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속 4N k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걷는다 Nov 15. 2022

보는 눈,
그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나보다 나이가 많-이 아래인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을 때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그 사람의 말.

"너는 뭔가... 정해진 틀이 있는 것 같아. 새로운 거 안 해?"

그렇게 묻는 목적어가 스타일링일 때도 있고 음식이나 일상의 무엇일 때도 있었다.


되는 일 하나 없던 그때 마흔 살 무렵, 나는 모든 면에서 내 인생 최저의 자존감을 갱신하고 있었다. 자존감은 실제적으로 벌어지는 일과 그 결과에 따라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응, 내가 지금 이것을 처음으로 해보는 게 아니잖니? 그동안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데 들어간 돈과 시간과 품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해. 그걸 다아- 해보고나서야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겨우 얻게 된 거야. 그래 이제 좀 편해졌는데 뭐 어쩌라고."

라고 그때의 나는 오목조목하게 대꾸하지 못했다. 


쪽팔림 혹은 돈지랄, 헛짓거리 등 이삼십 대를 지나는 동안 心상 身상에 데미지를 남기고 그렇게 얻은 값진 시행착오는 지금 내 몸에 편한 "걸치는 것/ 바르는 것/ 먹는 것/ 일/ 관계/ 루틴/ 기타 등등"이 되어있다. 그래.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니 앞으로도 실험은 계속되겠지만 꽤 많은 부분,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건 사실이고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만큼 평화의 면적이 넓어졌다.


며칠 전에 정말 오랜만에 인상적인 광고 카피를 영접하고는 입 밖으로 오렌지주스를 흘릴 뻔했다.

처음 귀에 꽂힌 내레이션은 이러했다.

보는 눈, 그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 수만 번의 좌절 끝에 마침내 얻게 되는 거지.

그러니 너의 실패는 절대 헛된 게 아니야.

Keep trying Keep it going

너, 보는 눈 있잖아? 


와, 풍성한 노이즈. 정확한 딕션. 확실한 메시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멋진 윤미래의 음성이었다.


물론 그 광고는 "그러니 계속해서 이것저것 입어보고 시도해봐. 너도 슈퍼스타 될 수 있어."가 골자이고

나는 "일 년에 네 벌이면 돼. 후지지 않고 편안한 교복." 주의가 된 사람이지만

그건 '옷' 이야기고. 

내 귀엔 반드시 옷에만 국한되어 들리지는 않는다. 

꼬리를 세우고 선택시도집중폐기의 캣휠을 타고 있는 요즘 나의 일상.

그런 나에게, 그 카피는 다가와 꽂힌 것이다. 멋있게도.




보는 눈, 그건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견디기 힘든 조롱

셀 수 없는 손가락질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

수만 번의 좌절 끝에

마침내 얻게 되는 거지

그러니 너의 실패는 절대 헛된 게 아니야

Keep trying

Keep it going

그럼 결국엔 락스타, 힙스타, 슈퍼스타, 아이돌, 아이콘, 아이데 닉

Why Not?

크게 떠봐

네 인생

Greatest of all time

멋지게

너, 보는 눈 있잖아?      

[코오롱 몰 광고 카피 전문 / by 제일기획]




매거진의 이전글 씩씩해지기가 쉽지 않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