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7일(맑고 따뜻함)
2월 16일 발생한 'KAIST 졸업생 입틀막 사건' 소식을 처음 접한 우민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폭거라고 생각했다. 1월 18일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참석한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해다는 이유로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입이 막히고 사지가 들려 실려나간 일의 재판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발언까지 찍어 누르는 사람들이 대학 졸업생으로 더한 일도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날이 벌어진 상황의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폭거라는 것을 발견했다. 윤 대통령 축사 내용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였다. 이공계 연구자들로선 기가 찬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않은 R&D예산 삭감을 단행한 대통령이다. 그것도 17%나 삭감해 액수만 해도 3조원 가량 된다. 그로 인해 석박사급 기초연구의 상당수가 멈춰 섰다. 헌데 저런 말을 한다? 이공계 연구자들을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농락당하는 원숭이 취급을 한 모욕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 졸업생의 발언은 "생색내지 말고 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십시오"였다. "R&D 예산 삭감하라. 부자 감세 철회하라"라는 항의 문구가 적힌 천 조각을 함께 들어올린 게 다였다. 그런데 졸업생 복장으로 앉아있던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입이 막히고 사지가 들려 올려져 실려나가는 일을 당했다.
보수언론은 그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위라 평가절하하는 보도를 내보낸다. 우민은 오히려 그런 헛소리를 가만히 앉아 듣고 있던 KAIST 학생들에게 실망감을 느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공계 연구자들이라면 단체로 항의하는 것이 마땅한 일 아닐까? 예전 같으면 집단으로 야유을 보내거나 의자를 돌려 않는 침묵의 퍼포먼스로 항의를 했을 발언이었다. 그 와중에 홀로 항의 퍼포먼스를 펼친 신민기 씨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해야 하는 것이 오히려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참담한 것 아닌가 하고 우민은 생각했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