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2) 개인평가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에 대해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 이들 세대의 중심인 90년대생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사고와 행동의 성향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할 정도로 기존의 세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들의 공정과 공평에 대한 관심은 놀라울 정도이다. 양성 평등에 대한 문제, 정년 연장, 집값 정책과 국민연금 개선 관련 세대 간의 갈등, 빈부의 격차, 병역의 의무 관련 문제 등, 다양한 논란거리가 사회적 문제로 돌출되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 쟁점으로 다뤄지곤 한다. 기성세대들도 강연을 듣거나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변화를 가지려 시도하고 있다.
대학교에서도 팀 프로젝트 시 무임승차하는 학생들에 대한 반발이 점점 심해져 팀 프로젝트보다는 개인별 과제를 선호한다는 말을 접하기도 하고, 시험 방식도 교수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주관식 문제보다 채점의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 객관식 시험을 선호한다고 하니 공정에 대한 열망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취업에 대한 공정성 문제로 대통령 지지율의 변화가 생길 정도이니 정책 입안자들도 매우 사려 깊게 법률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세대적인 성향의 변화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회사에서도 인적 자원 관리를 위해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런 성향의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의 주축이 되는 시기가 되었으니 인사 평가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회사에 바라는 항목 중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것 중의 하나는 평가의 공정성 문제이다.
회사마다 고유의 인사평가시스템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목표관리 (MBO, Management by Objectives) 방식으로 연초에 목표를 부여하고 연말에 최종 평가를 하는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성과와 역량의 두 가지 측면을 정량적인 부분과 정성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가중치를 부여해서 평가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학교에서 시험에 의한 학생 평가와는 달리, 회사에서 직원을 평가할 때는 상당 부분 정성적인 평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정량적인 측정이 가능한 분야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업 직원에게 개인의 판매 목표를 부여하고 이의 달성 여부는 비교적 쉽게 측정할 수 있는데, 이렇듯 수치로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한 항목을 제외하고는 정량적 달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는 가능한 목표를 세분화하고 수치로 파악하고자 노력하지만, 이를 개인 평가까지 적용할 수 있는 KPI는 많지 않다.
결국 정성적인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으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소통일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연중에 달성 여부와 부진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의 과정이 있어야지 최종 평가 시 피평가자의 납득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인사평가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고 대부분은 자기 자신의 점수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과정에서의 진솔한 대화만이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 중견 기업체에서도 MBO 방식의 인사평가시스템을 도입, 시행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제도 운영에 그치고 있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평가 점수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대충 넘어가는 것은 공정성을 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감을 얻기 어려우며, 인재 운용에 난맥상을 겪게 될 가능성 많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인 것은 언제나 그렇다.
조직과 개인에 대한 평가는 평가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반복적으로 평가만 수행하고 보상과 연결되지 않으면, 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되고 점차 의미를 잃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물질적인 보상이나 인사상의 유불리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다. 중견기업 수준의 기업에서도 성과급 또는 승진율에 반영을 공식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발전된 회사를 원한다면,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을 위한 과정과 결과의 평가는 불가피하다. 그래야 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주관부서는 임직원들이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공정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평가체계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인도출신으로 2014년 MS의 3번째 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에 대한 기사였다. MS가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다른 IT 업체에 밀려 한 동안 고전하다가 현재는 애플을 앞서 시가총액 1위를 놓고 확고히 할 정도로 회생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기사에서 주의를 끈 대목은 MS의 평가시스템에 대한 개혁이었다. MS의 평가체계는 너무 엄격하고 경쟁적이어서 사업본부 간 또는 개인 간의 경쟁을 유발하게 되고, 이는 조직이기주의인 이른바 사일로 효과의 발생 원인이 되어, 개인 간 협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평가체계를 수정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하였다는 내용이었다.
기업 경영의 속성상 조직과 개인의 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서열화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결과를 충분히 피드백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 중견 기업의 인력난에 대한 문제는 언론 매체에 수시로 기사화된다. 대기업에 비해 급여나 복리후생의 수준이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역량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유지할 수 있을까? 직원들도 회사의 경영이 어렵다면 충분한 급여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회사의 현실에 대해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회사를 떠나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게 보이는 회사의 태도이다. 평가를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평가의 과정에 대해 충분한 피드백을 위해 노력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적더라도 직원들과 나누려는 태도에서 직원들은 공감하고 노력하며 주인의식이 생성되는 것이다.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날 때는 가능한 한 이익을 숨겨 직원들이 알지 못하게 하고 회사가 적자가 발생하게 되면 발생된 적자를 무기 삼아 직원들을 닦달하는 오너들을 보게 된다. 이런 방식의 운영은 정말 단견이고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하지 않는 운영 방식이다.
이런 평가 체계로 지속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경기가 어려울 때는 회사의 경영방식이 이런 식이어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은 별로 없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되는 간부급 직원들은 더욱 그렇고 젊은 직원들조차 이직률이 낮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이직률이 낮다고 해서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며 흉내만 내는 복지부동의 태도가 조직문화를 지배하게 되고 결국 회사는 점차로 병들어 가는 것이다.
3) 언더테이블 머니
중소, 중견기업의 보상과 관련해서 대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한 가지 사항을 말하려 한다. 많은 기업체에서 공식적인 보상체계와 무관한, 소위 말해서 뒷돈을 직원에게 주는 경우를 보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직원이 성과급, 급여 인상, 승진 등의 보상을 요구하는데 공식적인 제도의 틀 안에서 보상을 하고자 하니 규정을 수립해야 하고, 그런 보상 제도를 공식화하면 지급 대상 인원이 늘어나고 정기적으로 평가, 지불해야 하므로 회사로서는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보상을 하지 않으면 직원은 회사를 그만 둘 태세인 경우가 있다. 직원이 사직서를 들고 좀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면 오너는 당연히 이것도 투자이기 때문에 ROI에 대한 판단을 한다. 그래서 직원을 잡아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규정에 없는 뒷돈을 지급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회사에 끼치는 영향에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직원이 퇴사하지 않고 근무를 계속하게 되었다면 일차적인 봉합은 되었으니 소기의 목적은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회사라는 조직이 아무리 비밀로 하고자 해도 일정 부분 정보가 공개되거나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주인의식이 생길 여지가 없다고 본다. 결국 오너가 직원을 두 편으로 가르게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의욕을 갖고 일하기가 힘든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반드시 뒷돈 지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예로 내가 근무한 회사 중에는 세계 각지에 상당 수의 주재원이 있었다. 주재원의 대한 대우와 조건이 모두 달라 어떤 직원은 주재원수당이 별도로 있는가 하면, 어떤 직원은 연봉에 합산되어 주재원수당이 별도로 없는 직원도 있고, 주택 수당도 지불되는 직원과 아닌 직원이 있는데 원칙이 없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적용되는 상황이다. 근무규정과 원칙을 매우 강조하는 회사인데 주재원 대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없고 원칙도 없이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을 수용하면 주재원근무를 하고 아니면 주재원 근무를 하지 않게 되거나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왜 다른 일에는 원칙을 강조하며 이런 규정은 만들지 않았는지는 너무 뻔한 이야기이다. 규정을 만들어 놓으면 모든 직원들에게 동등한 규정을 따라야 하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상승된다는 염려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식의 경영도 당연히 비용절감의 효과의 장점은 있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의 주먹구구식 경영은 그 한계점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연봉에 대해 보상이 필요하다면, 공정한 평가를 통한 공식적인 연봉 인상과 승진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고 주재원 대우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것은 모든 직원이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주재원 대우에 대한 예를 들면, 직급별, 국가별로 주재원 수당을 차등화하여 지급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만일 회사의 경영상태가 어려우면 동일한 비율로 삭감하든지 하여 적어도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 상대적으로 손해 본다는 인식은 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정과 공평이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이를 위한 노력은 회사에서 피해 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는 먼저 규정과 원칙을 만들고 회사부터 준수하여야 하고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후 순위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