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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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C

영화나 TV시리즈 속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은 거의 대부분 우리의 삶과 같은 현실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 속에 자고 먹는 장면은 그리 자주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아침에 무얼 먹는지, 밤엔 옆으로 자는지 똑바로 누워 자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그들이 입은 옷과 사용하는 물건 등의 아이템을 통해 우리는 감독이 알려주지 않는 또 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상영관 안에서 오감을 넘나드는 감동에 취하곤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가는 연출부와 그 이야기에 색깔과 옷을 입혀나가는 소품, 의상 각종 세트와 시각효과를 담당하는 미술부, 그리고 극적인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사운드 등 수많은 예술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가방, 타는 차 등 소품과 의상은 그 등장인물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실용적인 매개체 혹은 메시지의 일환이 됩니다. 물론 때로는 감독이나 배우의 개인의 취향이 담겨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기리에 방영 중인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더 베어'의 제레미 앨런화이트(주인공 '카르멘역)는 드라마 내내 줄곧 독일의 브랜드 '메르츠비 슈바넨'의 215 클래식 크루넥 티셔츠를 입고 나옵니다.


더베어.jpeg 이두근, 삼두근 필수

보통의 반팔 티셔츠는 앞장과 뒷장의 원단을 붙여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메르츠비 슈바넨의 티셔츠는 루프휠러라는 원통형 방직기로 원단을 짜서 만들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옆구리 부분에 이음새가 없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티셔츠보다 몸에 감기는 맛이 있고 더 편한 활동성을 선사합니다. 게다가 루프휠방식이 비교적 느린 속도로 천을 만들기에 보다 자연스러운 직물감과 탄성을 가지게 됩니다.

메르츠비.jpeg 생각보다 오래된 브랜드는 아니다.

더 베어의 의상을 담당한 매니저의 공식 인터뷰에서도 유명한 미슐랭 스타셰프가 주방에서 입을 만한 티셔츠를 찾다가 메르츠비 슈바넨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메르츠비2.jpeg 티셔츠 한 장에 10만 원이 넘지만...

반팔 티셔츠, 그것도 화이트 티셔츠는 어느 브랜드나 다 있을 텐데 굳이 메르츠비 슈바넨의 제품을고집한 이유는 주인공인 카르멘의 직업이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요리사 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활동성이 좋고 가벼우며 좋은 내구성의 티셔츠를 선택한 것입니다.


물론 일본의 화이츠빌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 장면도 있습니다. 화이츠빌 티셔츠도 마찬가지로 루프휠러로 짠 원단으로 티셔츠를 만듭니다.

화이츠빌.jpg 같은 루프휠방식이 화이츠빌 티셔츠

또한 영화에 나온 등장인물의 패션이나 브랜드가 유행이나 신드롬이 되기도 합니다.


오래된 영화이기 하지만 1968년작 영화 대탈주에서 스티븐 맥퀸이 입고 나온 A-2 항공재킷과 치노 팬츠는 그때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에도 수많은 브랜드에서 생산하고 있는 스테디 한 패션 아이템입니다.

스티브.jpeg 해진 가죽은 언제나 옳다.

터프한 멋의 항공재킷과 댄디한 느낌의 치노팬츠로 단박에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남긴 영화 속 스티브 맥퀸의 의상은 여전히 많은 영화에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사용됩니다.

리얼항공.jpeg 더리얼맥코이의 A-2 항공재킷

실제로 영화 '대탈주'에 나오는 항공재킷을 그대로 복각하여 현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더리얼맥코이'라는 브랜드가 생겼났을 정도로 영화와 패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탱커자켓.jpg 영화 택시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가 입었던 재킷도 똑같이 복원했다.


아예 패션 브랜드의 홍보를 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거나, 협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마의휴일.jpeg


오드리 헵번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로마의 휴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인공인 오드리 헵번의 착장을 담당했던 패션 브랜드 지방시 역시 이 영화로 인해 명품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패션업계와 영화업계는 전통적인 상부상조의 관계를 넘어 현재는 전반적인 산업 간의 콜래보레이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예가 바로 패션 브랜드 샤넬의 부산국제영화제 지원사업입니다. 2023년부터는 샤넬 필름 아카데미를 개최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샤넬비프.jpeg 2023년 부산국제 영화제 샤넬 필름 아카데미


이처럼 '영화, 패션을 입다.'에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착용하는 패션과 그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또한 그 영화, 영화 속 패션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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