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원으로 살아낸 호주 워킹홀리데이 365일 #5

출국저 영어 듣기 편: 영화 감상 (당신이 잠든 사이에)

by 홀로서기

‘아버지 말씀이 맞았어요. 인생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아요.’ 간결하지만 어떠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이 대사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while you were sleeping)’의 마지막 장면 중 루시가 내레이션으로 말하는 문장이었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 하기로 마음 먹고 본인에게 알맞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끊임없이 지켜내기란 쉽지 않았다. 저 대사의 속 의미는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필자에게 또한 같은 동정심을 갖게 했다. ‘정말 계획대로만은 되지가 않는 구나!’ 생각하며 효율적인 영어 듣기 공부 법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언어의 원리가 그러하듯,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들려야 한다고들 했다. 영어가 들려야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수준에 맞는 영어 듣기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토익 듣기 평가 문제집을 외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방법적인 부분은 수도 없이 많았다. 마치 산을 오르고 있는 데 눈 앞에 다양한 갈림길이 나타나면서 한 가지 방향을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이었다. 다양한 방법론에서 질리지 않고 꾸준하게 영어 듣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이 당시, 미국 드라마 흔히들 ‘미드’를 통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수많은 영화들 그리고 미드 목록을 나열하면서 한 개를 선정해서 무한 반복적으로 듣기를 결정했다. 한국어에도 비속서 은어가 있듯이 영어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영화 선정하는 면에서 있어서 최대한 완전한 문장체가 많이 있는 것이 먼저 고려 대상이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미국식 또는 영국식 발음과 악센트가 들리는 그런 미디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영화로 영어 공부하기를 검색하면 빈번하게 추천되는 영화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표작인 ‘당신이 잠든 사이에 -1995년 (while you were sleeping)’였다. 선정하기에 앞서서 처음 마음에 들었던 것은 대사의 영어 속도였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여느 빠르게 말하는 영화 보다는 나지막한 독백 대사 같은 것들이 대사가 귀에는 거북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어, 함축 언어, 비속어 보다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는 표현들이 영어 공부 초보자에게는 좋은 공부 소재가 되었다.


설령 모든 대사가 들리거나 이해되지 않아도 최대한 많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이것을 시청함에 있어서는 영어 자막을 보거나 또는 자막을 가리고 듣기 평가 형식으로 들었다. 다른 공부를 하다 가도 머리 식힐 때가 되면 해당 영화를 틀어나서 귀에는 항상 영어가 들리도록 했다. 무슨 내용인지 어떤 심도한 의미가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그저 귀에 들리면 들리는 데로 그냥 귀에 적응시키는 도구로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영어로 들리는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해석하려고 애써 노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럴 시간도 없을뿐더러 만일 한글 문장으로 머릿속에서 해석하려는 순간 바로 다음 대사를 놓치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그냥 귀에 노출 시키려고 시도했었다.


한번 재생 시간은 103분 이었다. 거실에다가 이 영화를 계속 틀어 놨다. 오면서 가면서 영어듣기에 익숙해지려고 일부러 상영시켰다. 정확히 몇 번을 시청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수 십 번은 시시 했던 것 같다. 잘 안 들리는 부분은 쉐도잉 하듯이 여러 번 듣고 또 듣고를 반복했었다. 어떠한 문법적 구조를 이해하기 보다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헤아리는 것 보다 그저 귀에 익숙해질 때가지 듣고 또 들었다.


시간이 흘러서 차츰 영어 대사들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현상이 생겼다. 또 특정 대사들은 입 밖으로 앵무새처럼 따라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누구나 수 십 번을 한 영화만 처음부터 끝까지 질리도록 본다고 생각해 보면 다는 아니지만 일부 특정한 대사들을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영어 듣기와 회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들을 외우기 방법이었기 때문에 길을 걷거나, 이동 할 때 그리고 잠시 쉴 때도 계속해서 영화를 틀어놨었다. 그 결과 영어 문장에 대한 친근감이 생겼다. 그전에는 그냥 친해질 수 없는 이상한 언어로만 인식했던 영어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언어학적 면에서도 본다면 영어와 한국어 문장의 차이점 중에 하나는 바로 억양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어 대화에는 높낮이가 톤이 그렇게 많이 발달해 있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 대화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즉, 음악으로 표현하면 도-레-미-파-솔 정도의 음역 대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듯이 강약 중간약의 톤이 존재한다. 이 말을 돌려 표현하면 필자는 한국에만 살아왔고 한국사람들과 대화를 했기 때문에 귀에서도 한국어 톤 즉 평탄한 미 음역 대에만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도부터 솔까지 증폭이 있는 영어에 적응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영화 대사를 완벽히 한국어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는 가장 기본적으로 귀가 영어의 음역 대 즉 주파수에 적응이 되어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게 가중 중요한 훈련이었다. 영어에 최대한 노출 시켜서 영어에 친숙한 귀가 되게 했다. 마치 라디오를 시청할 때 주파수가 안 맞으면 잘 안 들리는 듯이, 영어 음역 대에 귀를 맞추기로 했다. 그러려면 당연히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해바라기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듯이 귀가 잠에서 깨어나 영어에 향하도록 기다리고 기다렸다. 기억하건대 최대 1~2개월 정도를 이 영화 하나로 계속해서 들었다. 물론 간간히 다른 미국 드라마도 시청하긴 했으나 메인 영화는 이거였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실패하거나 좌절하는 그 어느 누가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계획대로 안된 다고 해서 꼭 실패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느 누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성공을 위한 과정과 성공만 있는 것 같다. 필자도 영어 공부 처음에 느꼈던 답답함 스트레스 같은 것이 많았었다. 하지만 영어 공부가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았어도 좌절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영어를 말하게 되는 그 날을 기억하며 지금은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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