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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와 물류

규제에서 찾는 비즈니스의 틈새

by 엄지용

지난 주말, 망원동 한강버스 선착장을 찾았습니다. 9월 29일부터 안전 점검과 재정비를 이유로 한 달간 운행이 중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멈추기 전에 꼭 한 번은 타보고 싶었거든요.


굳이 한강버스를 타고 싶었던 건, 지난해 물류업계 분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한강버스를 도심 물류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저에게 묻더군요.


당시 제 속마음은 솔직히 이랬습니다. ‘굳이 왜 한강을...?’ 서울 도심에는 이미 택배차와 오토바이가 깔려 있고,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도 여러 개 존재합니다. 경제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수상버스가 이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어 보이지 않았거든요. 만약 한강 물류가 효율적이었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업들이 진작 뛰어들었겠죠.


그럼에도 그분들이 기회를 본 이유는 있었습니다. 바로 ‘규제’였습니다. 서울시는 사대문 안에서 경유 화물차 운행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었고, 이런 규제 환경 아래에서는 새로운 친환경 대체 운송수단을 운영하는 기업에게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거죠.


듣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당장 경제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이 붙는다면 소규모 사업권을 통해 운영기업이 이익을 얻는 건 가능할 것이고요. 만약 그 과정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이 증명된다면 더 큰 인프라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바람대로 모든 내연기관 차량을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바꾸는 건 여전히 어렵다고 봅니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틈새에서 돈벌이 기회가 생길 수는 있겠다 싶었죠.


제가 한강버스를 찾은 이유는 그 가능성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당장 한강버스는 물류가 아닌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개발됐지만요. 미래에 올지도 모르는 ‘한강 물류’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아쉽게도 갑작스러운 결항으로 인해 결국 저는 한강버스를 탑승하진 못했지만요.

한강 버스와 물류.jpg 한강버스 망원 선착장에서 만난 예기치 못한 결항 안내 ⓒ엄지용

사실 한강버스가 지금 비판받는 이유는 제가 처음 가졌던 물류 관점의 의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안전도 문제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자가용 같은 대체 이동 수단과 비교하면 경제성과 효율성이 전혀 나오지 않거든요. 배차 간격은 1시간, 마곡에서 잠실까지 무려 2시간, 여기 더해 선착장에서 도심지까지 추가 이동 시간까지 걸리니 도무지 출퇴근 수단으로 사용하긴 무리처럼 보입니다. 가뜩이나 첫배가 뜨는 시간은 11시인데, 퇴근은 그렇다 치고 이걸로 출근이 가능한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3000원짜리 유람선’이라 생각하면 한강버스는 꽤 괜찮은 경험입니다. 예전 자전거 라이더였던 제가 ‘아라뱃길’을 사랑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었으니까요. 다만, 혹여 있을 한강 물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 텅 빈 김포 아라뱃길 컨테이너 터미널처럼 ‘쓸모를 잃은 흔적’으로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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