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안 되는 발음과 글씨지만 그 중에서도 더 안 되는 발음과 글씨
발음이 좋지 않다. 일단 빨리 내 머리 속의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그 다음의 생각들을 나누고 싶다. USB케이블이나 에어드랍 같은 걸로 좀 던져주고 싶을 때가 많다. 안 좋은 발음 속에서도 유난히 잘 안되는 발음이 있다. 가령 '하소서.' 같은
"이 상처받은 어린 짐승들을 보살펴주소서.
그가 집으로 가는 길에 울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저 울음을 참지 않게 하소서."
정한아. 어른스런 입맞춤 중에서.
아무리 해도 안되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천천히 발음해 보았다.
하. 소. 서.
이 정도로 천천히 하는데 안 될리가 없다.
천천히 다시 숨을 고르고 문장을 읽는다.
하소서. 보살펴주소서. 울지 않게 하소서.
된다.
글씨를 못 쓴다. 필체를 교정해준다는 책을 사서 쓰고 있지만 하세월이다.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 글씨를 처음 배우던 꼬꼬마 시절에 주로 쓰는 깍두기 공책같은 지면을 뚫어져라 집중해서 한획씩 그어가며 글씨를 써내려갈 때는 꽤나 또박또박하다. 하지만 어느새 조금이라도 속도가 나면 슬쩍슬쩍 휘갈겨 쓴다. 왜 자꾸 빨라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한 글자씩. 숨쉬고. 또 한 글자씩. 쓰면 좀 낫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손편지를 썼다. 당연히 마지막 손편지는 언제였는지 기억날리 없다. 그러고 보니 손편지는커녕 손으로 메모도 잘 안한다. 그래도 좀 잘 쓰고 싶어서 한글자씩. 숨쉬고 다음 글자 또박또박. 하지만 하다보면 어느새 단어를 후루룩 문장을 후루룩하다 다시금 멈추고 호흡한다. 다시 한글자씩.
그래도 다행인건 한글자씩 천천히 발음하고 한글자씩 천천히 쓰면 조금은 나아지더라.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도 쉽지 않은 일, 한글자씩 해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