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아일랜드인의 약속, 클라다 반지
사랑, 우정, 충성을 담은 아일랜드의 전통 반지
아일랜드에는 특별한 전통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클라다 반지'를 선물하는 전통이다. 클라다 반지는 평범한 반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왕관을 쓴 하트를 두 손이 받들고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왕관은 당신을 향한 충성을, 하트는 당신을 향한 사랑을, 두 손은 당신을 향한 우정을 의미한다. 클라다 반지를 선물한다는 것은 그 반지 안에 담긴 충성과 사랑과 우정을 모두 바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Claddagh Jewellers의 옐로우 골드 클라다 반지이 반지의 전통은 아일랜드의 작은 어부 마을인 골웨이(Galway)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골웨이에서 은세공사로 일하던 리처드 조이스라는 사람이 처음 칼라다 반지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리처드 조이스가 여행을 하던 중 알제리인에게 포로로 잡혀 인도제도에서 노예로 일하던 도중 무어인 대장장이에게 배운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14년이 지나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 조이스가 다시 골웨이로 돌아와서 그렇게 만든 반지를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골웨이 지역에서 만들어진 이 반지는 19세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아일랜드 전역에 알려졌고,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에도 사랑하는 연인을 잊지 않고 백년 가약을 맺었다는 이 로맨틱한 스토리에 감명을 받아 클라다 반지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사랑의 언약을 증명하는 반지가 된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빅토리아 여왕이 아일랜드를 방문하면서 클라다 반지를 맞춰 착용하기도 하고, 알렉산드리아 여왕, 에드워드 7세가 착용하면서 영국에서도 유명해졌다고 한다. 골웨이 지역에서 클라다 반지의 원형을 살려 지금까지도 초기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세공사 가문의 회사 딜론(Dillion)은 그 역사적 가치를 왕실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모나코의 그레이스 켈리도 레니에 3세와 사랑의 언약의 의미로 18캐럿 골드로 만든 브로치와 커프스링크에 클라다 문양을 새겼다고 한다. 존 F. 케네디도 아내와 함께 클라다 반지를 낀 것으로 유명하고, 디즈니를 처음 만든 월트 디즈니도 클라다 반지를 착용했다고 한다. 제니퍼 애니스톤도 테이트 도노반과 사귈 당시 클라다 반지를 커플로 착용했다고 하니, 클라다 반지에 담긴 의미는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 골웨이를 넘어 왕실과 헐리우드에서까지 널리 공유되고 있다.
전세계로 아일랜드인들이 이주하면서 아일랜드 전통을 이어가는 후예들은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중이다. 프로포즈 반지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아일랜드 전통을 잇겠다는 의미로 착용하기도 하고, 사랑과 우정이라는 의미를 이어 오랜 친구들끼리 우정반지로도 쓰기도 하고,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님이 성인식 선물로 주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지역에서는 증조할머니로부터 할머니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손녀에게, 여자들끼리 이어져 내려 오는 아일랜드 핏줄의 징표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알려진다.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콜린 머피는 클라다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형태에 따라, 연애 여부나 결혼 여부를 알릴 수 있다고 한다. 오른손에 착용하고 있는 경우 싱글이라는 뜻이며, 하트의 뾰족한 부분이 팔목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면 연애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를, 반대로 손끝을 가리키고 있으면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왼손에 착용하고 있는 경우, 하트의 뾰족한 부분이 팔목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면 결혼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반대로 손끝을 가리키고 있으면 약혼상태라는 의미라고 하니, 참 재미있다.
아일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클라다 반지는 일종의 기념품처럼 여겨져서 시내 곳곳에서 클라다 반지를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가격대도 천차만별인데, 기념품으로 살 수 있을 정도의 20유로 정도부터 중량과 귀금속에 따라 수백유로까지 아주 다양하다. 출생을 축복하기 위해서 하트 부분을 탄생석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프로포즈 반지로 선물하는 경우 하트 부분을 다이아몬드로 하기도 한다.
클래식한 형태부터 모던하게 디자인을 수정한 형태, 결혼반지처럼 화려하게 만든 형태까지 아주 다양하고, 반지 뿐 아니라 목걸이의 펜던트나 귀걸이로도 있다고 하니 사랑, 우정, 충성이라는 가치는 전세계 누구에게나 참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나 보다.
비록 우리가 아일랜드인은 아니지만, 로맨틱한 이야기도 숨어있고, 충성과 사랑과 우정이라는 아름다운 의미도 담겨있는 클라다 반지를 프로포즈 링의 디자인으로 선택해보는 것도, 독특하면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 부모님의 품을 떠나는 딸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되새기고 앞길에 행운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클라다 반지를 선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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