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수련 중입니다.
새벽 5시 반, 나는 청소를 시작한다.
조용한 공간에 남겨진 흔적들은 수험생들이 남기고 간 “나는 불안하다. 나는 벅차다.”라는 말 없는 고백처럼 느껴진다.
올해 4월부터 우연히 시작하게 된 주말 아르바이트.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이어온 이 일은 나에게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수련이다.
사실 청소와 정리는 나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깔끔하게 정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기에, 여러 가지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이 일은 상담 현장에서 쌓인 정신적 에너지를 몸을 움직이며 털어내는 시간이다.
아직도 낯설지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 시간 동안 온전히 몰입해 청소를 하다 보면 머릿속이 서서히 맑아진다.
청소하는 동안 나는 헤드셋으로 읽고 싶었던 책들의 오디오북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채운다.
작은 돈이지만, 몸으로 벌어들인 노동은 오히려 단단한 감각으로 남는다.
특히 상담 현장에서 불안을 다루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책상을 닦으며 흩어진 수험생들의 담요를 예쁘게 접어주고, 책들을 정리하면서 직접 본 적 없는 어린 수험생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곤 한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 주인 없는 책상 위의 풍경은 가지각색이다.
자신에게 격려 메시지를 매일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는 책상도 있고, 매일 깨끗하게 정돈된 책상과 단정히 접힌 무릎담요가 자리를 지키는 깨끗한 책상도 있다.
반대로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인 지우개 가루, 버려진 쓰레기들, 흩어진 무릎담요와 시험지, 참고서, 필기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책상도 있다.
나는 전혀 상반된 대비 속에서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가르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는 불안의 무게를 느낀다.
수능이 가까워지면서 바닥에는 유난히 손톱 조각이 많아졌다.
불안할 때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는 머리카락이 한 움큼 버려져 있기도 하다.
그들처럼 나도 오래전 대입을 위해 공부했고, 아직도 여전히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그들의 불안을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아직 어린 청소년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겁고 버거울 불안에 마음이 아프다.
나는 학생들이 오기 전 모든 청소를 마쳐야 하기에 나의 손과 발은 바쁘게 움직이고, 귀는 오디오북에 집중하지만 또 다른 감각은 이렇듯 스터디카페의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주하다.
마침내 청소를 끝내고 나면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그 길로 동네의 작은 산을 올라 산책을 한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와 푸른 나무들, 흙길을 밟는 감각 속에서 비로소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진다.
밤새 남겨진 불안의 잔해를 정리한 후, 나는 새로운 하루를 단단하게 맞이한다.
이 아르바이트는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아침잠을 포기하고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직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주말의 수련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직은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또 나 자신을 위해 치르는 예식과도 같다.
나만의 리추얼인 것이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정리한다.
그 작은 정돈이 누군가의 불안을 잠시나마 덜어주길 바라면서.
그리고 나는 또 내일 새벽, 눈을 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