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
2023.12.16
한가한 토요일 오후.
아들은 어젯밤 친구 따라 집을 나가 안 들어왔고, 딸은 아침부터 친구들 만난다고 치장을 하는 아침은 한가한 주말 오후를 예고했다. 같이 나가자고 애절한 눈빛으로 구애를 보내는 모짜르트 (집 강아지)는 평화로운 주말 오후를 방해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마눌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 듯. 반 강제적으로 동네 앞 카페 에스프레소 앱을 깔으니 커피도 반 값 해주는 할인쿠폰이 나왔다. 추운 겨울 집에서 비싼 전기값을 아끼며 카페에 앉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생산적이었다. 카페 창가에 앉아 겨울 특선 산타 카페라테 대자로 시켜놓고 주변을 훔쳐보는 재미 또한 생각보다 쏠쏠했다. 따듯한 커피 위에 차갑고 올려진 크림 위에 부드럽게 카다몬 가루가 뿌려져 있고 시나몬 시럽과 어우러진 라테의 향은 매꼼한듯 달콤했다.
반쯤 읽고 있던 소설책을 펴니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한가한 일상이 얼마만인지 기억조차 나질 안 나는 걸 보면 처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미소를 짓게 하는 구절이 나올 때면, 옆에 앉아 있지만 그 사람들이 모르는 세계 속에서 혼자만의 우월감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장편소설 중에서…158 페이지.
책을 반 넘게 읽으며 남은 책장의 두께가 얇아지는 것이 아쉬워지는 느낌은 확실히 생애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다. / 동네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