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션을 입다.

#1 챌린저스, 2024

by john C

콜미바이유어네임, 서스페리아, 본즈 앤 올, 퀴어 등 단단한 필모를 쌓고 있는 명실공히 현재 가장 핫한 감독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2024년작 챌린저스는 테니스를 소재로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미묘한 신경전을 마치 치열한 테니스 경기를 보는 듯한 치열한 공방전의 형식으로 세련되게 만든 작품이다.


챌린저스포스터.jpeg 수많은 포스터 중 제일 맘에 드는 포스터다.

시종일관 귓전을 강타하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통통 튀는 젊은 세 주인공들의 연기와 섹시한 연출 및 각본 역시 명불허전으로, 엘에이, 시카고 등 권위 있는 비평가협회에서 각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하였다.


감각적인 연출과 펄떡거리는 활어처럼 생동감 있는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 영화 챌린저스의 세 주인공의 패션 역시 극적인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챌린저스의 의상에 도움은 준 이는 명실공히 현존하는 패션천재라 불리는 조너선 앤더슨이다. 1984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조너선 앤더슨은 런던패션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브랜드 JW앤더슨을 설립하면서부터 그만의 키치 한 상상력으로 당시 패션계에 묘한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


루카앤더슨.jpg 조너선 앤더슨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명료한 자신만의 해석이 들어가 있는 그의 패션에는 해체주의가 주는 일종의 자유로움이 묻어 있다. 특히나 2010년 중후반 전 세계적인 이슈였던 LGBTQ, 젠더리스 등 젠더 코드에 관한 한 조너선 앤더슨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가 스페인의 클래식한 명품 브랜드 로에베를 다시금 가장 '잇'한 패션브랜드로 만든 것도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과 요구에 나아가 그 씬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교두보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12년간 몸담았던 로에베를 떠나 현재는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며 최근 디올의 런웨이를 통해 한층 젊고 대담한 그 만의 룩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로에베앤더슨2.jpeg 로에베의 전통과 조너선 앤더슨의 현대적인 문법을 잘 융화시켰다는 평은 받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듄 시리즈로 독특한 매력을 강렬히 뽐내고 있는 젠데이아(타시 역)은 한때 유망했던 테니스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그 꿈은 좌절되었고 이후 그의 남편이 된 테니스 선수 마이크 파이스트(아트 역)의 코치가 된다. 타시의 조력으로 아트의 재기가 이루어지는 순간 타시의 전 남자 친구이자, 아트의 절친이었던 조쉬 오코너(패트릭 역)을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팰린저스삼각.jpeg 두 남자와 한 여자가 아닌 한 여자와 두 남자이 이야기

이처럼 영화는 테니스를 매개로 한 여자가 절친이자 라이벌인 두 남자 사이에서 끈끈한 텐션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성적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끊임없는 쾌감과 섹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속 의상에 대한 철학은 챌린저스 이전의 영화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유러피안 패션의 정제된 세련미를 엿볼 수 있는 반면, 챌린저스에서는 아무래도 조금은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스케치.jpg 조너선 앤더슨이 작업한 챌린저스 의상 스케치

챌린저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의상은 극 중 젠데이아가 입고 나온 'I TOLA YA'라고 프린팅 된 티셔츠일 것이다. 의역하면 '내가 말했잖아.'라는 뜻의 이 티셔츠는 조너선 앤더슨이 존에프케네디의 아들이 인스타에 이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의 포스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아톨댜.jpg 영화 관련 행사에 'I TOLD YA' 티셔츠를 입은 배우들과 앤더슨, 영감이 된 존에프케네디주니어의 인스타 사진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당시 몸 담고 있던 로에베에서는 정식으로 이 티셔츠와 스웻셔츠가 발매되었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아톨댜.jpeg 예쁜건 한번 더

다음으로 주목받았던 의상은 역시 극 중 젠데이아가 파티장에 입고 나왔던 로열 블루 칼라의 자카드 미니드레스 일 것이다. 이 역시 2020 로에베의 컬렉션을 뜨겁게 달구었던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젠데이아의 묘한 이중적인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블루젠데이아.jpeg 로얄 블루 미니드레스를 입은 젠데이아


이 외에 영화 챌린저스에는 아디다스, 유니클로 등 많은 스포츠 및 패션 브랜드가 나온다. 저마다 고유의 포지션과 철학이 있는 브랜드로 각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젠데이아디다스.jpg 극 중 타시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 테니스 선수이다.


유니클로에서 후원을 받는 듯한 느낌으로 시종일관 경기에 유니클로 로고가 새겨진 아트의 모습은 영락없는 로저패더러라는 전설적인 테니스 플레이어를 떠오르게 하며, 이는 곧 관객으로 하여금 아트의 캐릭터가 페더러의 무엇과 맞닿아 있다고 느끼게 한다.


유니클로챌리저스.jpeg 페더러를 연상케하는 유니클로 입은 아트

이처럼 등장인물의 패션 혹은 브랜드는 많은 미사여구나 러닝타임을 할애하지 않아도 그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하나의 좋은 수단이다.


챌린저스 이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조너선 앤더슨은 '퀴어'라는 작품으로 한번 더 호흡을 맞췄으며, 차기작 '아티피셜'로 다시 한번 둘만의 시너지를 발산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길쭉길쭉한 길이의 소유자인 앤드류 가필드가 어떠한 패션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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