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골목길에 번진 웃음소리

by 또바기

퇴근길의 끝자락, 집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자연스레 가벼워진다. 그러나 그 길목에서 가장 반가운 건 현관 불빛보다 먼저 들려오는 웃음소리다. 좁은 골목길 어귀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하루의 무게를 단숨에 덜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일 때도 있고, 이웃들이 대화를 나누며 터뜨리는 웃음일 때도 있다. 때로는 가게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웃음소리이기도 하다. 그 웃음소리는 집 앞 골목길을 환하게 밝히는 또 하나의 등불이다.

웃음소리는 골목의 벽에 부딪혀 울림을 만든다. 좁은 공간이라 멀리 퍼지지는 않지만, 그 울림이 오히려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든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골목에서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하루 종일 잔뜩 굳어 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린다. 내 안의 긴장과 피로가 그 소리에 녹아내리는 듯하다. 웃음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나누지 않아도 전해진다. 그 소리만으로도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특히 힘이 세다. 뛰어놀다 터지는 짧고 맑은 웃음은 순식간에 공기를 바꿔놓는다. 가방을 메고 무겁게 걷던 나의 발걸음도 그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해가 지도록 골목에서 뛰어놀던 기억, 사소한 놀이에도 배꼽을 잡고 웃던 기억이 스쳐간다. 아이들의 웃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잊고 있던 나의 한 조각을 불러낸다. 그래서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미소를 짓게 된다.

이웃들의 웃음소리도 따뜻하다.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주고받는 대화 속 웃음은 골목길을 하나의 작은 마당으로 바꿔놓는다. 하루의 피곤을 풀며 나누는 이야기와 웃음은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이어준다. 나는 그 웃음을 들으며,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느끼던 마음이 다시 가까워짐을 느낀다. 웃음은 그렇게 관계를 묶는 끈이 된다. 보이지 않아도, 그 소리만으로도 사람의 온기를 전해준다.

가끔은 가게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울 때가 있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낯선 이에게도 전염된다. 그 순간만큼은 피곤했던 하루도, 풀리지 않던 고민도 잠시 내려놓고 싶어진다. 골목길을 지나는 나에게도 그 웃음은 작은 선물이 된다. 삶이 늘 무겁지만은 않다는 사실, 여전히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웃음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신호이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하루 종일 일터에서 지치고, 도시의 소음에 파묻혀 살다가도 집 앞 골목길에서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마치 그 소리가 나를 환영해 주는 듯하다. 집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건 간판의 불빛이 아니라 웃음소리일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나의 웃음은 어디에서 누구에게 전해지고 있을까. 혹시 내가 무심코 터뜨린 웃음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밝히고 있지는 않을까. 웃음은 그렇게 흘러 다니며 서로의 삶을 조금씩 덜 무겁게 한다. 내가 받은 웃음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일 것이다.

오늘도 집 앞 골목길에 웃음소리가 번졌다. 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그래, 오늘도 잘 살아냈다고. 집 앞 골목길의 웃음소리는 그렇게 또 한 번 나를 집으로 이끌었다. 웃음이 번지는 그 순간, 하루의 끝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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