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과 운명 사이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9장. 예측된 미래 ― 확률과 운명 사이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세계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유로운가?”
1.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을까
오늘의 우리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시대를 살아간다.
기상은 정확하고, 질병은 조기 진단되며, 소비 습관은 예언된다.
“네가 무엇을 할지 나는 이미 안다.”
이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
우리는 과연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는가?
플라톤의 동굴에서 본다면,
미래를 예측해주는 수많은 시스템은 마치 동굴 안의 그림자를 움직이는 조종자와 같다.
그림자는 우리가 보게 될 것들을 설계하고,
우리는 그 그림자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은 명확하다.
예측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가, 아니면 결정론의 감옥에 가두는가?
2. 확률과 확신 ― 알고리즘의 결정론
알고리즘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본질은 확률이다.
나의 행동은 87%의 확률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수치는 과학적으로 근거 있지만,
인간은 13%의 불확실성에 의해 살아간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행동은 항상 예측 불가능한 탄생성(natality)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예측된 행동만으로는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때때로 이유 없이, 논리를 거슬러, 뜻밖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역사가 생기고, 혁명이 일어나며, 시가 태어난다.
3. 인공지능은 예측할 뿐, 살아내지 않는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경험하지 않는다.
예측은 할 수 있어도,
불안, 망설임, 희망, 후회는 알지 못한다.
AI는 인간의 미래를 모델링할 수 있어도,
그 미래를 살아내지는 못한다.
예측된 미래는 통계학적인 가능성일 뿐,
우리 삶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고뇌는 정량화될 수 없다.
동굴 속의 인간이 그림자를 보며 세상을 상상했듯,
우리는 데이터로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그림자는 실재가 아니며, 실재는 언제나 예외적이다.
4.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 불확실성의 수용
우리가 진짜로 직면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사회에서,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예측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 불확실성을 감당하는 용기다.
결정되지 않은 길을 택할 수 있는 것.
실패를 감수하며, 비논리를 껴안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그렇게 느꼈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
이런 비이성적, 비확률적, 그러나 아름다운 인간성은
예측의 시대에 오히려 더 소중해진다.
맺으며 ― 예측의 안온함과 불확실성의 자유
플라톤의 동굴은 예측된 삶의 은유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림자 같은 예측에 안주할 수도,
빛의 고통스러움을 감내하고 새로운 선택의 문을 열 수도 있다.
우리는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