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새벽 리추얼, 청소시간

돈 받고 수련 중입니다.

by 이을

새벽 공기는 늘 비슷한데, 내 마음은 매번 달랐다.

그래도 이 시간만큼은 이상하게 흔들리 않았다.


나는 2025년 4월 4일 금요일부터 2026년 1월 18일 일요일까지, 매주 금, 토, 일 1시간씩 스터디카페 청소를 하고 했다. 기간으로는 42주, 원래 일정대로라면 126번이다. 그리고, 실제로는 작년 추석 명절 때 따 하루만 빼고, 빠짐없이 새벽청소로 하루를 열었다. 숫자로만 본다면 성실함이 먼저 보이지만, 내가 이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은 숫자보다 감각에 가깝다.


새벽의 고요, 손이 움직이는 리듬, 정돈되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


그 기간 동안 나는 국가자격시험을 두 번 치렀다.

하지만, 이 글에서 시험을 크게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시험은 내 일상 한가운데 놓여 있던 '배경'이었다. 중요한 건 그 배경 속에서도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고 있던 것, 그리고 내가 나를 다시 정리해 나가던 방식이다.


내게 이 새벽 시간은 나 혼자만의 리추얼이었다.

하루의 감정이 어떻든, 다행스럽게도 크게 아픈 날이 없었지만 그래도 하루의 컨디션이 어떻든 이 새벽의 루틴은 계속되었다. 기쁘거나 슬프건, 마음이 들뜨거나 가라앉는 날이 있어도, 그건 그거고 새벽은 새벽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손이 움직인 만큼 공간이 정돈되는 확실한 결과가 있었다. 그 반쪽이 내 생활의 평정심을 지켜줬다.


그리고 그 리추얼을 더 조용히 지켜준 건 오디오북이었다.

다만 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 그 자리는 잠시 인강으로 대체했다. 같은 새벽, 같은 청소였지만, 귀에 들어오는 소리만 달라졌다. 마음을 정리하던 시간은 '지식을 채우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나는 그 전환조차도 루틴 안에 담아냈다.

그 외의 날에는 중간중간 오디오북을 들으며 청소를 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새벽의 고요 속에서 흐르면, 고요가 외로움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단순히 일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나를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따라가는 방식으로 나는 나를 조금씩 다시 제자리로 놓았다.


이 리추얼이 좋았던 건 마음뿐 아니라 삶도 조금씩 정리되었다는 점이다. 청소로 번 돈은 매번 아이 계좌로 들어갔다. 원래 남편이 아이 펀드를 관리하던 계좌인데, 어느새 그 안에 내 몫도 함께 쌓이기 시작했다. 내 돈이 포함되어 아이의 자산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보는 감정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내가 오늘을 잘 살아냈다'는 증가가 조용히 남는 느낌이었다.


이제 준비했던 시험들이 모두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오디오북을 들었다. 그리고 놀랄 만큼 편하게 청소에만 집중했다. 사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험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이 청소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반복되는 새벽이 버겁게 느껴졌고, '이제는 쉬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런데 어제는 다시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시험이 끝났고, 다행히 합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긴장이 확 풀려있었다. 만약 이 시간이 없었다면, '이제 됐다'는 마음으로 늦게까지 늦장을 부리며 하루를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는 이 새벽 루틴 덕분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조용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바깥으로 나와 새벽 공기를 마셨다. 어제의 공기와 오늘의 공기가 다르다는 사실에 문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스터디카페로 걸어갔다. 곧 스터디카페 문을 열고 공부하러 올 학생들을 떠올리며 책상을 하나하나 닦고 의자를 정리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바닥을 천천히 훑어 공간을 깨끗하게 만들어놓으니 마음도 함께 정돈됐다. 조용히 가벼워졌고, 산뜻해졌다.

무엇보다 이런 고요함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고요함이 내게 아직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적어두고 싶었다.


내가 나를 지켜낸 방식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반복되는 새벽의 리추얼이었다는 것, 감정의 파도와 상관없이 계속되는 루틴이 있다는 것. 그 꾸준함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오게 했다는 것.


감정은 흔들려도 리추얼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별한 날이 아니라, 이런 평범한 새벽이 나를 회복시켰다.


어제 들은 오디오북 한 권이, 내가 오랫동안 피하던 주제를 정면으로 보게 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 남겨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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