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2시. 아직 잠옷 차림이다. 세수도 안 했다. 커튼도 안 걷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침대에 누워 있다.
핸드폰을 본다. SNS에는 사람들의 주말이 가득하다. 카페에서 브런치, 등산, 전시회, 친구 모임. 다들 뭔가 하고 있다. 나만 누워 있다.
죄책감이 올라온다. '이러면 안 되는데',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일어날 기력이 없다. 아니, 일어날 의욕이 없다.
어머니가 전화한다. "뭐 해?" "그냥 집에 있어요" "밖에 좀 나가지, 날씨 좋은데" "네, 나중에요" 끊는다. 미안하다. 하지만 나갈 수 없다.
점심도 안 먹었다. 배고프지도 않다. 물만 몇 모금 마셨다. 이대로 하루가 지나갈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한 채로.
예전에는 이런 날이 오면 자책했다. '시간 낭비다', '이래서 뒤처진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런 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죄책감과 싸우는 에너지. '이래도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에너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오후 4시. 겨우 일어난다. 화장실에 간다. 거울을 본다. 얼굴이 엉망이다. 머리도 헝클어졌다. 하지만 씻지 않는다.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핸드폰으로 배달 앱을 연다. 뭐 먹을까 고민한다. 고민하다가 끈다. 귀찮다. 냉장고에 있는 거 먹으면 된다. 나중에.
저녁 7시. 어두워진다. 하루가 거의 갔다. 아무것도 안 했다. 성취한 게 없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이게 전부다.
일어나서 불을 켠다. 냉장고를 연다. 우유를 마신다. 창문을 연다. 바람이 들어온다. 깊게 숨을 쉰다. 살아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주말을 보내고 나면, 월요일이 조금 더 견딜 만해진다. 완전히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게 해 준다. 이 정지가 필요했다.
버티기는 때로 아무것도 안 하는 용기다. 생산적이지 않아도, 의미 없어도, 그냥 존재만 하는 것. 이것도 휴식이고,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