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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린 이수민 Jun 18. 2021

서로의 뮤즈가 된 부부, 김향안과 김환기

환기미술관 [김향안, 파리의 추억] 전시


입구의 포토존

장항준 감독님이 방송에 나와 자신을 '김은희 작가의 아내'라고 소개하는 것처럼 나는 김환기를 '변동림(김향안의 본명)의 남편'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하는 남자의 성과 아호를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한 예술가를 보듬어 키우고, 글과 사진으로 둘만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후에는 직접 그림을 그려 화가로 이름을 남긴 김향안.


30년간 부부로 지냈던 남자를 떠나보내고 이후 30년간은 둘의 추억의 장소를 옮겨다니며 예술을 하며 살았다. 1976년부터 김환기재단을 세워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였고, 1992년에는 부암동에 환기미술관을 설립했다.



환기미술관 본관과 별관

수향산방이라는 이름의 별관은 그의 새로운 호 '수화'와 그녀의 이름을 한글자씩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산에 있는 방이라는 뒷 두글자도 꽤 멋스럽다. (수민산방 만들고 싶다...)



별관의 입구에는 김향안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놓여져 있다

이번 달 네이버 공연전시판에 실을 칼럼을 위해 방문한 환기미술관의 [김향안, 파리의 추억]전에서는 김향안이 1960년대 화가로 등단한 후 초기에 그렸던 유화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김환기의 그림을 '달'로 비유하자면 김향안의 그림은 '해'이다. 그는 한낮의 자연광 아래에서 도시와 자연을 그렸다. 자신이 투영된 그림 주제들, 몽환적인 선, 겹겹이 쌓인 이중색에서 그만의 특징이 드러났다.



김환기가 달이라면 김향안은 해이다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는 피라미드를 그리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언젠가부터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고 있다. 같이 불타던 불씨에 불을 이어 더 한층 황홀한 불꽃을 피우는 일과로 산다."


불씨와 불씨가 만나 화려하다 못해 황홀하게 타올랐고, 아직까지도 그 온기가 남아 우리나라 미술계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


김광섭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김환기의 그림 제목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들의 혼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났을까...








성심 (2021)


+ 전시를 가면 어떻게든 마음 속에 담아오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이 그림이 그랬다. 김환기가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 그린 <성심 Sacred Heart>. 클로즈업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작품 앞에서 서서 그림.


정화된 밤 (2021)

++ 부리가 긴 새, 하얗게 차오른 보름달, 겹쳐 보이는 산봉우리, 은은한 구름, 높이 솟은 처마... 김환기의 눈에 비친 밤은 고요하고 정화되어 있다. 템플스테이 가고 싶다.


환기 스타일의 자화상 (2021)

+++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김환기의 스케치북 드로잉에서 영감 받은 <환기 스타일의 자화상>.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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