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편. 복도 끝 계단

by 또바기

복도 끝에 계단이 있다. 비상구로 연결되는 곳. 거의 아무도 안 쓴다. 나만 안다. 이 계단이 내 피난처라는 것을.

회의 중간에 나온다.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핑계를 댄다. 하지만 화장실로 가지 않는다. 계단으로 간다.

문을 연다. 조용하다. 형광등만 깜빡인다. 계단에 앉는다. 찬 바닥이 느껴진다. 눈을 감는다. 숨을 쉰다.

회의실이 답답했다. 사람들의 목소리, 끊임없는 의견, 결론 나지 않는 논의. 머리가 아팠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 왔다.

5분. 이 5분이 나를 살린다. 아무 소리 없는 공간. 아무도 찾지 않는 곳. 여기서는 아무 역할도 필요 없다. 그냥 나다.

심호흡을 한다. 하나, 둘, 셋. 천천히 내쉰다. 어깨의 긴장이 풀린다. 주먹을 쥐었다 편다. 몸을 풀어준다.

누군가 계단을 오른다. 발소리가 들린다. 빨리 일어난다. 휴지로 눈 주위를 닦는다. 문을 연다. 복도로 나온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회의실로 돌아간다. 자리에 앉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말한다. "괜찮아요" 팀장이 말한다. 회의가 계속된다.

계단 5분이 회의 나머지 시간을 버티게 해 준다. 짧은 탈출이 긴 인내를 가능하게 한다. 이 작은 비밀이 나를 지킨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 계단을 찾는다. 힘들 때마다. 복도 끝, 비상구, 아무도 모르는 내 장소. 거기서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돌아온다.

버티기는 때로 숨는 것이다. 잠깐 사라지는 것. 아무도 모르게 도망쳤다가 돌아오는 것. 이 작은 이탈이 전체를 지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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