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엔
하루의 끝이, 아니 일주일의 끝이 봄날 저녁 햇살처럼 사르르 녹아내릴 때, 우리는 ‘불금’이라는 말 앞에서 조금은 서툴게 설렌다.
그저 일상의 리듬이 깨어지는 밤일 뿐인데도,
그 작은 균열은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은밀히 속삭인다.
봄밤의 불금이란 건 그렇다.
코끝에 맴도는 꽃내음과 거리의 웃음소리가 어깨를 두드리는 순간,
마음속 어디쯤에서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솟는다.
막연하지만 확실하게,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
누군가는 자리에 앉아 오래 묵혀둔 책을 펼치고,
누군가는 불빛이 깃든 거리로 나가 맥주 한 잔에 웃음을 던진다.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 나와, 그냥 걷기만 해도 좋으니까."
불금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밤이면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밤이다.
달빛이 아스팔트를 두드릴 때, 마음도 리듬을 따라 뛴다.
평일의 고단함은 잠시 내려놓고,
봄과 밤과 우리 자신에게 술잔을 부딪친다.
“괜찮아, 오늘은 좀 그래도 돼.”
그러니 이 찬가를 바친다.
우울했던 마음도, 복잡했던 생각도
봄의 불금 아래에서는 잠시 침묵하길.
눈이 반짝이고, 귀가 열리고,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밤.
이 밤은 우리를 위로하지 않아도,
우리가 우리를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그런 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