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 현시대의 어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by 소나무

이 시리즈의 명백한 특징은 롱테이크 촬영 기법이다. 보통의 롱테이크는 보이지 않는 컷을 여러 군데에 사용해 한 번에 촬영한 것 같은 연출을 선보인다. 이는 카메라의 움직임, 특수효과, 혹은 정교하게 계산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구현된다. 하지만 ‘소년의 시간’은 길게 촬영하는 롱테이크 기법을 한 번만 촬영하는 원테이크 기법과 결합해 선보인다. 컷이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 마치 연극과도 같은 전개는 단 네 번의 컷으로 마무리된다.


관객이 아닌, 장면 속의 인물과 같은 시점으로 우리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13살 소년이 체포되고, 심판을 받는 과정을 관찰한다. 처음에는 작품의 장르가 추리 혹은 스릴러처럼 보였다. 제이미가 정말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사건 수사 과정을 긴장 속에서 따라갔다. 하지만 3화에서 제이미가 범죄를 자백하며 이야기가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고조된 긴장감은 서서히 잦아들고 남겨진 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마지막 화는 맥이 빠지는 듯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작품을 돌아보고 제목을 떠올려 보니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드라마의 의도는 완벽하게 전달된 것이었다.


제목인 '소년의 시간'은 원래 'Adolescence'로 '청소년기'를 뜻한다. 이 시리즈는 결국 추리물도, 스릴러도, 범죄물도 아닌, 현시대의 청소년들에 대한 담백하면서도 극단적인 고찰을 담고 있다. 담백한 면은 그 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한 점에서 느꼈고, 극단적인 면모는 그러한 환경의 문제점을 살인사건을 통해 묘사한 점에서 느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소년과 소녀들은 온갖 자극과 폭력으로 점철된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인터넷은 이를 배우는 환경이고, 학교는 이를 실천하는 장소다. 가정에서는 무분별한 콘텐츠에 노출된 아이를 통제할 수 없고, 이들에게 사회성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살인사건의 가해자인 제이미는 명백한 악으로 묘사되지 않고, 피해자인 케이티 또한 명확한 선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제이미의 살인 동기가 명시되지 않는 점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다. 이 작품은 그가 살인을 저지른 개인적 이유보다는, 그를 그렇게 만든 환경에 초점을 둔다.


'소년의 시간'의 또 다른 주제는 세대 간의 단절이다. 배스컴 경위는 아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그와 동료들은 아이들이 SNS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부모와 자식, 그리고 어른과 아이 사이의 간격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거리감은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배스컴이 용기 내어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한 것처럼, 그리고 밀러 집안에서 제이미의 누나인 리사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처럼, 올바른 관심과 소통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방안이다.


이 작품은 결국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화해도, 세대 간 간격이 얼마나 벌어지더라도, 우리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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