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편. 퇴근 도장 찍는 순간

by 또바기

6시. 컴퓨터 시계를 본다. 퇴근 시간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주변을 본다. 아직도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6시 10분. 슬금슬금 정리한다. 파일을 저장한다. 서랍을 정리한다. 가방을 챙긴다. 하지만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다.

6시 20분. 이제 일어나야 한다. 더 있으면 7시가 넘는다. 용기를 낸다. 일어선다. 가방을 멘다. 걷는다.

팀장 옆을 지나간다. 슬쩍 본다. 팀장은 여전히 모니터를 보고 있다. 나를 보지 않는다. 다행이다. 조용히 지나간다.

출입구에 도착한다. 카드를 댄다. 삑. 퇴근 도장이 찍힌다. 이 소리가 좋다. 해방의 소리. 문을 연다. 밖으로 나간다.

엘리베이터를 탄다. 혼자다. 문이 닫힌다. 그제야 숨을 쉰다. 긴 한숨. 오늘도 끝났다.

로비를 빠져나간다. 회전문을 지난다. 바깥공기. 자유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집으로 향한다.

퇴근 도장 찍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좋다. 이 순간을 위해 하루를 버틴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이 순간을 기다린다.

어떤 날은 퇴근이 미안하다. 남아서 일하는 동료들을 보면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가 전부는 아니다.

지하철을 탄다. 퇴근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들 같은 표정이다. 피곤하지만, 어딘가 홀가분한 얼굴. 우리는 모두 하루를 버텨냈다.

핸드폰을 꺼낸다. 회사 메일 알림을 끈다. 지금부터는 내 시간이다. 일은 내일 하면 된다. 오늘은 끝났다.

퇴근 도장은 구분선이다. 회사 시간과 내 시간을 나누는 선. 이 선을 긋지 않으면 일은 끝이 없다. 그래서 정확히 찍는다. 오늘 여기까지.

버티기는 때로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퇴근 시간에 퇴근하는 것. 내 시간을 지키는 것. 이게 나를 오래 버티게 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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