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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30. 2021

오주여... 할렐루야...

카불 테러사건을 보는 심경

    타인의 고통을 보며 나의 안락을 감사하는 마음이 어찌나 가증스러운지. 


    며칠 전 저녁식사 시간 뉴스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카불 테러 사건을 보는 나의 심경이 그러했다. 내가 저곳에 있지 않음을 감사하는 이기적인 마음. 어디 이번 카불 사태만 그러할까. 잔혹한 범죄와 끔찍한 사건 사고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고... 내 주변 가족과 친지들 중 누구도 저런 사건에 휘말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나의 이기심과 편협함에 치를 떤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을 생각하기보다 나와 나의 가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스만 보면 내가 사는 이 땅이 생지옥이나 다름없거늘, 뉴스를 보는 저녁 식탁의 풍경은 권태로울 정도로 일상적이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건강하고, 동생도 덤덤히 밥을 먹고 있고 거실 구석에 앉아 있는 작은 고양이와 나의 집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이 중 누구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억울한 사건에 휘말리거나, 사건 사고에 휩쓸린 적도 없다. 안도하는 동시에 불안해진다. 그리고 곧 부끄러워진다. 


     13살 즈음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속보로 찍어낸 얇은 신문지 엘리베이터 앞에 쌓여있었다. 검게 타는 먼지구름이 빌딩 사이로 뭉게뭉게 솟아오르고 자주 지나던 거리가 사건 장소라는 기사를 읽었다. 오늘이 만우절인지 잠시 의아해졌다. 기사를 대충 훑어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들어가서 TV를 켰다. 뉴스 속보로 사고 현장과 분주하게 소방대원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아까 그 속보가 현실이라고 자각했다. 문득 지하철 입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구름을 보다가 저 근처에 어머니의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히 전화했다. 그제야 사고는 '나의 일'이 되었다.


    다행히 어머니는 사고 당시 사무실에 계셨다. 다만 어머니의 동료는 그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고 화재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부상을 입으셨다고 한다. 화재의 열기가 너무 강해서 숨을 들이쉬면서 기도에 화상을 입었단다. 기도 벽에 붙은 먼지를 걸러주는 작은 털들이 모조리 타버렸다. 사고 이후 시간이 지났지만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에 먼지가 들어간다고 한다. 발작적인 기침 때문에 일도 그만두셨다고 했지만 국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아무런 보상금도 지원금도 받지 못하셨다. 그래도 목숨만은 건져서 다행이라고 안도한다고 하신다. 그만큼 그 당시 희생자가 많았고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았다. 

당시 피해자들이 유족에게 보낸 문자

    대구 시내 중심가에서 일어난 사건이니 만큼 많은 목격자들이 있었고 그 후에 피해자들이 유족에게 남긴 마지막 문자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새로 지은 지하철 역에는 당시 사건의 기록들과 유족들과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 같은 것들이 남아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같은 지역에서 살던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저 참사가 '나의 세계'에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맺은 관계가 나의 세계의 전부다. 그러니 나의 세계가 얼마나 편협하고 좁겠는가. 나는 이렇게나 속이 좁은 사람이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은 후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들이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나는 불행이 '나의 세계'를 덮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2021년 카불의 테러 사건과 탈레반 정권을 피해 필사의 탈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저 일이 '나의 세계'가 아니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이런 나의 속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인지를 자각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이 땅 위에 사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나의 세계'와 그 밖을 구분 지으려는 모든 행위가 무용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언제라도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이러스가 알려주었다. 


    카불의 공항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 테러범은 무슨 이유로 그렇게 자신의 생명을 내던졌을까. 거기서 사망하고 부상당한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가족들이 있었겠지. 얼마나 절박했을까. 탈레반 정권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은 앞으로 얼마나 억압을 받을 것인가. 늘 긴장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중동지역의 삶은 또 얼마나 피폐해질 것인가.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쯤 이 광기가 사라지고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나의 안락이 그들의 고통 위에 세워진 모래성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내가 세상의 사건 사고들에 초연한 척하는 것은 나의 죄책감과 무력함을 외면하기 위해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력감을 직면하기 싫어서 눈을 감고 마는 것이다. 

작은 나의 세계는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그런 내면의 모순 속에서 결국 찾는 것은 신이다. 이 또한 나의 무력함을 증명하지 못하는 허구의 대상으로 투사하는 것일까? 나는 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당신이 어떻게라도 해보라는 분노가 올라온다. '당신이 만든 세계가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데 왜 아직도 응답이 없나.' 


오 주여, 할렐루야. 이 세상을 구원하소서. 그리하여 저의 무력함과 죄책감을 덜어주소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니 CCM이나 찬송가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Jeff buckley가 부른 Hallelujah만큼은 경건한 마음으로 듣곤 한다. 생전에 늘 사랑에 대해서 노래하고 공연 후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정을 나눴을 만큼 사랑이 가득한 가수였다. Hallelujah의 가사는 다윗왕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부하인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탐하여 부하를 전장에 보내 죽게 하고 밧세바와 결혼했다. 그것이 현명했던 다윗왕의 치명적인 오점이 되었고 그 후 많은 시간을 회개와 참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참회 뿐인 사람을 위한 노래인 셈이다.

    

    유투브에 Mennel이라는 가수가 Hallelujah의 가사를 절반은 영어, 절반은 아랍어로 부르는 영상을 첨부한다. 물론 아래쪽의 Jeff Buckley의 오리지날 곡도 정말 좋으니 밤에 들어보길... 요즘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적 긴장을 보면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서 Hallelujah를 부르는 것에 기분이 묘해진다. 인류도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결국 신을 부르짖으며 참회하는 날이 오는게 아닐까. 


우리 사는 지구에 언제쯤 평화가 올지. 

신은 어디에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뭔지. 

아득해지는 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U1FXtq63v0


https://youtu.be/y 8 AWFf7 EAc4

Hallelujah-Jeff buckley

Now I've heard there was a secret chord 

That David played, and it pleased the Lord 

어딘가에 비밀스러운 화음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옛날 다윗이 연주해서 신을 기쁘시게 했다는.


But you don't really care for music, do you? 

하지만 당신은 음악에 그리 큰 관심은 없죠. 그렇지 않은가요?


It goes like this: The fourth, the fifth 

The minor fall, the major lift 

그건 이렇게 진행해요: 4도, 그리고 5도

그리고 단화음에서 떨어졌다가 장화음에서 다시 끌어올리고


The baffled king composing Hallelujah 

사랑에 무너진 왕은 끝내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만들어요.


Hallelujah, Hallelujah

신을 찬양하라. 신을 찬양하라.

Hallelujah, Hallelujah

신을 찬양하라. 신을 찬양하라.


Your faith was strong, but you needed proof

당신의 믿음은 강했지만 증명될 필요가 있었어요.


You saw her bathing on the roof

Her beauty and the moonlight overthrew you

당신은 그녀가 옥상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아름다움과 달빛은 당신을 온통 뒤집어놓았죠.


She tied you to a kitchen chair

She broke your throne and she cut your hair

그녀는 당신을 부엌 의자에 묶은 다음

당신의 왕좌를 파괴하고 당신의 머리카락을 잘라냈어요.


And from your lips she drew the Hallelujah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입술에서 신을 찾는 소리가 나오도록 만들었죠.


Hallelujah, Hallelujah

신을 찬양하라. 신을 찬양하라.

Hallelujah, Hallelujah

신을 찬양하라. 신을 찬양하라.


You say I took the Name in vain

I don't even know the Name

당신은 내가 그 이름을 망령되게 부른다고 말하지만

나는 사실 그 이름을 알지도 못하는걸요.


But if I did, well really, what's it to you?

하지만 만일 내가 알고 부른다 해도, 그게 정말로 당신과 관련 있는 일일까요.


There's a blaze of light in every word

It doesn't matter which you heard

The holy or the broken Hallelujah

모든 단어에는 광휘가 있어요.

당신이 이 단어를 거룩한 것으로 생각하든

타락한 것으로 생각하든 그 광휘는 변함이 없죠.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I did my best, it wasn't much

나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다지 소용은 없었지만.


I couldn't feel, so I tried to touch

I've told the truth, I didn't come to fool you

도무지 느낄 수가 없어서, 다만 만져라도 보려 했어요.

정말이에요. 내가 온 건 절대 당신을 모욕하기 위함이 아니었어요.


And even though it all went wrong

비록 모든 게 엉망이 되었지만


I'll stand before the Lord of Song

With nothing on my tongue but Hallelujah

그래도 나는 음악의 신 앞에 서겠어요.

다만 할렐루야라고 말하며.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baby I've been here before

I know this room, I've walked this floor

I used to live alone before I knew you

내 사랑, 나는 여기 전에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방을 알아요. 나는 이곳을 걸어 다녔죠.

당신을 알기 전까지 나는 거의 홀로였어요.


I've seen your flag on the marble arch

but love is not a victory march 

나는 당신의 깃발이 개선문에 걸린 것을 보았지만

사랑은 승리의 행진이 아니에요.


it's a cold and it's a broken Hallelujah

그건 차가운, 그리고 산산이 부서진 할렐루야일 뿐이죠.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There was a time you let me know

What's really going on below

but now you never show it to me, do you?

한때 당신은 당신의 마음을 내게 보여 주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전혀 보여주질 않죠. 내 말이 틀린가요?


And remember when I moved in you

the holy dove was moving too

And every breath we drew was Hallelujah

내가 당신에게로 들어갔을 때를 기억해요.

그땐 심지어 성령조차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 같았죠.

그 자리에서 우리가 내뱉는 숨은 모두 거룩했어요.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Hallelujah, Hallelujah

할렐루야, 할렐루야.


Maybe there's a God above

어쩌면 정말 저 위에는 신이 계실지도 몰라요.


but all I ever learned from love

Was how to shoot at someone who outdrew you

하지만 내가 사랑에서 배운 거라곤

나보다 먼저 유리한 곳을 점한 경쟁자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 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It's no complaint you hear tonight

It's not some pilgrim who's seen the light

it's a cold and it's a lonely(/broken ) Hallelujah

당신이 오늘 밤 듣는 이것은 고발이 아니에요.

그리고 나는 물론, 어떤 빛을 본 순례자 같은 것도 아니죠.

이건 그저 차갑고 외로운, 그리고 부서진 할렐루야 같은 거예요.


... that David played and it pleased the Lord...

... 다윗이 연주해서 신을 기쁘시게 했다는...


가사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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