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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없는 권리, 사회를 무너뜨린다

by 콩코드


오전에 ‘육아시간과 유연근무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고민할 때’라는 글을 올린 뒤, 답답한 심정을 가누기 어려웠다. 이건 아니라고 느껴지는 사회적 현상이 그것 말고도 또 있었다. 경종을 울려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깊이 통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우리는 권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오히려 권리를 양보하는 것이 손해처럼 여겨지는 세태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은, 권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이기적인 권리 주장은 공동체를 병들게 하고, 결국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공공장소에서의 무질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태연히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젊은이들, 장애인 주차공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차지하는 비장애인 운전자들. “내가 먼저 왔으니 앉겠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그들의 논리는 언제나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순간,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배려 없이 밀려난다.


소비자의 갑질 문화도 마찬가지다.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방패 삼아, 점원들에게 반말을 하고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고객들이 있다. 자신의 돈으로 서비스를 받는다는 사실이 곧 상대를 함부로 대할 권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권리를 마치 특권처럼 휘두르며, 배려 없는 태도를 정당화한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무책임한 발언은 더욱 심각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고, 악성 댓글을 남기는 행위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권리만 강조할 뿐, 그것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는 외면한다.


이기적인 경제적 행태 또한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공공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과 탈세를 저지르는 행위, 공동체의 발전을 저해하면서도 자신의 몫만을 챙기려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모두를 궁핍하게 만든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공간’이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배려와 책임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나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는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둘째, 법과 제도를 통해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개인의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는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그것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지, 타인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행사할 수는 없는지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한다.


배려는 결코 약자의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성숙한 시민의 품격이며,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가치다. 우리가 타인을 배려할 때, 우리도 누군가의 배려를 받는다. 이러한 순환이 이어질 때, 공동체는 더욱 따뜻하고 조화롭게 유지될 수 있다.


이제는 권리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할 때다. 작은 양보와 배려가 쌓일 때, 우리 사회는 보다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배려 없는 권리는 결국 우리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제는 우리 각자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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