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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06. 2024

예능은 예능일 뿐은 오도된 프레임

2024년 11월 6일(맑고 추움)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별 볼 일 없는 허풍선이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스타덤에 올려준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미국 NBC 방송의 '어프렌티스(Apprentice)'라는 리얼리티 쇼다.

  우리말로 옮기면 '수습직원'쯤 될 어프렌티스는 뉴욕에서 연봉 25만 달러(약 3억4300만원)에 달하는 트럼프 회사 인턴십에 합격하기 위해 출연자들끼리 경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2004년~2015년 이 쇼의 호스트로 출연했던 트럼프는 ‘넌 해고됐어(you’re fired)’란 유행어로 인기몰이를 하다 결국 대통령까지 꿰찼다.

  몇주 전 어프렌티스의 홍보·광고를 담당했던 존 밀러 전 NBC 마케팅 담당 이사가 프로그램 성공을 위해 트럼프를 매우 성공한 사람으로 포장한 것이 "결국 괴물을 만들었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공화당원 출신이라 밝힌 그는 트럼프가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네 번이나 파산 신청을 했고, 시즌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최소 두 번 이상 파산했다”며 "우리가 홍보했던 트럼프의 이미지는 매우 과장된 ‘가짜 뉴스’였다”고 인정했다.

  밀러 이사는 “결국 마케팅에 성공했지만, 트럼프는 ‘성공한 지도자’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쳤다"며 "깊이 후회한다”고 했다.  또 트럼프에 대해 “교묘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조종하기 쉬운 사람으로 아첨하면 고분고분해진다”며 “러시아의 독재자인 블라디미르 푸틴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도 이를 알아차렸다"는 촌철살인의 논평까지 더했다.

  공화당원이었던 평생 방송쟁이마저 이렇게 자책하고 나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재선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240년 된 미국의 국운이 한갓 예능 프로그램 떄문에 풍전등화 신세가 된 것을 보며 우민은 상념에 잠겼다. 

  예능 프로 스타가 최강대국의 대통령까지 되는 '트럼프 현상'을 강건너 불구경이라고 생각해야할까? 트럼프와 결은 전혀 다르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대 러시아 항전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도 2015~2019년 방영된 정치코믹드라마 '국민의 일꾼'을 통해 국민적 스타로 떠오는 예능인 출신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한국에도 트럼프와 비슷한 이들이 참 많지 않은가? 온갖 예능에 출현하며 명성을 얻어 기업 상장으로 떼돈을 벌려는 어느 장사꾼이 대표적이다. 그뿐 아니다. 예능출연으로 인해 떼돈을 벌었지만 사생활 논란이 휩싸인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런 점에서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은 예능의 부작용을 감추고 오도하는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인간이 모방의 동물인 한 그리고 명성이 돈이 되는 세상인 한 그 어떤 예능도 그냥 예능일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최강대국 국민이 바보상자에 놀아나는 세상이다. 방송왕국인 대한민국은 바보상자에 놀아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은가?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국회의원만은 이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로 그 폐해을 덮으려는 얄팍한 상혼에 더이상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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