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작은 시장이 있어서 애용하는 편입니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면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크죠. 보면 몇 년째 장사가 잘되는 곳도 있고, 몇 개월에 한 번씩 매장이 바뀌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장이 바뀌는 곳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짠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설렘과 기쁨으로 열심히 장사 준비도 하고, 물건도 진열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도 어두워지고 저녁 일찍 문을 닫는 경우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몇 개월 후에 매장에 '임대'라는 종이가 붙은 걸 보면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링크드인을 보다가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글을 보면, 시장에서 느꼈던 그 짠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화면 속 글이지만, 그 뒤에 있을 누군가의 설렘과 불안이 겹쳐 보이거든요. 그래서 더 많이 알려지라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촌이 아니더라도 '추천'을 누르게 됩니다.
사실 시작 소식을 알리는 글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입니다. '드디어 세상에 나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장과 함께 제품 스크린샷이나 팀 사진이 올라오죠. 댓글에는 축하 메시지가 이어지고, 창업자는 하나하나 정성껏 답글을 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릅니다. 타임라인에서 그 이름이 점점 뜸해지다가 어느 날 조용히 '서비스를 종료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문장들로 정리되어 있죠.
경험은 물론 남았겠죠. 배움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경험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을까요. 투자 미팅에서 거절당하고 돌아온 날, 사용자가 늘지 않아 대시보드만 바라보던 시간, '이게 맞나' 싶어 팀원들과 밤새 이야기하던 순간들. 그 모든 게 한 줄의 종료 공지 뒤에 조용히 접혀 있을 겁니다.
시장을 걷든, 링크드인을 스크롤하든, 결국 같은 이야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시작하고, 누군가는 버티고, 누군가는 문을 닫습니다. 그 과정에서 설렘도 있고, 좌절도 있고, 배움도 있습니다. 성공한 곳만 보면 쉬워 보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불확실함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응원하게 됩니다. '임대' 종이가 붙기 전까지 버틴 그 시간을,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기까지 고민한 그 과정을, 그리고 지금도 문을 열고 있는 모든 분들을 말이죠.
오늘도 시장을 지나왔습니다.
얼마 전 '임대' 종이가 붙어 있던 자리에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었더군요. 아직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주인분이 매대를 정리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앞을 지나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잘 되시길...'하고요.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링크드인을 열었을 때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글이 올라와 있다면 저는 또 '추천'을 누를 겁니다.
작은 응원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