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의 성장 조건이 바뀌고 있다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4월 2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까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최근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 관계자 한 분과 통화를 나눴습니다. 자연스럽게 네이버가 파트너 물류기업과 함께 만들고 있는 빠른 물류 솔루션 ‘N배송(네이버배송)’ 이야기가 나왔고요. 특히 요즘 확대되고 있는 ‘N배송 직계약’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구조를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N배송은 셀러와 물류기업이 직접 물류비용과 조건을 협상합니다. 플랫폼인 네이버는 N배송 추가 노출과 구매 발생에 따른 솔루션 수수료를 받고요. 반면 N배송 직계약은 네이버가 직접 셀러와 물류비를 정하고 계약을 체결합니다. 물류기업은 이 조건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수행하는 물류 실행사가 되는 구조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야심작 ‘N배송 직계약’이 뒤바꿀 물류 생태계: 선택받거나, 도태되거나?, 커넥터스]
저와 통화한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 입장에서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단가입니다. N배송 직계약 수행 물류업체는 비딩을 통해 결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형성된 가격이 물류 사업자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까지 내려갔다는 평가입니다. 수익성을 만들기 어려움에도 대규모 물량 유치를 위해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 간 ‘저단가 경쟁’이 펼쳐졌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서비스 수준(SLA)입니다. 네이버가 요구하는 배송 품질 기준이 꽤나 까다로운데, 이를 맞추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및 운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였는데요. 결과적으로 N배송 직계약 물류기업은 물량을 확보하지만, 가격 결정권을 잃고 수익 구조는 얇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편에서 여기 선정되지 못한 기업들의 소외도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미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들로부터 N배송 물량을 재위탁 받아서 처리하고 있는 물류기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맞는 방향인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돌아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표현이 물류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네이버가 ‘개방형 물류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물류기업의 파트너 참여를 허용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 말이죠.
이제 현장을 바꿔봅니다. N배송 직계약 파트너 물류기업 경영진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쪽에서도 고민은 없지 않았습니다. 앞서 다른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 관계자가 지적했듯 N배송 직계약 물량의 ‘수행 단가’는 실제로 일반 화주사 대비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요. 동시에 네이버가 요구하는 제약 조건들을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의견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물류기업에게 있어 N배송 직계약 구조는 물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이 구조 안에 들어간 물류기업들의 사업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물량이 늘었고, 매출은 증가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수익성까지 유지하며 효율을 증명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험난한 풀필먼트 시장에서 ‘품고’가 3년 연속 흑자 낸 비결 : 업계 내외부의 평가들, 커넥터스]
그런데 이 설명은 한 가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이 성장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같은 장면을 조금 비틀어 보면, 다른 구조가 보입니다. 이 성장은 특정 플랫폼, 즉 네이버에 대한 의존을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커넥터스 취재 결과, 일부 N배송 파트너 물류기업의 네이버 물량 의존도는 30%대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특정 플랫폼의 물량이 사업 구조를 지탱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는 물량이 끊긴다면 단순히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사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가 동시에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N배송 물량 이상으로, 별도의 성장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함께 관측됐죠.
해법은 비교적 명확해 보입니다. 네이버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하되, 동시에 의존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네이버 파트너 물류기업은 지마켓, 11번가, 카페24 등 다양한 플랫폼과 협업을 확대하며 주 7일 익일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물량을 분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의도가 희망처럼 흘러가긴 쉽지 않습니다. 이미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 구도는 명확하게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으며, 그 외 중하위권 플랫폼들은 빠르게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플랫폼과 협력하더라도, 특정 플랫폼에 쏠리는 물량 의존도를 줄이기 쉽지 않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로 집결하는 쿠팡 경쟁사들, N배송 거래액 50%는 가능할까, 커넥터스]
한 편에서 다른 선택지는 뻔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원가 혁신’입니다. 저단가 경쟁을 견디고 마진을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일부 물류기업은 자동화 설비 투자, 운영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정 수준에서는 효과도 확인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해법은 되지 못합니다. 이미 효율화가 진행된 물류 현장에서 추가적인 원가 절감은 굉장히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더군다나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포장 부자재, 운송비 등 물류 원가는 치솟고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돈 있어도 못 사는 뽁뽁이, 물류의 기본값이 흔들린다, 커넥터스]
여기에 하나의 선택지가 더 거론됩니다. 물류 외 영역에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물류 솔루션, 컨설팅 등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물류 실행에서 발생하는 수익성의 한계를 다른 사업으로 보완하려는 접근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로지스올이 뜬금(?) ‘물류 자동화 설비’ 기업을 인수하는 까닭, 커넥터스]
다만 이 역시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물류 외 사업이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을 만들어 내기까진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물류 솔루션을 향한 시도는 많았으나, 그 이상의 실패 사례가 함께 따랐습니다. 대중소 기업을 막론하고 말이죠.
[함께 보면 좋아요! : 왜 성공한 물류 SaaS 솔루션은 나오지 않을까, 커넥터스]
이 지점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N배송 직계약은 네이버 입장에서는 쿠팡을 넘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셀러와 브랜드가 이전보다 더 낮은 단가에, 더 높은 서비스 품질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구조는 다른 질문을 함께 남깁니다. 이 효율이 누구의 비용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가입니다. 물량은 플랫폼으로 모이고, 가격과 프로모션 조건 역시 플랫폼이 설계합니다. 물류기업은 그 구조 안에서 규모를 키우지만, 동시에 가격 결정권은 점점 줄어듭니다. 더 높은 서비스 품질과 낮은 단가에 대한 압박은 동시에 가해집니다.
이 구조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인지. 여러모로 물류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1. [글로벌 전략] 올리브영의 미국 오프라인 재진출: ‘K뷰티 편집샵’ 아닌 ‘브랜드 하우스’를 택한 이유
2. [비즈니스] 고물가 시대 전 세계 사로잡은 ‘오프 프라이스’가 한국에선 잘 안 보이는 진짜 이유
3. [M&A] 우버가 놓친 대만 푸드판다, 그랩이 6억 달러에 인수한 속내
4. [트렌드] 커머스 뛰어드는 건설사들, ‘아파트 폐쇄몰’ 시대 열릴까?
5. [이슈]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오프라인 영역 넓히는 올리브영, LA 다음은 어디?
- 곧 새로운 모임 공지가 오픈될 예정입니다
[NOTICE]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입점 비즈니스 채널 구독자수 1위. 9000명 이상의 실무자, 대표자가 선택한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업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나세요! (콘텐츠 제휴 및 광고 문의 : connect@uconnect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