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Mar 16. 2020

관계의 끈

현실에서도 가상에서도

 사람과의 관계는 참으로 유연하다. 어느 한쪽이 긴장을 놓치면, 다른 한쪽이 떠나가기도 하고. 어느 한쪽이 너무 마음을 내어주면, 다른 한쪽이 도망가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그러하다.

 어떤 관계는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서로가 크게 긴장하지 않아도 잘 조절이 되는 반면에, 어떤 관계는 시종일관 팽팽하여 긴장이 되고, 잘못하는 순간 끈이 튕겨져 나가기도 한다.

 나는 유년기에 (사실은 몇 해전까지만 해도) 이 끈을 조절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타인에게 나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기가 어려워, 힘들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내 쪽에서 끈을 꾸욱 잡고 있다가 견디기 힘든 순간 놓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쪽의 힘으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끈이 놓아져 버리면 그 관계는 끝이 난다.

 또래들과 지내던 학교를 떠나, 사회생활을 하며, 나는 관계를 좀 더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선배들의 말과 행동,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관계를 탄력 있게 가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할 수 있었다.

 관계가 불편해지기 시작할 때,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가짓수가 늘어난 것이다. 예전에는 '참기'라는 행동 버튼만 있었는데, 이젠 '잠시 멀어지기', '돌려 이야기하기', '유머러스하게 막기' 등의 다양한 버튼들이 업데이트되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잠시 멀어지기' 버튼이다. 예전에 나는 내 마음에 상처가 어느 정도 축적되면 '아주 멀어지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왜? 참기만 했으니까 감정의 파이프가 퐝! 하고 터져버리니까.

그런데 이제는 쾅! 하고 터져버린 감정으로 끈을 마냥 놓쳐버리진 않는다. 그래도 끈을 손에 살포시 쥐고 있긴 하다.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변화라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내겐 아주 큰 변화다. 사람과의 관계는 삶을 살아나가며 변화무쌍하게 내게 다가올 텐데, 2020년의 지금의 나는 여기까지 익혔다.

  

 그런데 요즘, 예전에 내 모습을 인터넷 뉴스와 댓글을 통해 본다. 인터넷 뉴스를 살펴보면, 댓글에 모두 예전의 내가 가득하다. 미움이라는 감정이 들면, 그 대상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선다. 용서란 없다. 반성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 떠나기 바쁘다. (조용히 떠나기만 하면 다행이다. 듣기 힘든 욕지거리를 하며 달려들었다가 떠나는 경우도 많다.) 신기한 것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감정이 든다는 것이다.


 모든 관계가 영원히 끈으로 연결되어질 수는 없다. 끊어져야 할 관계도, 다시 이어져야 할 관계도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그 끈을 무자비하게 끊어버리고, 잇지도 않는다. 이젠 조금 그 끈을 정비해서 다루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끈을 바로 놓아버리기 전에, 나만의 건강한 방법으로 끈을 느슨하게 또는 긴장감있게 쥐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어떻게 끈을 잡아 당기는 지 잠시 기다려보는 것. 괜찮지 않을까?


https://youtu.be/PBE3eXH0iCg

오늘 듣고 싶은 노래. 브로콜리너마저 '울지마'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누구십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