 미덕

​투자의 세계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선택의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주요 윤리적 관점을 제공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정의를 이해하는 방식은 공리(행복), 자유, 미덕(덕)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에 초점을 맞춥니다.


공리주의 (Utilitarianism)

​투자의 도덕성을 '결과'로 판단합니다. 이 투자 결정이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공리주의자에게는 투자 대상 기업이 환경 오염을 유발하더라도, 그 이익을 통해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거나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여 전체 사회의 '총효용'을 극대화한다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이익이 크다면, 그 이익이 창출된 과정의 윤리적 흠결은 부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의무론/자유지상주의 (Deontology/Freedom)

​투자의 도덕성을 '절대적인 권리'와 '자유'로 판단합니다. 어떤 투자가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거나,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비도덕적입니다. 칸트의 의무론에 기반한 이 관점은 인간은 목적 그 자체이지,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노동자를 착취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투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며 절대 허용될 수 없습니다.


목적론/미덕론 (Teleology/Virtue)

​투자의 도덕성을 '미덕'과 '공동체의 목적'에 비추어 판단합니다. 이 투자가 '좋은 삶'과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는가? 이 관점에서 돈을 버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책임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증진해야 정당화됩니다. 이들은 어떤 사업이 어떤 종류의 미덕을 장려하고 어떤 종류의 삶을 보상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투자자는 수익률을 계산하기 전에, 이 세 가지 윤리적 나침반 중 어느 것을 따를지 먼저 결정해야 하는 근본적인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도덕적 자격과 책임: 이익이 곧 선(善)인가?

​시장은 종종 '시장의 효율성이 곧 도덕적 정당성'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즉,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큰 이익을 얻었다면, 그 행위는 효율적이고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샌델은 도덕적 자격(Moral Entitlement)의 문제를 제기하며, 이 논리를 비판합니다.


​도덕적 자격이란, 개인이 자신의 성공에 대해 '순전히 나의 노력과 재능의 결과이므로, 모든 이익을 독점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입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을 예측하여 막대한 수익을 냈다면, 이는 오직 자신의 분석 능력 덕분이며 누구에게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샌델은 우리의 성공이 '타고난 재능의 우연성'과 '사회가 그 재능에 부여하는 가치의 우연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높은 이익을 창출하지만, 이는 순전히 현재 시장이 그 능력을 고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우연성을 인정한다면, 막대한 이익에 대한 개인의 도덕적 자격은 약해집니다.


​이는 곧 책임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시장 효율성만을 추구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가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공동체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면, 투자자는 그 이익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시장의 논리가 도덕적 정당성을 자동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는 냉철한 경고를 던집니다. 투자자는 이익을 추구하더라도, 그 이익이 어떤 사회적 배경 위에서 탄생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즉, 이익이 곧 선(善)이 아닐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윤리적 투자의 출발점입니다.


​윤리적 선택의 난제: 옳고 그름 사이의 회색 지대

​현실의 투자 딜레마는 흑백논리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고, 대부분 '옳고 그름 사이의 회색 지대'에 존재합니다. 이는 투자자가 직면하는 윤리적 선택의 가장 큰 난제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신이 투자한 회사가 환경 규정을 모두 준수하고 노동자에게 법정 임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그 회사의 주요 수익 모델이 미래 세대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산업에 기반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당장은 합법적이고 수익성이 높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동체의 미덕(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훼손하는 투자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세 가지 윤리관이 서로 충돌하며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공리주의적 해석: "단기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현재의 행복을 극대화한다."

​의무론적 해석: "법을 어기지 않았으므로 투자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미덕론적 해석: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과 보존의 미덕을 고려할 때, 이 투자는 부적절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처럼 복잡한 회색 지대에서 단일한 윤리적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떤 도덕적 가치를 우선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라는 무거운 요구를 던집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선악 판단이 아니라, 윤리적 원칙과 현실적 수익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입니다. 이 성찰과정은 곧 다음 장에서 살펴볼 짐 로저스의 '원칙 고수'와 '결단력'이라는 실전적 자세와 결합될 때 비로소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현실적 원칙: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와 투자자의 결단력

​역발상(Contrarian) 투자: 다수와 다른 길을 가는 배짱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에서 우리는 투자의 세계에서 윤리적 선택의 난제에 직면했을 때, 샌델의 도덕 철학이 던지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질문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월가의 투자 귀재 짐 로저스의 경험론적 인생 수업이 담긴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냉혹한 시장의 현실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실전적 질문에 답하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현실적 원칙을 제시합니다.


​짐 로저스 투자 철학의 핵심은 역발상(Contrarian) 투자입니다. 로저스는 대다수가 환호할 때 팔고, 대다수가 절망할 때 사는 것이 시장의 본질적인 승리 공식이라고 믿습니다. 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배짱'입니다.


​배짱이란 단순히 용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 결과를 대중의 감정적 흐름에 대항하여 고수할 수 있는 지적 용기입니다.

​대중의 감정: 시장이 과열될 때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탐욕에 휩싸여 묻지마 투자를 합니다. 시장이 폭락할 때 사람들은 '세상이 끝났다'는 공포에 휩싸여 투매합니다.

​로저스의 배짱: 그는 시장의 소음을 무시하고, 근본적인 가치 분석에 집중합니다. 모든 사람이 주식 시장에 달려들 때, 그는 상품(Commodities)이나 잊힌 시장(Forgotten Markets)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곳에 투자합니다.


​역발상 투자의 배짱은 "모두가 동의할 때쯤이면, 이미 투자 기회는 사라진 후다"라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나옵니다.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에서 살펴본 샌델의 미덕론이 공동체의 미덕을 강조한다면, 로저스의 배짱은 개인의 분석력과 결단력이라는 투자자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다수가 틀리고 소수가 옳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현실화시킬 용기가 바로 이기는 투자의 핵심적인 자세입니다.


​원칙 고수와 인내심: 시장의 소음을 이기는 깡

​짐 로저스는 투자 성공의 90%가 감정 통제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 '깡'이라는 실전적 원칙을 강조합니다. 로저스가 말하는 깡은 무모함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명확한 투자 원칙과 전략을 시장의 모든 유혹과 공포 속에서도 꾸준히 고수하는 규율과 인내심을 의미합니다.


​깡의 구성 요소

​명확한 원칙: 로저스는 복잡한 기술적 분석보다는 '가치 투자'와 '거시 경제 분석'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칙에 충실합니다. 그는 섣부른 매수나 매도를 지양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감정적 매매 배제: 시장은 매일 수많은 뉴스와 변동성을 쏟아내며 투자자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로저스에게 성공적인 투자는 '감정을 배제한 기계적인 행동'과 같습니다. 시장의 소음에 귀 기울이는 것은 투자가 아닌 도박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손실에 대한 태도: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실이 발생했을 때도 미리 정해둔 손절매(Stop-Loss) 원칙에 따라 냉정하게 실행하는 규율이 필요합니다. 이는 감정적 공포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입니다.


​이러한 깡은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 >에서 샌델이 제시한 의무론적 접근과 흥미로운 유사성을 가집니다. 칸트의 의무론이 '결과와 무관하게 도덕 법칙을 따르는 의무'를 강조하듯, 로저스의 깡은 '시장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의 투자 법칙을 따르는 의무'를 강조합니다. 즉, 이기는 투자는 내적 규율을 통해 시장의 외부적 통제(소음, 감정)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행위입니다.


​통제력과 책임: 자신의 결정에 대한 완전한 책임

​짐 로저스의 투자 철학은 투자 결과에 대한 개인의 완전한 통제와 책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타인의 조언이나 시장의 소문을 따르는 투자를 극도로 경계하며, 모든 결정은 투자자 스스로의 분석과 확신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딸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는 자신감과 독립적 사고의 핵심입니다.


​책임의 영역

​정보의 통제: 로저스는 현장에 나가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합니다. 월스트리트의 보고서나 언론의 보도에 의존하는 것은 곧 자신의 통제권을 외부에 내주는 행위로 간주합니다.

​리스크의 통제: 투자자는 자신이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한도 내에서만 투자해야 합니다. 이는 막연한 기대나 도박심리에 기대지 않고,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움직이는 태도입니다.

​결과의 책임: 투자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과 손실은 오롯이 자신의 분석과 결단의 결과입니다. 시장의 탓, 타인의 탓을 하는 순간 이미 투자자로서의 통제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이러한 개인의 통제력 강조는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 >에서 샌델이 제기했던 '도덕적 자격과 책임'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샌델이 '성공이 순전히 개인의 노력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겸손을 촉구했다면, 로저스는 '성공과 실패의 책임은 순전히 개인에게 있다'고 말하며 결단력을 촉구합니다.


​결국, 투자자는 이 두 가지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즉, 시장을 이기기 위해 배짱과 깡으로 분석하고 결단하되, 그 성공이 사회적 우연성에 기대고 있음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이 통합적 자세가 바로 다음 장에서 논의할 '원칙을 지키며 이기는 투자'의 궁극적인 모습입니다.


​통합적 자세: 원칙을 지키며 이기는 투자의 길

​내부의 도덕적 나침반: 투자 원칙에 윤리를 내재화하는 법

​우리는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 >에서 윤리적 원칙이 이윤 추구와 충돌하는 딜레마를, <현실적 원칙: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와 투자자의 결단력>에서는 현실적 원칙이 요구하는 배짱과 깡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 두 세계를 통합하여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기는 투자의 자세를 완성해야 합니다. 이 통합의 첫걸음은 내부의 도덕적 나침반을 투자 원칙 자체에 내재화하는 것입니다.


​짐 로저스가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투자 원칙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우리는 윤리적 기준에 대해서도 흔들림 없는 배짱을 가져야 합니다. 즉, '무엇을 살까'를 넘어 '무엇을 사지 않을까'를 결정하는 데 윤리적 원칙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필터를 투자 전략에 통합하는 것입니다.

​사회(S) 요소: <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에서 다룬 노동 착취나 인권 침해와 같은 의무론적 위반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투자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기업을 걸러냅니다.

​지배구조(G) 요소: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공리주의적 효용을 장기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부패한 지배구조는 결국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최대 다수의 손해로 이어집니다.


​이는 단순히 '착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선의의 차원을 넘어섭니다. ESG는 윤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현실적 투자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로저스가 강조한 '냉철한 분석'의 영역에 '윤리적 리스크 분석'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도덕적 나침반은 이처럼 단기적 탐욕(<현실적 원칙: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와 투자자의 결단력>)을 제어하고 장기적 안정(통합적 원칙)을 추구하도록 돕는 강력한 투자 규율이 됩니다.


​기회비용과 윤리적 리스크: 원칙 고수의 실전적 의미

​윤리적 투자 원칙을 고수할 때, 투자자가 직면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발생입니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 기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환경 윤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투자를 포기하는 순간, 포기한 수익만큼의 기회비용을 감수하게 됩니다.


​여기서 샌델의 도덕 철학과 로저스의 실전 원칙이 다시 한번 충돌합니다. 샌델의 질문: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했으니,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마땅한가?" 로저스의 질문: "돈을 못 벌면, 도덕적 이상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 실전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윤리적 리스크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윤리적 위반은 결국 평판 리스크, 법적 리스크,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장 퇴출 리스크로 이어져 기업 가치를 훼손합니다.


​따라서 윤리적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단순히 도덕적인 선택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적인 리스크를 미리 제거하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투자 결정이 됩니다. 짐 로저스가 '시장의 소음을 이기는 깡'을 강조했듯이, 윤리적 투자자는 '단기 수익의 유혹'이라는 소음을 이겨내고 장기적인 가치를 고수할 수 있는 심리적 인내와 분석적 배짱을 갖추어야 합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승리를 위한 투자가 됩니다.


​이기는 투자의 궁극적 자세: 개인의 성공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

​원칙을 지키며 이기는 투자의 궁극적인 자세는 개인의 성공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이 단계는 개인(이윤)과 사회(윤리) 사이의 통합을 완성합니다.


​샌델의 미덕론이 강조하듯이, 부는 공동체의 선(善)에 기여할 때 비로소 그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합니다. 아무리 윤리적인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그 부가 오직 개인의 사치와 향유에만 사용된다면, 1장에서 논의된 도덕적 자격의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투자자의 궁극적인 역할은 부를 축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부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기는 투자의 궁극적 자세

​겸손의 미덕: 자신의 성공이 시장의 우연성(시대적 배경, 타고난 능력)에 크게 기댄다는 샌델의 주장을 받아들입니다. 이 겸손은 탐욕(<현실적 원칙: 『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와 투자자의 결단력>)을 제어하는 강력한 심리적 방어막이 됩니다.

​공동체에 대한 투자: 축적된 자본을 자선 활동이나 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투입합니다. 특히 구조적 불평등(<윤리적 원칙: 『정의란 무엇인가』와 선택의 딜레마>)을 해소하는 교육, 보건, 환경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자신이 혜택을 본 구조에 대한 윤리적 빚을 갚습니다.

​윤리적 리더십: 자신의 투자 성공 사례와 윤리적 원칙을 공유하여, 더 많은 자본이 정의로운 방향으로 흐르도록 시장 전체의 미덕을 고양하는 리더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원칙을 지키며 이기는 투자자는 단지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와 결단력(배짱과 깡)을 사용하여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기여하는 '책임 있는 자본가'가 됩니다. 이는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고 이윤을 넘어서는 궁극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길입니다.


윤리와 이윤 사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

​우리는 이 여정에서 도덕 철학(『정의란 무엇인가』)이 던지는 '무엇이 옳은가'라는 윤리적 질문과 실전 투자(『백만장자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요구하는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는 현실적 원칙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탐구했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이 긴장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며, 두 영역의 가치를 통합합니다. 그는 배짱과 깡으로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이기는 투자를 실현하되, 그 과정에서 샌델이 제시한 세 가지 윤리적 원칙(공리, 자유, 미덕)을 내부의 도덕적 나침반으로 삼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이기는 투자의 자세는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섭니다. 이 자세는 '윤리적 리스크'를 회피하여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개인의 성공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함으로써 미덕(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투자의 성공은 수익률(r)이라는 현실적 결과를 넘어, 그 부를 통해 '어떤 종류의 세상'을 건설할 것인지 결정하는 궁극적인 도덕적 선택으로 완성됩니다. 윤리와 이윤 사이의 회색 지대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원칙을 점검하며 나아가는 책임 있는 투자자만이, 가장 현명하게 그리고 가장 오래 이기는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보충 자료: 2008년 금융 위기, 윤리적 선택의 극한 상황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대형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데 수천억 달러의 공적 자금(구제금융, TARP)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을 때,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세 가지 윤리 원칙이 충돌하는 극한의 딜레마였습니다.


​공리주의의 승리

정부와 구제금융 찬성론자들은 공리주의를 내세웠습니다. "은행들이 망하면 경제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여 수천만 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통받을 것이다. 따라서 최대 다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소수의 무책임한 은행을 살려야 한다." 이들에게 구제금융은 가장 도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자유지상주의/정의론의 반발

반면, 비판론자들은 자유와 정의의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은행들은 탐욕과 무책임한 위험 감수로 스스로 파멸을 자초했다. 그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왜 납세자들이 책임져야 하는가?" 이들에게 구제금융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보상하는 행위이자, 책임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강제 이전하는 불의였습니다.


미덕론의 분노

대중의 가장 큰 분노는 미덕(Virtue)의 영역에서 나왔습니다. 구제금융 이후에도 은행가들은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챙겼습니다. 샌델이 말하듯, 공동체 미덕의 관점에서 볼 때, 탐욕과 무책임이라는 악덕이 보상받고, 근면하고 성실한(책임 있는) 시민들이 그 대가를 치르는 상황 자체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분노였습니다.


​결국, 2008년의 구제금융은 단기적 공리(경제 붕괴 방지)를 선택하기 위해 자유와 미덕의 원칙을 상당 부분 희생한 정책 결정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가 짐 로저스의 '배짱과 깡'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때도, 나의 이윤 추구가 궁극적으로 어떤 윤리적 비용을 발생시키는지 끊임없이 샌델의 세 가지 렌즈를 통해 점검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투자는 항상 이러한 거대한 윤리적 지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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