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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May 23. 2021

소비자에게 답이 있다.

대기업의 갑질 논란과 함께 취약해진 중소기업 및 자영업 계층 문제들, 그리고 경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진행된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및 청년취업의 어려움이 오늘날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각종 시책 추진과 창조경제 달성을 외쳐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할 수도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가 창조를 이끌겠다고 하는 순간 창조는 이벤트 행사처럼 변질될 수도 있고,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 계속된 시장을 왜곡하는 경제민주화는 갈등 해결보다 자칫 모두를 빈곤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특효약처럼 처방된 시책들이 산업화시대의 발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그 점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유사하다. 대기업을 규제하거나 중소기업에 돈을 풀고, 정부가 창조적 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청년취업 문제는 억지로라도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 공급 측면에서 규제하고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까. 만일, 정부가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공산주의가 20세기의 문턱에서 쇠락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 걸음 물러서 보면 문제의 근원은 공급 측면에 있다기보다 시장과 소비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상품을 믿지 않기 때문에 다수 기업들은 상품을 만들어 직접 소비자에게 팔지 못하고,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소수 대기업을 통해 팔아야 하니 갑을관계는 필연적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 횡포나 자금 부족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상품을 믿지 못하는 소비자 문제에서도 비롯된다.


장기적으로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가 직접 기업을 지원할 경우 의도와 달리 우리 경제에 필요한 중소기업보다는 줄 잘서고 로비 능력이 탁월한 기업이 선택될 수도 있다. 또한 시장이나 소비자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청년일자리를 억지로 만들어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그런 일자리들을 청년들이 좋아할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통 부족이란 비판이 무색하게 끝장토론까지 하며 추진하는 규제개혁도 따지고 보면 정부 권력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기도 하고, 정부 출범 시 화두가 되었던 경제민주화도 소비자주권 실현으로부터 출발한다. 정치권을 달군 무상급식 논쟁이나 소득.연금대체율 문제도 정치가들의 이념 논쟁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란 것도 알고 보면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충의 소득을 늘려 전체적으로 소비의 증가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최저임금이나 정규직화와 같은 규제를 통해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시장을 왜곡하고 자칫 그로 인해 기회를 잃게 된 다른 저소득계층 소득을 줄여 완장 찬 권력의 힘만 키우는데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데 정부.여당이나 야당, 시민단체까지도 소비자 문제에 대한 인식은 그저 가짜 백수오나 불량상품 피해 구제라는 반세기 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런 문제들도 매우 중요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아직도 소비자의 권리 사각지대는 곳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 권리를 피해회복 차원을 넘어 우리 경제의 가장 효율적인 성장엔진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애덤 스미스의 표현처럼 모든 생산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에 있고 그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상품을 사용하더라도 불량이나 하자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여 좋은 상품이라면 어느 기업의 것이든 믿고 쓸 수 있게 되면 갑을관계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또한 중소기업들도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어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사회복지나 규제개혁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활용하면 사회적 갈등은 물론 경제적, 행정적 비용도 줄어든다.  소비자의 머리에 해답이 있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스스로를 위해 정답을 내고 별도의 비용도 요구하지 않는다. 쉽게 풀 수 있는 정답을 두고 어렵게 오답을 내선 안 된다. 소비자들의 힘과 합리적 선택을 활용하는 노력이 아쉽다.


(이 글은 필자가 2015년 6월에 파이낸셜뉴스신문에 기고한 글을 이후 정권 교체로 인한 변화 등을 반영, 일부 수정한 것이다, https://www.fnnews.com/news/201506251657491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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