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캐리어만 사라지는 걸까
"엄마, 아무래도 이 캐리어에 귀신 붙었나 봐!
이 가방만 자꾸 문제가 생겨"
급기야 아들은 이런 말까지 한다.
같은 캐리어를 두 번이나 공항에서 분실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외국출장이 잦은 아들은 출국할 때마다 캐리어를 두 개씩 가져간다. 일정이 한 달 이상되기도 하고, 출국하는 길에 일에 필요한 자재들도 넣어가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분실은 베를린을 가기 위해 경유한 파리공항에서였다.
입사 후 첫 장기출장이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섞인 출장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무사하게 흘러가면 좋으련만, 도착한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파란색 캐리어 한 개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찌어찌 도움을 받아 한 달 뒤에 돌려받기는 하였다.
그 과정에서 낯선 외국공항 측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들도 그리 편한 일은 아니었을 터.
첫 출장부터 이런 일을 겪으니 출장길에 오르거나 귀국할 때마다 캐리어가 제대로 오는지 신경이 곤두섰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째 출장길에서도 문제의 파란 캐리어는 사라졌다.
거기에는 속옷을 비롯한 옷가지와 생필품이 들어있었다. 회사자재가 들어간 캐리어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이 캐리어가 돌아올 때까지, 입고 있던 옷과 기내로 가져간 배낭 속 물건들로 버티었다.
가져간 두 개의 캐리어는 비슷한 가격대의 비슷한 모양인데 공교롭게 그것 하나만 계속 분실되니,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것이 그 가방에 작용되고 있나 보다고 아들은 투덜대는 것이다.
청록빛이 섞인 그 파란 캐리어는 내가 구입한 것이다. 28인치 크기의 저렴한 제품이다.
아들은 따로 캐리어를 구입하지 않고, 가족이 공용으로 쓰던 캐리어를 가지고 출장을 갔다.
멀고 잦은 출장길에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었는지 가져간 모든 캐리어들의 상태는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여러 번의 출국과 귀국 끝에 아들은 생각하였다.
"수화물 옮기는 사람들도 비싸고 좋아 보이는 캐리어는 함부로 다루지 않는 가봐. 싸고 낡아 보이는 캐리어는 막 던지고 굴리고, 또 부서지거나 없어진다 해도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 것 같고" 하였다.
나는 "그럴리야 있겠니?" 하고 말았다.
엄마의 망가진 캐리어가 미안했는지, 아들은 어느 날 프리미엄 아울렛을 가자더니, 제법 비싼 것으로 내 것도 사주고 자기 것도 구입하였다.
아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 들어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 후 대학도 멀리, 직장도 멀리 지금도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 이제는 먼 타지로 장기출장까지 간다.
그런 아들이 나는 안쓰럽다.
최근엔 아들하고 나하고 떨어져 사는 운명이 혹시 사주팔자에 나와 있는 건 아닐까 철학관을 찾아갈 생각도 해봤다.
"오빠는 성인인데 뭐가 걱정이야! 하나도 안쓰럽지 않아"
딸은 현실남매가 되어 이야기한다.
"너는 엄마 아빠랑 쭈욱 같이 살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니?"
나는 말한다.
사실 아들은, 엄마아빠와 떨어져 사니 더 자유롭고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실 딸도, 이제는 엄마아빠와 떨어져 혼자 살아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그 속마음은 나도 모른다.
새로 산 캐리어를 들고 간 출장길은 무탈하였다.
캐리어도 수화물 찾는 곳에서 빙글빙글 돌며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
하지만 나는 '트리플 A형' 걱정 많은 엄마,
아들의 출장이 안녕하기를 바라며,
더 이상 캐리어가 사라지는 일도 없기를 바라며, 엄마의 사랑과 무사기원을 담아 캐리어에 뭔가를 달아주고 싶다. 그것은 바로
통통하트 키링!
<다음 편으로 이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