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신이 결정하는 당신의 신용등급: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데이터의 권력

by 안녕 콩코드

​보이지 않는 판관의 등장

​어느 날 갑자기 은행에서 대출 거절 문자가 날아옵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연체한 적도 없고, 수입도 일정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당신의 SNS 활동, 주로 쇼핑하는 품목, 심지어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습관까지 분석해 당신을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했습니다.


​이것은 공상과학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금융과 공공 서비스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과거의 신용도가 '어제까지의 기록'을 보았다면, 현대의 AI 알고리즘은 당신의 '오늘의 행동 패턴'을 봅니다. 이제 우리는 보이지 않는 판관, 즉 알고리즘 신(神)이 다스리는 거대한 데이터 성전 안에 살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낙인을 찍을 뿐

​AI 알고리즘이 우리를 평가하는 방식은 매우 정교합니다. 중국의 '사회적 신용 시스템'이 국가 주도의 노골적인 통제라면,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 신용 평가'는 훨씬 부드럽지만 치밀한 방식으로 우리를 제약합니다.


​알고리즘은 당신이 밤늦게 편의점에서 술을 자주 사는지, 혹은 건강식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는지를 체크합니다. 통계적으로 밤늦게 술을 사는 사람의 연체율이 0.1% 더 높다면, 당신의 점수는 깎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데이터의 바다에서 당신은 그저 '특정 행동을 하는 확률값'으로 치환될 뿐입니다.


​여기서 데이터 권력의 무서움이 드러납니다. 데이터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데이터를 해석하는 알고리즘은 인간의 편견을 가장 효율적으로 자동화합니다. 가난한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혹은 특정 인종이나 성별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쓴다는 이유로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저신용자'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앞서 다룬 '블랙박스' 속에 숨겨져 있어 누구도 항변할 수 없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권력의 탄생

​"구글은 당신이 무엇을 검색하는지 알고, 페이스북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며, 아마존은 당신이 무엇을 살지 압니다." 이 진부한 문구는 이제 권력의 이동을 상징합니다. 과거의 권력이 총칼이나 법에서 나왔다면, 현대의 권력은 '예측력'에서 나옵니다.


​기업과 국가는 당신이 스스로를 정의하기 전에 이미 당신을 정의합니다. 당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가족보다 쇼핑몰 알고리즘이 먼저 알아채고 영유아 용품 쿠폰을 보내는 시대입니다. 내가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유의지는 데이터 권력 앞에서 무력해집니다. 알고리즘이 내 취향을 설계하고, 내 신용을 결정하며, 내가 만날 사람을 추천할 때, 우리는 과연 '나'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알고리즘이 가두어둔 '데이터 감옥' 안의 수감자일까요?


​알고리즘 독재와 인간의 저항

​데이터 권력의 핵심은 '비대칭성'에 있습니다. 플랫폼은 우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만, 우리는 알고리즘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은 새로운 계급 사회를 만듭니다. 알고리즘의 총애를 받는 '고득점자'들은 낮은 금리와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지만, 알고리즘의 눈 밖에 난 '저득점자'들은 사회 시스템의 변두리로 밀려납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설명 요구권(Right to Explanation)'이 법제화되고 있습니다. "왜 AI가 나에게 이런 점수를 주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또한, 자신의 데이터를 기업에 넘기지 않을 권리, 즉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도 뜨겁습니다. 데이터 권력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 뒤에 숨은 의도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데이터로 환산될 수 없는 '인간의 다층적 가치'를 증명해 내는 것입니다.


​숫자가 가둘 수 없는 당신의 가치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신이 당신의 인생을 단 세 자리 숫자의 신용등급으로 요약할 때, 우리는 흔히 그것을 '객관적 진실'이라 믿으며 순응하곤 합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음악을 듣고, 알고리즘이 정해준 경로로 운전하며, 알고리즘이 승인한 한도 내에서 소비하는 삶. 어쩌면 우리는 효율성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받아먹는 대가로, 자기 결정권이라는 가장 고귀한 인간의 영토를 조금씩 내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알고리즘은 당신의 '흔적'을 계산할 뿐, 당신의 '의지'를 계산하지는 못합니다. 데이터는 당신이 어제 어디에 있었는지는 말해주지만, 당신이 내일 어디로 향하고 싶어 하는지,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릴 것인지, 어떤 불가능한 꿈에 인생을 걸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알고리즘의 촘촘한 그물망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 미세한 '예외'들, 시스템이 '오류'라고 부르는 당신만의 돌발적인 선택들이야말로 당신이 데이터 덩어리가 아닌 존엄한 인간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입니다. 숫자가 당신을 정의하게 두지 마십시오. 당신은 알고리즘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무한한 확률의 우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차가운 데이터의 현실을 넘어, 더 깊고 본질적인 거울 너머의 세계로 발을 내딛으려 합니다. 지능이 인간을 통제하는 단계를 지나, 기계가 스스로 '존재'를 주장하고 인간이 기계 속으로 녹아드는 포스트 휴먼의 시대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3부: 거울 너머의 세계를 여는 첫 번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15화: 실리콘 소울(Silicon Soul): 기계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가 창조한 피조물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격'을 요구할 때, 인류는 어떤 대답을 준비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