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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사업가 Jun 25. 2020

맘카페,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무섭고, 이기적 커뮤니티

커뮤니티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도와주는 선순환의 공간이다

우리들 중 시집을 일찍 간 편에 속하는 그녀는 애가 벌써 초등학생이다. 한참 직장 상사 욕을 하며 술을 진탕 마시던 때에 그녀는 우리와 다른 삶을 살고 있었기에 대면대면하였다. 이제는 하나둘 유부녀가 되고 나도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우리의 대화는 결혼, 육아, 미래로 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간 그녀의 얘기를 듣는데 우리는 심한 문화충격을 받았다.


집값이 들썩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학군 좋기로 소문난 동네, 미래를 위해 무리해서 이사를 한 그녀의 동네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했다. 동네 안에는 엄마들끼리 교육이나 육아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가 있다. 가입조건은 그 동네에 살고 있어야 한다. 사실 확인의 명목으로 가입 시 관리비 영수증 혹은 매매 계약서를 사진으로 첨부한다. 가입을 해도 특정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방에 들어가려면 아이의 입학 통지서나 그 이상의 증명할 서류가 필요하다. CIA 수사대의 국가 기밀 수준의 보안과 증거 제시는 엄마들 사이에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기에 정말 충분했다. 그들은 그 안에서 끈끈한 정보를 나누며 ‘아이 잘 키우기’라는 목표 아래 엄청난 팀워크를 이루고 성장한다. 그러면서 입시 설명회를 듣거나 동네의 좋은 정보들을 교환하며 동네 주민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거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다.




문제는 끈끈함의 이면이다. 그들은 자기들의 서클 안에 속한 사람과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배척했다. ‘우리’와 ‘적’이었다. 이 동네에 살지 않은 사람은 그 동네 과외 그룹에 낄 수 없다. 온라인상의 카페 가입도 안되고 정보도 공유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결성한 커뮤니티는 옳고 그 외에는 틀리다는 철저한 폐쇄적 이기주의를 가지고 있다.


커뮤니티는 동물의 왕국과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 주동하는 계급이 있고, 그들을 팔로잉하는 부류가 있다. 주동자가 카톡방에서 공유를 하거나 담합을 시도할 때 호응하지 않거나 도태되면 그 사람을 소외시키거나 자식들의 인간관계에 까지 영향을 주었다. 자신이 지금은 전업맘이지만 과거에 어떤 회사를 다니고 대학을 다녔는지 공개되었고 그 안에서도 서로를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구분 지었다. 커뮤니티에서 소외될까 봐 무리를 해서 따라가려고 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자식의 교육을 위해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이기적 집단 행위를 계속했다. 그들은 음식점, 학원, 유치원 등에서 커뮤니티의 힘을 빌려 갑질을 했고 비위가 상하면 불매운동을 펼치며 소중한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엄마들의 좋은 커뮤니티는 그렇게 오염되고 있었다.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났다. 겉으로는 정보 공유이고 좋은 의도로 포장되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커뮤니티라는 강력한 존재 아래 인간의 밑바닥 속에 감추고 있는 강한 이기심을 실현하고 있었다. 철저한 이익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아이를 교육하면서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대단한 엄마들이 많다. 정말 좋은 취지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받는 맘 카페와 커뮤니티도 많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이렇게 이기적인 면이 있는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푼 마음에 예쁜 치마를 입고 전공 서적을 들고 또각또각 학교를 가던 천진난만한 대학생이 그런 맘충이 되는 건지, 원래 그런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충격의 순간을 잊지 말고 의식적으로 제어해야겠다고 맹세했다. 엄마가 되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경이로움과 아이를 키우는 대단함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 이외의 다른 생명을 성숙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정서적으로 행복하고, 배려받는 삶을 살아 가기 위해 정말 그러지 말자.

아이는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우리 모두 어른인데 어른답게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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