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문가에게 언어는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가치를 담아내는 가장 직접적인 그릇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그리고 아주 익숙하게 써온 단어들이 오늘날의 고객들에게는 '무례함'이나 '낡은 생각'으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언어의 사회적 맥락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어제는 적절했던 표현이 오늘 고객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주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B2B와 B2C를 막론하고 콘텐츠 제작자라면 화려한 수식어를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유통기한’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이는 고객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비즈니스의 필수 역량입니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이런 변화를 뼈아픈 실수를 통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팀원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하며, 업무 능력이 뛰어난 동료를 극찬하고 싶은 마음에 제목에 '똑순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당시 제 의도는 명백한 칭찬이었습니다. 일을 야무지게 잘한다는 의미를 담은, 우리 세대에게는 아주 익숙하고 친근한 단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발행된 후 동료로부터 예상치 못한 의견을 받았습니다. '지금 시대에 똑순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좋은 의미로 쓴 단어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싶었죠.
하지만 대화를 나누며 깨달았습니다. '똑순이'라는 말 안에는 여성을 독립된 전문가로 인정하기보다 기특하고 영리한 아이처럼 대상화하거나 특정 성 역할에 가두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에게는 '친근함'이었던 그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그의 전문성을 깎아내리는 '낡은 수식어'였던 것입니다.
이 '똑순이' 에피소드는 단순히 단어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사회생활의 윤활유라고 여겼던 칭찬들이 이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을 침범하거나 편견을 강화하는 '시대적 결례'가 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여직원답지 않은 추진력'이나 '결혼은 하셨나요?'와 같은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런 말을 던지지만, 고객은 그 문장에서 브랜드의 공감 능력 부재를 읽어냅니다.
친근해 보이려는 의도가 실례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사용하는 수식어의 뿌리를 살펴야 합니다. 칭찬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혹시 내가 상대를 내 잣대로 평가하고 규정짓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정체성이나 사생활을 함부로 정의하는 익숙한 표현들을 덜어내는 것이 2026년의 콘텐츠 전문가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예의이자 실력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볍게 사용하는 단어들 중에는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는 가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린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어떤 분야의 초보자를 귀엽게 지칭하는 유행어지만, 여기에는 '어린이는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편견이 깔려 있습니다. 이는 아동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 하나의 도구적 수단으로 소비하는 결과를 낳아 인권 감수성이 높은 현대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결정장애'나 '벙어리장갑' 같은 단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를 부정적인 상태나 결핍의 비유로 사용하는 행위는 당사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힙니다.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은 단순한 단어 교체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브랜드의 사려 깊은 약속입니다.
B2B든 B2C든, 현대의 브랜드는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PC)'을 넘어선 '인권 감수성'을 갖추지 못하면 순식간에 신뢰를 잃는 리스크에 직면하게 됩니다.
최근 브랜드들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신조어'나 '밈'을 적극 활용합니다. 하지만 맥락 없이 유행어를 남발하는 행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습니다. 특정 세대만 이해하는 언어는 그 언어를 모르는 고객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며, 브랜드가 억지로 젊어 보이려 애쓴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대로 딱딱한 한자어나 업계 용어만을 고집하는 것 또한 거대한 소통의 장벽을 만듭니다.
진정한 콘텐츠 전문가는 특정 세대의 말투를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 속에 브랜드의 개성을 담아내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감수성은 타겟 고객을 정의할 때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과거의 마케팅이 '현모양처', '남편을 위한 내조', '4인 가족의 행복' 같은 정형화된 이미지에 의존했다면, 지금의 고객은 그 안에서 자신을 찾지 못합니다.
1인 가구, 비혼, 딩크족 등 삶의 형태가 분절된 시대에 과거의 ‘정상 가족’ 프레임을 고집하는 표현은 누군가에게는 소외감을, 누군가에게는 브랜드의 고루함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언어 공부는 단순히 맞춤법을 익히거나 화려한 수사학을 배우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의 입장에 서 보려는 노력이며, 우리 사회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저 역시 '똑순이'라는 단어를 통해 따끔한 교훈을 얻었듯 전문가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통해 끊임없이 언어의 지평을 넓혀가는 사람입니다.
화려한 디자인이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고객의 눈을 사로잡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머물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진심 어린 문장입니다. B2B와 B2C를 막론하고 모든 콘텐츠 제작자에게 시대적 흐름에 맞는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입니다.
당신의 콘텐츠 속에 혹시 유통기한이 지난 낡은 생각이 섞여 있지는 않나요? 이제 여러분의 단어장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시길 바랍니다. 세상을 향한 예민한 감수성과 따뜻한 시선만이 당신을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전문가로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