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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 인간 이후를 묻는 사유의 진화

하라리 3부작을 넘어, 인공지능과 트랜스휴머니즘의 경계에서

by 콩코드


‘톺아보기’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은 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Nexus)』다. 이 책은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3부작,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분명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전작들이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역사적‧철학적 스케일에서 조망했다면, 『넥서스』는 본격적으로 미래, 특히 인간 이후의 인간을 진단한다.


하라리 3부작의 진화와 『넥서스』의 등장


『사피엔스』가 인류의 기원과 신화의 힘을, 『호모 데우스』가 기술과 권력, 인간의 욕망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현시대의 혼란과 윤리를 탐색했다면, 『넥서스』는 이 모든 질문을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라는 새로운 프리즘으로 재구성한다. 하라리는 인간이 만든 ‘허구’ 위에서 협력하고 진보해 왔다는 점을 반복하면서도, 이제 그 협력의 방식 자체가 인간의 뇌와 생명구조를 넘어서는 기술에 의해 바뀔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간-기계 접속의 미래: ‘넥서스’란 무엇인가


‘넥서스’는 말 그대로 ‘연결 지점’을 뜻한다. 하라리는 이 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단순히 상호작용하는 수준을 넘어 생물학적, 인지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을 탐구한다. 이는 뉴로링크(Neuralink)와 같은 기술의 실현 가능성, 인간 두뇌와 알고리즘의 융합, 감정의 디지털화 등을 다루며, 마치 과학철학과 윤리학, 기술 예언서가 결합된 형태로 전개된다.


기술 특이점(Singularity)과 트랜스휴머니즘의 시대


책 전반에 흐르는 중심 개념 중 하나는 기술 특이점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고,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시점을 말한다. 『넥서스』는 이 시점 이후의 인류가 어떤 도전과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할지를 다각도로 조망한다. 하라리는 단순히 기술을 예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지한 채 기술에 의존하게 될 인간의 미래를 우려하며, 트랜스휴머니즘 - 즉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기술로 확장하려는 움직임 - 에 내재된 계급적, 정치적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넥서스』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인간에 대한 것이다. 기술이 감정, 판단, 창의성까지 복제 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할 때, 우리는 인간다움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라리는 여기에 대해 확정적인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 자체가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윤리적, 정치적, 철학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주의(dataism)라는 신흥 이념, 감시 자본주의의 확장 가능성, 감정 조작 기술이 갖는 파급력은 모두 『넥서스』의 주요 논점이다.


시청각 참고작: 『허(Her)』와 『트랜센던스』, 『더 소셜 딜레마』


『넥서스』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허(Her)』가 있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과의 정서적 유대를 탐구하면서, 인간과 기술의 감정적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조니 뎁 주연의 『트랜센던스』는 특이점 이후의 트랜스휴먼 존재에 대한 물음을 시각화하며, 기술과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다큐멘터리 『더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는 현재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넥서스』에서 제기된 현실의 일면을 보여준다.


결론: 『넥서스』는 어디로 연결되는가


『넥서스』는 인간 존재의 최전선을 지도로 삼는다. 단순한 기술 예언서가 아닌, 인류의 다음 진화가 윤리 없이 진행될 때 벌어질 위험을 담은 사유의 장이다. ‘톺아보기’ 시리즈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우리가 지나온 문명의 흐름을 돌아본 후, 이제는 우리가 도달할지도 모를 문명의 경계를 숙고할 차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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