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물류, AI는 어디까지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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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아직 20대의 풋풋한 열정이 남아있던 시간들, 전문기자로 업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민했던 치열한 날들이 스쳐 갑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이렇게 진지하게 살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저와 커넥터스를 만든 건 분명합니다.
그날 우리는 2025년을 회고하며 각자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나눴습니다. 내년 결혼을 앞둔 후배 기자는 얼마 전 경기도에 신혼집을 마련했습니다. 타일도, 벽지 인테리어도 스스로 하면서 취향을 담아 공간을 꾸몄는데 그 경험이 너무 소중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얼마 전에 주방 타일을 붙인 기억이 떠올라 공감이 됐습니다. 붙일 땐 분명 힘들었는데, 이게 주방을 볼 때마다 그 추억이 떠오르더군요.
지금은 NGO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는 인도네시아 출장 경험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습니다. 너무 힘들었는데, 일본인 동료와 안 매운 소스를 발견하며 즐거웠다나요. 사실 힘들었던 이야기가 절반이 넘었는데, 그조차 이 친구답다 싶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함께 일하던 시절, 이 후배는 가까운 술친구로 많은 불만(?)을 함께 나눴거든요.
전 직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배 기자는 대만 여행 경험을 전했습니다. 먹방 영상을 보고 친구와 불쑥 떠난 투어라고 하는데, 그 돌발적인 실행력은 여전하다 싶더군요. 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선배인데, 대만은 그중에서도 5위 안에 들 정도로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철판 볶음’이라고 하는데, 짧은 단어로 그 묘사를 따라갈 수 없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금은 언론업계를 떠난 선배 기자는 이직 경험을 꼽았습니다. 사실 기자 일을 그만두면서 커리어가 끝난 것은 아닌가, 많이 걱정하기도 했다는데요. 의외로 기자 일을 그만두니 더 많은 기회가 연결됐다고 합니다.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은 새로운 일자리 제안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다만 한 편에서 열심히 하고 싶었던 연애는 전부 잘 안돼서, 내년에는 진짜 즐거운 일을 들고 온다고 하니 기대해 봅니다.
전 직장 동료이자 지금은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승윤 님은 이제 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됩니다. 예쁜 딸이라고 하는데요. 아이의 심장박동을 녹음한 편지를 부모님에게 전했던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이날 딸 이름 짓기 콘테스트도 열었는데, 별별 아무 말이 다 나오더군요. 기억에 남는 이름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추천 남겨주시면, 승윤 님이 선정하여 상품을 드린다고 하니 편하게 남겨주세요.
마지막으로 저는 ‘생존’을 꼽았습니다. 올해 6월 신규법인을 설립하고, 단독 대표로 커넥터스를 운영한 지 6개월이 지났는데요. 달마다 마음 쫓기는 순간이 있지만 아직 자본 잠식되지 않고, 흑자 운영을 하고 있으니 이만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덕분이고요. 특별한 부탁을 드리지 않았음에도, 숙제를 내주신 광고주님들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2018년 처음 그들을 만나고, 8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가치관은 조금씩 다를지라도요. 우리 모두가 내년에도 안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도요.
연말이 되니 올해 물류업계의 변화를 회고하고, 내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행사가 참 많이 열립니다. 최근 저는 비욘드엑스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미래물류기술포럼이 11월 출간한 단행본 <물류 트렌드 2026> 북토크 행사에 다녀왔는데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16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공저로 참가한 책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만, 놀랍게도 그들이 짚는 맥락에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요는 팬데믹 이후 일상이 된 불확실성은 2026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기업들의 치열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 전략의 중심에 놓인 기술 키워드는 단연 ‘AI’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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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트렌드 2026> 공저자인 어재혁 LX판토스 부사장(CL사업부장)은 “극단적인 효율성과 최적화를 추구하던 시대가 끝났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지난 수십 년 글로벌 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 체제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관세장벽으로 대표되는 폐쇄적 자국 우선주의로 무너지면서, 과거에는 당연하게 자리 잡았던 공급망 최적화 전략들이 더 이상 들어맞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물류회사는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빠른 대응, 내지는 최적화와 효율화를 고민했고 이것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동시에 그전에는 발생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던 위험이 언제든 자주, 크게 터질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사실을 주어진 상수 요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공급망 불안정성, 불확정성에 대응하는 전략이 될 것입니다”
- 어재혁 LX판토스 부사장(CL사업부장)
물류에서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요인은 크게 항만, 공항, 창고 등 거점과 해상, 항공, 육운과 같은 운송 경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를 어 부사장은 점(Node)과 선(Link)이라 표현했는데요. 많은 기업들이 해상운송, 항공운송과 같은 선을 잘 살피고 있지만, 의외로 변동성은 ‘점’에서 더 크게 일어나곤 한다는 것이 어 부사장의 진단입니다.
우리에게 가까운 예시로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절 이벤트로 주문이 폭증했을 때 ‘창고’가 견딜 수 있는지 살펴본다면, 이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슈입니다. 단순히 오토바이나 항공기처럼 빠른 배송 수단을 준비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요. 사전에 수많은 상품 중에, 어디에 있는 고객이, 무엇을 주문할지 예측하여 재고를 거점에 전진 배치해야 하고요. 이에 맞춰 거점에서 일할 인력을 준비하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등 운영 최적화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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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부사장은 “광군절과 같은 이벤트 기간에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이커머스 물동량과 주문 데이터를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먼저 풀필먼트센터의 자동화 및 처리용량(Capacity)이 올라갔고, 동시에 예상되는 프로모션에 앞서 물리적으로 상품과 물류 운영, IT 역량을 준비했기 때문”이라 전했습니다.
<물류 트렌드 2026>의 또 다른 공저자인 쿠팡의 고기덕 상무는 쿠팡 풀필먼트센터의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물류 설비와 시스템 예산을 기획 집행하여 운영을 준비하는 ‘셋업’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는 수요예측 기반 창고 운영에 대해 아래와 같은 생각을 더했습니다.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가장 많이 나가는 상품이 무엇일까요? 학용품입니다. 이와 같은 계절적 요인과 요일별 물동량 차이를 고려하여 빠른 시간 안에 패킹하고 배치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돌아가야 합니다. 많이 나가는 순서대로 고빈도, 중빈도, 저빈도 제품별로 재고 배치를 먼저 하여 효율화를 합니다.
요즘 추세는 물류 공정별 작업 시간을 축소시키거나, 아예 로봇으로 공정 시간을 없애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상품을 입고 받을 때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중간 작업을 생략시키고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줄이는 방안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내년이나 내후년도에는 무인 풀필먼트센터까지 점차적으로 도입될 겁니다”
- 쿠팡 고기덕 상무(Service Design Excellence, Program Management Director)
반면 MFC(Micro Fulfillment Center) 기반 빠른 1시간 배송이 확산되는 데는 아직까지 규제와 비용 측면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고 상무는 “MFC는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고 누구나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ROI(Return on Investment) 측면에서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며 “물론 아마존이 최근 5시간 배송을 몇 개 도시에서 파일럿 테스트하는 것처럼 ‘수시간 배송’은 현재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정말 이러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기업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토크 현장에서는 물류업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 기술의 가능성을 묻는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MFC를 운영하고 있는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엄청나게 많은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역량을 키우려면 결국 예측을 통해 재고를 전진 배치하고, 시장 수요가 맞아 떨어져야 ROI가 나올 것”이라며 “과연 유통사가 아닌 물류만 하는 3PL 회사가 MFC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 상무는 “유통업계의 마진이 크지 않아서, 상품을 직접 보유하고 전체적인 엔드투엔드 물류를 처리하면서 비용 절감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3PL 물류사가 MFC만 서비스로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필요한 서비스는 맞고, 수요도 존재한다. 결국 이런 제약을 이겨내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 답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위험을 AI가 대응할 수 있을지 질문한 청중도 있었는데요. 한 AI 물류 솔루션 기업 엔지니어는 “과거 물류 리스크 관리가 수식화될 수 없던 이유는 현장 이슈의 데이터화가 어렵고, 예측 또한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에이전틱 AI 시대에 LLM(Large Language Model)이 가장 잘하는 것이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것인데, 앞으로 AI 시대 리스크 관리와 의사결정은 어느 정도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질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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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어 부사장은 “에이전틱 AI 기술로 현장 데이터를 정형화하는 것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공감하면서도, “하지만 현시점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건 완전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고, 공급망의 피크는 너무 급격하고 짧은 시간에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어 부사장에 따르면 이런 일들은 AI에 자율의사 결정이 결합된 ‘에이전틱 AI’라도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마음과 다음 행동을 쉽사리 예측하지 못하는 것처럼, AI도 마찬가지거든요. 이건 AI가 학습할 과거 데이터라 할 것이 마땅치 않으니까요. 팬데믹이든, 러-우 전쟁이든,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든, 앞으로 펼쳐질지 모르는 대만과 중국의 첨예한 상황까지.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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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어 부사장의 조언입니다.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이슈에 대해서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고요. 동시에 AI 알고리즘과 수요예측 역량 고도화는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결국 다시 ‘애자일(Agile)’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AI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공급망을 만드는 도구 중 하나이고요. 이를 다루고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우리들의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분투하고 있는 많은 이들의 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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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트렌드 이야기를 했으니 한 마디 덧붙이자면, 과분하게도 제가 내일(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2026년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2025년 풀필먼트 시장 동향 및 2026년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게 됐습니다.
이따금 기업이나 기관, 학교 강연은 해봤지만, 대한민국 3대 경제인 단체로 꼽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이라니 참 많이 떨립니다. 사실 매년 열렸던 이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는 저도 여러 번 참가하여 연사들의 발표를 글로 정리했는데요. 이제 제가 글감이 돼 버렸네요. 부끄럽지 않은 발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발표 주제로 준비한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쿠팡의 성장 독주와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여타 플랫폼과 3PL의 ‘얼라이언스 구조’를 다룰 거고요. 둘째로 상향 평준화된 고객 니즈에 맞추기 위해 점차 확산되는 ‘온디맨드 물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쿠팡의 독주와 소비침체에도 성장하는 버티컬 시장과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풀필먼트 영역 확장의 기회를 전하려고 하는데요.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의 발표이지만, 현직 실무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눌러 담아 전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내일 기회가 되는 분들은 현장에서 인사 나누면 좋겠고요. 관심이 있지만 늦게 알아서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는 분이라면 아래 이번 발표 내용의 기반이 되는 콘텐츠를 정리해 놨으니, 참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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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12월 이벤트 공지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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