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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Jun 26. 2024

11장-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 1)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기업의 자원은 자금, 토지, 생산설비 등의 유형자원(Tangible Resources)과 기술력(특허), 브랜드 인지도 등의 무형자원(Intangible Resources) 그리고 구성원의 역량을 의미하는 인적자원(Human Resources) 구분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의 적정한 사용 배분은 사업의 운영 방향과 중심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면밀히 사전 검토를 수행하고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할 사항으로 회사의 중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세워 놓고 검토가 필요한 일이며 결코 단기적인 시각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먼저 내가 경험한 사례를 설명해 보겠는데 회사 운영 방향에 대해 독자 여러분도 같이 고민해 보시길 당부드린다.

[사례]

내가 경험한 회사는 소량 다품종 B2B 제품을 생산, 유통하는 중견기업으로 연간 매출규모는 1조 원에 근접하며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성이 뛰어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재고자산 회전율과 비효율적 설비투자로 발생된 낮은 유형자산 회전율로 인해 언제나 고질적인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여러 경영상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먼저 재고자산의 상황을 살펴보면 이 회사는 적정 재고 유지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생산성과 고객 납기준수 중심으로 운영되어 언제나 높은 수준의 재고레벨을 유지한다. 공장의 가동률을 일정한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고객의 주문 접수 시 당일 출고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사와 경쟁에서 매출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성이 있으나, 반대급부로써 언제나 재고를 비축해야 하기 때문에 과잉재고가 발생되고 이 중의 상당 부분은 장기 불용재고가 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경쟁업체들도 유사한 재고운영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높은 재고 수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영업부서의 의견이고 지금까지 운영되어 온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재고자산 회전율이 주요 경쟁사대비 5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자금 압박을 받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재고자산 회전율 ; 보유 재고자산이 1년에 몇 번 매출이 가능한 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기업 자원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활동성 지표이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중요 핵심사항은 소량 다품종 제품 생산, 유통하는 구조와 재고구축 및 영업전략도 경쟁사와 유사한데, 재고자산 회전율이 차이가 많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원인 검토이다. (제품 포트폴리오의 구조에 대한 개선도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소량이지만 다양한 제품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 이 고객들의 소량 제품 구매를 만족시켜야 대량 주문도 받을 수 있다는 영업적인 환경이 있었고, 이 역시 경쟁사와 큰 차이는 없는 사업의 구조였음). 


필자는 이런 현상을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SCM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할 사항으로 어떤 품목을 얼마나 재고구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 결정이다. 소량 다품종 제품을 수요예측 (Demand Forecasting)을 통해서 재고를 구축해야 할 일인데, 관건은 예측의 정확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외의 여러 판매 채널이 있는 이 회사에서 소량 다품종 제품을 얼마나 체계적인 예측 생산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과거의 방식은 주문을 넣는 영업직원이 과거의 판매 패턴에 의해 일괄적으로 계산한 결과를 내부의 협의과정이 없이 생산까지 진행되는 프로세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재고 레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회사의 경영방침이 적정 재고 수준의 유지보다 매출증대에 있었고, 영업부서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생산을 고려한 생산주문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고를 일단 많이 쌓아서라도 고객 만족을 시켜야 한다는 운영 방식의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수요예측을 통한 방법적인 개선을 시도하려 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다.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방법과 AI (인공지능)에 의한 모델링 기법을 비교 검토하여 나쁘지 않은 오차범위 내에서의 결괏값을 도출하였고, 그 결괏값을 영업부서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의 과정을 거치는 프로세스를 고안했으나 현재의 방법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영업부서의 반발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한 번에 완벽할 수 없으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안된 내용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면서 발전을 꾀하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논리는 변화를 거부하는 현업부서를 이겨내기 힘겨운 게 사실이었다. 결정권한을 가진 CEO 역시 현재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용을 어려워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경쟁사에 비해 50% 정도밖에 되지 않은 다른 하나의 이유는 적절한 시점에 적정한 가격에 의한 불용 재고의 처분이다. (사실 회계적으로는 재고평가를 통한 재고자산충당금을 계상하고 있으니 감모손이 반영된 금액에 의한 재고회전율인데 충당금을 차감한 순자산가액 (Net Book Value)이 아닌 총 자산가액 (Gross Book Value) 기준으로는 훨씬 더욱 낮은 재고회전율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생긴 이유는, 이 회사는 잉여 재고에 대한 할인 판매를 하는 것을 매우 엄격히 통제하였다. 결국 잉여재고의 처분 시점을 놓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재고가 쌓여가며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게 만드는 원인이 된 것이다. 

재고운영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면, 매출을 통한 수익 창출의 기회와 그 수준에 맞는 적정재고는 얼마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경영이 불러온, 즉 재고생산을 위한 적절치 못한 자원의 사용이 회사를 지속적으로 멍들게 하였다.


다음의 부적절한 자원 사용의 예는 시설투자 관련 부분이다. 이 회사는 계획생산 (MTS)과 주문생산(MTO)이 혼합되어 있는 채로 운영이 되는데 작업량이 많을 때와 적을 때의 생산성의 차이가 2배 정도 나타나기도 한다. 생산주문량의 변동에 어떻게 유연하게 대응해야 되는지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복잡한 공정과 공정별 설비 운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니 생산계획 편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제대로 된 생산계획이 없으니 납기 정보를 영업과 바이어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돼 납기관리가 회사 제일의 Pain Point였다. 또한 설비생산능력 (Facility Capacity)이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상황으로 신규 설비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 역시 주먹구구 방식일 수밖에 없었다.


이상으로 경험한 사례를 적어 보았는데 아마 독자들도 회사 생활의 경험이 있다면 비슷한 경험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결론적인 생각은, 건실한 중견기업이지만 재고자산의 운영과 설비투자에 대해 효율적 자원 배분이 되지 못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회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중요한 경영상의 손실이 지속되었다. 또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오너 등의 CEO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개혁을 수행하거나 개혁을 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단 한 걸음도 전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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