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ngs Feb 04. 2016

우리 속도로 걷자

런던 이태리 여행 에세이

5화 - 타워브리지에 불이 켜질 때 


템즈강을 따라 걷다가 시티홀 근처에 다다르자 건물 앞(아례라고 표현해야 하나.. ㅎㅎ:)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었다. 꽤 규모가 큰 행사였고 잔 맥주나 와인을 즐기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는 꽤 시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연을 좀 즐기기로 하고 나는 잔 와인을 신랑은 잔 맥주를 들고 사람들 사이에 섞였다.

이런 부분이야 말로 내가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제일 큰 이유기도 하다.

스케줄이 빠듯하게 돌아가는 패기지 여행에서는 좀처럼 누릴 수 없는 이런 여유가 같은 장소를 다녀갔다고 해도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음악에 흠뻑 취해 있다가 자리를 바로 옆 포터스 필즈 공원으로 옮겼다.

많은 사람들이 친구나 연인, 또는 그들의 반려동물들과 함께 잔디에 앉자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고 있었다.

허기가 지는 건 아니어서 우리는 근처 작은 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사다가 그들 근처에 자리잡기로 했다.


쌀쌀할 것을 예상하고 점퍼를 챙겨서 나왔는데도 우리나라로 치면 9~10월 정도의 날씨 같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시스루 티셔츠 차림 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예전에 6월의 런던에서 느끼던 날씨는 아니었다.

 어디선가 신랑은 잘도 골판지 같은 것을 주워와 덜덜 떠는 내게 깔아주며 뿌듯 해 했지만 그 효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느낌으로만 표현하자면 살을 에는 추위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주변에 커피를 마시거나 할만한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구경하며 여유를 부려보아도 해가지는 10시가 되려면 2시간 가까이 남았었다.

런던은 여름에 해지는 시간이 9시가 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체감 속도는 한없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한참 전에 해가 사라진 것 같았지만 주위는 대낮처럼 밝았고 하늘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한 속도로 아주 서서히 어두워지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추위는 어두워지는 속도보다는 훨씬 빠르게 강해졌다.

우리는 야경을 포기하느냐 추위를 견디냐를 두고 한 시간 가까이를 고민하다가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아쉬워 야경을 보기로 결심하고 꼭 껴안고 기다려고 기다렸다.

 

드디어 가로등에 빛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타워 브리지를 향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불빛이 가득한 타워브리지는 한없이 로맨틱하였지만 로맨틱함이 추위를 이길 수는 없었다. 

오후까지 느꼈던 행복 감 따위는 추위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우리는 그렇게 불 켜진 것을 봤으니 되었다는 심정으로 뛰다시피 다리를 건너 지하철 역으로 달렸다. 


많은 관광객들이 우리와 같은 처지였는지 같은 방향으로  경주하듯 나란히 경보하고 있었다.

우리의 런던 야경 관광은 어제와 같이 숙소에 돌아와 후루룩 먹어치운 컵 라면과 함께 마감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속도로 걷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