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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30. 2024

6장 - 컨설팅에 속지 마라? 2)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1)    어린 원숭이

개선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산은 언제나 존재하는데, 제일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일까?'인데  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조직 구성원들이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구축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회사의 발전과 함께 구성원의 발전을 이루면 좋겠지만, 다분히 경쟁적 관계에 있는 많은 구성원들이 순수하고 선한 의지로 타인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협조적인 태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높은 비율로 방관자적인 생각을 가진 직원들이 있을 것이며, 일부는 여기저기 다니며 험담하기 바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내에서 정치 행위가 심하면 심할수록, 조직 이기주의가 강하면 강할수록 넘어야 할 산은 더욱 클 것이다. 어느 조직의 단독적인 활동에 의해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덜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부서가 연관되어 있어 조직 간의 협업에 의해 의사결정이 되어야 하는 프로젝트일수록 진행 과정은 험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비협조적인 조직의 장이 사내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인물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비난하고 깎아내리기에 바쁠 것인데,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회사를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여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을까?


[어린 원숭이]

일본 학자들은 1950년대 고지마(幸島) 지역에 사는 야생 원숭이들이 흙이 묻은 고구마를 어떻게 먹는지 관찰했다. 처음에 원숭이들은 손으로 흙을 털어내는 등의 꾀를 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후 18개월 된 암컷 원숭이 ‘이모’가 고구마를 강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그 후 이모의 또래 및 어미 원숭이도 고구마를 씻어 먹었고 이런 습관은 다른 어린 원숭이와 암컷 원숭이를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 나갔다. 하지만 나이 든 원숭이와 대다수 수컷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씻지 않은 채 먹었다. 그러다 고구마를 씻어먹는 원숭이의 수가 소위 ‘100마리’라는 임계점에 도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지마의 모든 원숭이가 고구마를 씻어먹게 된 것이다. 더욱 신기한 일은 고지마와 멀리 떨어져 있는 다카자키야마(高崎山)에 사는 원숭이들까지도 고구마를 씻어 먹었다.
 

 저명한 동식물학자인 라이얼 왓슨은 어떠한 접촉도 없던 원숭이들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행동을 ‘100번째 원숭이 효과’라고 명명했다. 이후 이 용어는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의 수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행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물론 고지마와 다카자키야마 원숭이들의 고구마 세척 행태는 우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실험이 시작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고지마 원숭이들의 고구마 세척 습관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경영자들이 혁신을 추진할 때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변화와 개혁을 시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조급해하는 것이다. 혁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내 영속적 문화로 내재화할 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문화란 공유와 학습을 통해 전파되고 오랜 시간의 축적을 통해 발전한다.
 

어떤 조직이라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나이 먹은 수컷 원숭이’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를 선도하는 ‘어린 암컷 원숭이’ 역시 존재한다. 당장 가시적 성과를 바라는 리더의 조급증은 혁신의 확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변화를 선도할 어린 암컷 원숭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의 구조와 문화, 프로세스 등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100번째 원숭이라는 임계점을 돌파하자 고지마 야생 원숭이 집단 전체의 행동이 바뀌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단 한 마리의 어린 암컷 원숭이, 이모였다.


출처 - [DBR 칼럼인용]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 및 이직, 채용의 순환 과정이 선순환과정에 있는지 악순환과정에 있는지는 조직 구성의 만족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 회사에 대한 평가와 리뷰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많이 있어서 직원들이 어느 정도의 만족 수준에 있는지는 쉽게 평가가 가능하다. 회사의 구성원들이 모두 나은 보상만을 바라는 속물들이라는 관점에서 직원들을 본다면 개선의 여지는 없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느끼는 것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특히 소주 한잔 하며 회사와 상사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단순히 회사를 향한 부정적인 시각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회사가 운영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의 직원들일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회사에 대한 기대가 자꾸 충족되지 않을 때, 더 나아질 수 있는데 나아지지 않고 힘이 들 때, 직원들은 불만을 이야기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느껴지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인다. 즉,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직원보다 불만을 자주 얘기하는 직원이 오히려 애사심과 주인의식이 높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 회사 평점이 상당히 낮은 중견기업을 다닌 적이 있었다. 경영 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인원수도 꽤 많은 회사였는데, 회사에 대한 직원의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여 내용을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급여와 복리후생의 수준은 대부분의 중견기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신입사원을 포함한 사회 초년생이 속하는 그룹에서는 원활한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해 거의 대기업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었다. 소위 보상의 정책이 하후상박 형태를 추구하는 회사였다. 중식 제공, 건강검진 등의 아주 기본적인 복리후생 이외에는 딱히 다른 복리후생은 없는 그런 정도의 회사였는데, 이직률이 매우 높은 상태여서 언제나 신입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설문조사의 결과 검토서는 나를 적잖이 놀라게 하였다. 나는 회사에 대한 불만 내용이 급여와 복리후생을 포함한 보상 쪽에서 많은 불만이 나올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만이 제일 많은 항목은 경직된 조직문화에 있었고, 두 번째가 제대로 된 업무 교육과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었다.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해 본인이 생각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어렵고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했고, 선배 사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업무 교육을 받지 못하여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업무지시가 애매하여 업무 진행 방향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들이 높은 빈도를 차지하였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가 해결되지 않는 제일의 어려움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조사에서 ‘우리의 젊은 MZ 세대 직원들이 단순히 불만을 이야기하는 철없는 얘들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른 시각으로 직원들을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회사가 직원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자세, 즉, ‘세심한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직원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며, 그런 직원들의 힘을 모아 어떻게 개선의 실행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성공적인 컨설팅의 관건일 뿐만 아니라, 회사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오너에게 필요한 세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겠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사내 개혁을 추진하는 어린 암컷 원숭이’의 존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직원의 존재 유무에 따라서 결과는 큰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존재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는 현재 회사에서의 업무 경력이 있어야 가능한 역할이 될 것인데, 이는 회사 업종에 대한 이해, 경영환경에 대한 이해,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개선에 대한 의지, 생각을 구체화하여 실행할 수 있는 실행 능력, 이런 일을 추진하는 주체가 됨으로써 타 조직으로부터 많은 견제가 있을 것이므로 적정한 업무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배려심과 추진력, 많은 시련에 굴하지 않을 맷집과 배짱 등 업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성격도 맞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오너는 이런 역할을 수행해야 할 사람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적정한 당근과 채찍을 가지고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책임(Responsibility)과 역할(Role)을 부여하여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성격을 갖춘 직원이 현재 회사 내에 존재하고 있다면, 그건 큰 축복으로 생각되어야 할 것이다. 오너가 아니면서 오너가 원하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권한 위임이 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역할을 부여하고 조직을 갖춰주었으면, 그다음 실행과정에서 사내의 반발 세력으로부터 어린 암컷 원숭이를 보호해야 하며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업무 수행하는 과정을 관리해야 하지만 기회와 시간을 주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아량이 필요하고, 정제되지 않은 각양각색의 의견과 모함들이 개선 추진세력을 향할 수 있으니 상황을 판단할 때 냉철함을 가져야 한다. 어느 정도의 정치질 또는 편 가르기는 회사라는 조직의 생리상 어찌 보면 당연하나, 이런 상황에서 오너의 판단이 성공적인 개혁의 길로 갈 수 있는 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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