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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AI 자동화가 안 되는 3가지 이유

실무자들에게 물었다, 왜 물류 현장에는 AX가 쉽지 않을까

by 엄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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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AX 시대, 물류 일자리는 무사할까

얼마 전, 한 대형 물류기업에서 일하시는 독자분의 요청으로 커피챗을 했습니다. 요즘 이분이 가장 깊게 고민하는 주제가 ‘상하차 자동화’라고 하더군요. 이미 한 자동화 설비업체와 MOU까지 체결해, 현장 검증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했습니다.


이 설비업체가 다루는 기술이 꽤 흥미롭습니다. 택배차나 간선 차량의 적재함(탑) 바닥에 컨베이어 벨트를 심어두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격벽판이 화물을 앞으로 쓱 밀어주는 구조입니다. 사람이 적재함 안으로 들어가 무거운 상자를 던지고 끌어내던 고된 공정이 대부분 사라지는 방식이죠. 업체 설명에 따르면 상하차 시간이 최대 70%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ADKq_NaLO-VJfeCDimm6zBQWI7bCJA7zmd-uGB3K1lDslJyU2jkvBowa_Fi6r5uIcoA-3AMy6Jkk6eY21CJNK8vr1P5SZ2uZVDw--mOkp9gKlvt1WvfE=s0-d-e1-ft 설비업체의 자동화 기술 개념도 ⓒ업체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말이죠.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설치비가 차량 한 대당 약 400만 원. 상하차가 편해지는 건 명백하지만, 택배기사님이 자기 돈을 들여 설치할 만한 금액이냐 하면 좀 고민이 됩니다. 그렇다고 택배사나 대리점이 대신 부담할 만큼 수익성이 넉넉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죠. 결국 이 기술이 택배 현장에 실제로 들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 실무자 입장에서는 회의적이라 하더군요.


그럼 B2B 간선운송은 어떨까요? 여기엔 또 다른 장벽이 있습니다. 이미 팔렛트 단위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지게차 중심의 공정이 완전히 표준화돼 있습니다. 포장 단위도, 상하차 동선도, 인력 배치도 모두 이 흐름에 최적화돼 있죠.


이런 현장에 새로운 자동화 설비가 들어오려면 단순 편의성 이상의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빠르고, 싸고, 생산성이 좋아야 한다는 것. 여기에 대해선 “아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실무자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날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저는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요즘 업계에서는 DX를 넘어 AX까지 거론되지만, 정작 많은 물류 현장에 로봇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로봇의 경제성이 아직 인간을 넘어서지 못해서입니다. 예전에 한 IT 물류 실무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센터 작업자들은 DAS 버튼을 손, 발로 찍고 다니면서 춤을 춥니다. 분류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이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피지컬 AI가 도래한 시대라고 하지만, 아마 당분간 인간의 물류 일자리는 안전할 겁니다. 인간이 여전히 싸고, 빠르고, 상황 판단에 유연하니까요. 하지만 기술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는다면, 그러니까 인간의 프로세스를 완전히 이길 만큼 빨라지고, 저렴해지고, 유연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정말 택배기사가, 택배업체나 대리점이 400만 원을 안 쓸까요? 변화는 어느 순간 물밀듯이 다가올지 모르겠습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왜 물류 현장에는 AX가 쉽지 않을까

앞서 상하차 자동화의 단편적인 사례를 살펴봤지만, 이 문제는 특정 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여러 대형 유통·물류기업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다른 업종과 현장을 운영하는 환경에 있음에도 AX 도입이 막히는 지점은 놀라울 만큼 비슷합니다.


그 고민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독자 여러분의 현장에서도 이미 느끼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① 커스터마이징의 문제


대형마트 운영사 실무자 A씨는 요즘 입고·하차 구간의 자동화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형 물류기업 실무자의 고민과 맥락이 비슷했는데요. 트럭에 실려 들어오는 화물을 지게차가 내리는 기존 방식 대신 자동화 설비로 하차를 대체할 수 있을지, 그리고 파렛트로 내려온 상품을 자율주행 로봇이 후방 물류 공간이나 매장까지 자동으로 진열할 수 있을지가 그의 핵심 질문이었습니다.

ADKq_NYStio46aYgVUXkioN031wnjSegnw2zYsJi4nazkHBxMPCTO8D3EizlWnluiELWa5CKEP0nFH2_C5Ep6PMe22zbxyQ0MB-NWS1_3waqhh47JK24=s0-d-e1-ft 홈플러스 매장의 후방 하역장 모습 ⓒ커넥터스

문제는 현장의 복잡성이었습니다. A씨에 따르면 제조 현장은 어느 정도 환경을 통제하고 표준화할 수 있는 반면, 유통 현장은 변수의 폭이 너무 넓습니다. 예컨대 SKU(Stock Keeping Units)가 제조 현장 대비 압도적으로 다양하고, 상품 특성이 제각각이라 로봇이나 설비에 요구되는 기능이 달라지고요. 매장 진열 자동화까지 고려하기 위해선 설비 동선 내 고객의 안전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같은 환경이 반복되는 편인 제조와 ‘매일 조건이 달라지는 유통’은 자동화에 필요한 전제가 다르다는 건데요. 그래서 A씨는 해외 레퍼런스를 포함해 다양한 솔루션을 검토했지만, 자사 현장에 정확히 맞는 설비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답은 ‘커스터마이징’이었습니다. 기존 설비를 조합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개발하여 채워 넣는 방식이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투자 대비 수익률, ROI(Return on Investment)였는데요. 필요한 기능을 모두 만족하는 설비는 비싸지고, ROI를 맞추다 보면 기능이 부족해지는 딜레마 속에서 ‘적정 조합’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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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데이터의 문제


AX 시대 산업 역량 고도화를 위한 자산은 ‘데이터’라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대안을 제안하고 실행까지 하는 ‘에이전틱 AI’든, 물리 환경을 이해하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피지컬 AI’든 이를 고도화하기 위한 기반은 데이터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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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대형 물류기업 실무자 B씨에 따르면 자동화 설비, 즉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비교적 다루기 쉽습니다. 센서와 장비가 일정한 규칙으로 작동하고,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기록된 데이터 수집도 용이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물류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걸 간과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작업 데이터는 설비와 다르게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작업 데이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력과 설비 배치 판단 자체가 어려워진다고요. 물류 AI 솔루션사 실무자 C씨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AI가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표준화된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표준화 체계가 매우 부족합니다. 올해 테크 업계의 화두가 MCP(Model Context Protocol)인데요. AI 모델이 표준화된 방식으로 외부 도구를 연결하는 개방형 프로토콜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도구 연동을 넘어서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져야 물류 프로세스 전체를 엔드투엔드로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 물류 AI 솔루션 실무자 C씨


③ 비용의 문제


AX가 현실에서 멈추는 지점은 결국 경제성입니다. 특히 물류업계는 치열한 ‘저단가 경쟁’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물류 서비스 단가는 사실상 상한선이 정해져 있고, 아무리 서비스 품질이 좋아져도 화주사가 그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예컨대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조차 결국 택배의 익일배송 단가 구조를 따라가는 것만 봐도 시장 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더 좋은 서비스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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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실무자들이 마주하는 고민이 바로 ‘단가 구조’입니다. 대형 물류기업 실무자 D씨는 기존 물류 단가 산정 방식이 거의 모두 ‘인건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AI나 로봇 기반 자동화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이 기준도 사람에서 ‘로봇’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초기 투자비, 유지보수비, 시스템 연동비용 같은 요소들이 기존 인건비 기반 단가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자동화가 확대될수록 단가 체계 전체를 다시 짜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D씨는 당장 신기술을 전면 도입하는 대신, 현행 단가 구조를 흔들지 않으면서 투자 논리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RFID처럼 이미 검증된 기술을 물류센터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 ROI를 충족시키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물류센터 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은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첨단 장비를 들여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화주사에게 요구할 수 있는 단가 상한선을 맞추고 ROI를 기반으로 경영진들을 설득하기 위한 ‘현실형 전략’으로 평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문장은 비용 문제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설명합니다. “물류 현장의 AX는 우수한 기술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의 원가가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난제를 정리해 보면, 결국 물류 현장의 AX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결론에 닿습니다. 커스터마이징은 환경의 복잡성에서 나오고, 데이터 문제는 표준화의 한계에서 비롯되며, 비용 문제는 인건비 중심의 단가 설계와 치열한 저단가 경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의 성숙도보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현장의 요구 조건이 더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세 영역이 풀리는 순간 물류 자동화의 변화 속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여러 기업이 AX의 실험적 단계에 들어섰고, 작지만 중요한 기초 기술들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현장에 맞는 기술’, ‘표준화된 데이터’, ‘납득 가능한 원가’라는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 온다면, 물류 현장은 지금과 전혀 다른 풍경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현실적인 AI 기술을 찾아서

앞서 AX가 화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돈’이 문제라는 결론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요즘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마스오토’는 꽤 흥미로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현실적인 기술’, ‘돈 되는 기술’만 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스오토는 화물운송에 활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합니다. 헌데 이들이 기술보다 집요하게 파고든 포인트는 ‘비용 구조’입니다. 기존 라이다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 트럭 1대당 2억2000만원 수준이라면, 마스오토는 지금도 약 1000만원, 양산되면 500만원대까지 자율주행 전환 비용을 낮추겠다고 공언합니다. 여기에 연비 절감 효과까지 얹어, 물류사와 화주사, 화물차주 모두가 계산기 두드려 볼 만한 수치를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첨단 AI 기술이 현장에서 멈추는 이유는 대개 비슷합니다. ‘기존 프로세스보다 좋은가’에 앞서, ‘기존 프로세스 이하로 원가 절감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가로막힙니다. 마스오토는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아예 비용 구조 자체를 기술 전략의 중심에 놓은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산업부 182억 컨소시엄의 주관기관이 됐고, 국내 미들마일 운송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것 같고요.


자세한 내용은 커넥터스가 진행한 인터뷰 콘텐츠에서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스오토가 왜 라이다 대신 카메라, 모듈식이 아닌 E2E 방식을 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3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도 될지 정리해 봤습니다. AX 시대에 진짜 현장에서 살아남는 AI 기술은 무엇인지,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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