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비워내기
요즘 매일 조금씩이라도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별하게 날을 잡아야지 하다가, 계속 미뤄 놓았던 집정리를 우선은 실천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유효기간 지난 화장품 용기들과 오래전 일본 여행 갔다 사온 반신욕제를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아껴서 쓰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사용하다가 반신욕을 안 하다 보니, 제품 통에 얼룩이 생길 만큼 오래된 터주대감이 되어, 목욕탕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나만 살걸, 자주 가지 못 하는 타국 제품이라고 여러 개를 사다 보니, 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집정리 관련 책이나 정보들을 보면, 우선 같은 제품들로 분류하여 다 눈에 보이게 꺼내놓으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얼마나 비슷한 종류의 제품들을 많이 샀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인가를 버리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버린다고 결정한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후, 돈을 주고 구입했지만,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오래 잘 쓰고, 더 이상 사용이 어려워 버리는 경우는 물건에 대한 애착도 있고, 내가 용도에 맞게 잘 선택였기에 사용까지 잘할 수 있었음에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내 선택에 문제가 있었고, 그 선택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며, 사용을 제대로 못 한 과정에도 부족함이 있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남겨두게 됩니다. 그리고, 쌓이게 되지요.
목욕제를 1개만 사고, 2개는 가게에 남겨 두었으면, 아마 다른 사람이 구입했을 것입니다.
꾸역꾸역 3개나 들고 와서 결국엔 이렇게 버리게 되었습니다.
아직 옷 정리도 남았고, 자질구레한 잔짐들도 정리해야 합니다.
하루에 다 몰아서 한다면, 너무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될 때는 조금 더 여러 곳에 있는 짐들을 정리하고, 버리면 될 것이고, 시간이 없을 때는 오늘처럼 버릴 것들을 찾아보면서
보이는 대로 정리하면서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화장품들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좋은 것들을 왜 쓰다가 말았을까? 비싸게 사놓고 제대로 사용도 안 하고, 왜 산 거지?라고 반성하게 됩니다.
곧 영양제를 정리해야 하는데, 사놓고 먹지 않고 그대로 시간이 지나가버린 약들을 정리하는 날에는 또다시 반성하면서 만나기 싫은 나의 그림자를 직면해야 합니다.
제 실수, 안 좋은 경제습관과 만나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피하지 않고 계속 만나보려고 합니다.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챙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동안 물건으로 허기진 마음을 챙겼다면, 이제 물건을 비우면서 내 마음에 틈을 주면서 여유를 주고 싶습니다.
구석구석 집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버려진 것들을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버리지 못하고 남겨두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작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무엇이든 시작이 너무 어렵습니다.
이렇게 시작했으니,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하루 5-10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고, 좀 정리하자 싶을 때는 30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다가, 좀 여유 있다 싶을 때, 시간을 조금 더 낸다면, 사랑하는 우리 집,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인 내 방이 예뻐지겠지요.
오늘도 조금씩 비워내는 연습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