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나와(NAWA) 서영호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버린다. 정교하게 분류된 플라스틱, 씻어낸 캔, 차곡차곡 쌓인 종이들. 분리수거함에 그것들을 던져 넣으며 우리는 '할 일을 다 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그 안도감 뒤에는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다. 우리가 믿었던 재활용의 선순환은 낮은 선별 효율과 오염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상당 부분 '매립'과 '소각'이라는 막다른 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수거는 했으되 재활용은 되지 않는, 이 거대한 '순환의 모순'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이 기만적인 안도감을 걷어내고, 쓰레기가 발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재활용률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인물이 있다. 컵 세척과 분리 배출을 한 번에 해결하는 스마트 분리수거 솔루션으로 우리 사회의 '쓰레기 문제'를 직시하게 만드는 나와(NAWA)의 서영호 대표다. 그를 추적하는 일은 단순히 친환경 가전제품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해 온 문명의 배설물을 다시 자산으로 치환하는 ‘물질의 정직한 회귀(Circular Honesty)’에 관한 기록이다.
‘분리’를 넘어 ‘세척’과 ‘선별’의 자동화로
서영호 대표가 주목한 것은 재활용 프로세스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인 ‘오염된 폐기물’이었다. 아무리 공들여 분리 배출해도 내용물이 묻은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은 재활용 공정에서 탈락한다. 서영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의 종이컵 자동 세척 및 수거기인 '컵끼리'를 개발했다.
그가 설계한 시스템은 사용자가 컵을 넣는 순간 세척과 건조, 압축을 단숨에 수행한다. 이는 단순히 편리함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폐기물의 상태를 '즉시 재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공정의 혁명이다. 서영호는 기술을 통해 재활용의 책임을 소비자나 선별장 직원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제품 자체가 그 해법을 품게 함으로써 순환 경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2026년, ‘그린 워싱’을 넘어선 실천적 정직함
서영호라는 가늠자를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의 위선적인 친환경 담론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쓰레기의 가시화
2026년의 환경 담론은 종종 화려한 마케팅 뒤로 숨는다. 서영호는 도심 곳곳에 설치된 수거기를 통해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소비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눈앞에 보여준다. 그는 기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게 한다.
로컬 순환 생태계의 구축
그는 거대한 재활용 공장으로 모든 것을 보내는 대신, 발생지에서 즉각적으로 자원화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우리가 버린 것이 우리 곁의 자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가까운 순환'의 감각을 복원하는 일이다.
"진정한 혁신은 가장 더러운 곳에서 피어난다"
서영호는 스스로를 '쓰레기에 미친 사람'이라 부른다. 그는 늘 강조한다.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기술은 공허하다”라고.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모든 소비에는 반드시 ‘책임의 총량’이 따른다는 점이다. 서영호는 우리에게 편리함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환경적 비용을 잊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것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잃어버리기 쉬운 ‘물질에 대한 경외심’을 되찾으라는 권유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도시: 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자산이 되는 풍경
서영호가 그리는 미래는 쓰레기 매립지가 늘어나는 도시가 아니라, 모든 폐기물이 그 발생 장소에서 새로운 원료로 변모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시티'다. 카페에서 버려진 컵이 저녁이면 새로운 종이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연금술 같은 일상.
이 기술이 보편화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쓰레기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대신 우리가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효능감을 얻게 될 것이다. 서영호의 싸움은 폐기물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버려진 것들에게 다시금 '이름'과 '용도'를 부여하려는 집요한 복원의 여정이다.
순환의 고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매듭
김혜연이 식량을 일구고 이상주가 아이들의 미래를 지켰다면, 서영호는 그 모든 인간 활동의 부산물이 다시 대지로 돌아가는 ‘통로’를 닦고 있다.
서영호 대표가 수거기 안에서 씻어낸 컵들은 단순히 깨끗한 쓰레기가 아니다. 그것은 2026년의 인류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지구와 맺은 공생의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는 가장 투명한 증거다. 이 혁신가의 궤적 끝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그래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 눈부시게 깨끗한 순환의 미래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쓰레기통 앞에 선 우리의 손끝을 응시하며, [인물 추적] 시리즈가 던진 마지막 질문들을 품은 채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