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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린 이수민 Aug 24. 2015

고독, 눈물 그리고 피아졸라



어떤 사고 방식을 가졌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면 깊숙이 ‘외로움’을 안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한다고 갑자기 생기게 할 수도, 없앨 수도 없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의식하며 살지는 않지만 우리와 항상 함께하는 그림자처럼 말이죠.

흔히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혹은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나도 모르는 사이 툭하고 떠올랐던 경험이 있을겁니다.  저 같은 경우엔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실수나 나쁜 경험 중에서도 인간 관계에 관련된 사건들은 뇌에 좀 진하게 새겨져 두고두고 떠오르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믿었던 친구의 배신이라든지, 둘도 없이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이라든지.. 잠잠하고 평화로웠던 감정 상태를 심하게 흔들어 놓는 이런 기억들에 갑자기 노출이 되면 슬픔과 자괴감, 외로움 등이 항상 따라옵니다. 모처럼의 휴일에 집에서 맨얼굴에 잠옷 차림으로 있는데 연락도 없이 불숙 찾아 오는 불청객처럼 말이죠.  



이러한 감정들에 지배될 때 제가 종종 쓰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하루든 몇 일이든 날을 잡고 더 이상 눈물이 안 나올때까지 우는 것! 슬픈 영화나 노래를 들으며 눈이 퉁퉁 붓도록 시원하게 울고 난 다음엔 기분이 한결 후련해지고 감정의 짐을 내려놓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감동 혹은 스트레스로 인해 흘리는 눈물과 단순히 눈에 먼지가 들어가거나 양파를 깔 때 나오는 눈물의 성분은 다르다고 합니다. 감정이 섞인 눈물 속에는 정신과 신체 모두에 안좋은 각종 스트레스 호르몬이 섞여 울 때 같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또한 우는 행위는 온 몸을 이완시켜 혈압과 긴장을 낮추는 효과도 낸다고 하니 우리는 ‘잘’ 울어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그림으로 나의 감정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짐의 무게를 더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유행처럼 번지는 ‘컬러링 북 테라피’도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이 색칠이라는 행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잡생각은 줄이고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오늘 보여드리는 그림은 제가 가끔씩 찾아오는 고독함에 힘들어하며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을 그린 그림 <눈물샘>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반도네온 연주자 겸 작곡가인 피아졸라는 제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음악가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득 담아 만든 음악이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되는 놀라운 업적을 남긴 음악가입니다. 그가 활동하기 이전에는 주로 춤의 반주 음악으로만 쓰이던 ‘탱고’가 그로 인해 ‘무대 연주용’으로 격상되어 연주자들만을 위해 작곡 되어지고 연주되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피아졸라의 음악은 빠른 속도와 화려한 주법으로 탱고의 열정을 표현한 곡, 혹은 서정적인 멜로디를 끈적끈적하게 노래하는 곡으로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새롭게 창시한 이 장르를 ‘누오보(New라는 뜻) 탱고’라고 부릅니다.

제 그림 <눈물샘>과 어울리는, 오늘 들려드릴 음악은 피아졸라의  <고독 Soledad>입니다. 곡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예상 가능하게 해주는 제목처럼 이 곡은 느릿느릿 발을 질질 끌고 걷는 듯 우울한 분위기를 길게 끌고 갑니다. 슬픔에 젖어 얼굴이 온통 눈물로 뒤덮인 여인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곡의 제일 마지막 부분인데 이 곡을 통틀어 제일 높은 음을 모든 악기가 네 번을 반복해서 연주합니다. 반쯤 미친 사람의 비명 혹은 절규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부분은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벌써 8월의 끝자락이네요. 열로써 열을 이긴다는 ‘이열치열’의 뜻을 받들어 저는 이번 여름에 삼계탕을 세 번이나 먹었습니다. 제가 만든 말이지만 비슷한 맥락으로  ‘이애치애’ 정신을 가져보는 것도 슬픔, 외로움, 괴로움을 이기는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오늘 제가 소개한 고독을 다룬 그림과 음악으로 여러분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피아졸라 <고독 Soledad> 유투브 바로 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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