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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26. 2021

결혼은 친구를 찾기 위한 것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춤추고 사랑하는...

    요즘 인스타그램과 카카오뷰에 사랑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 사랑에 대한 나의 통찰(insight)을 정리해서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바로 음(mm)에서 같은 주제로 소통방을 열기도 한다. 관계와 사랑. 나에게 늘 깊은 고민을 안겨주는 주제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혼스럽게 하는 주제이다. 그러니 매번 소통방을 열 때마다 각자의 사연을 듣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서 즐겁게 방을 열고 있다.


사랑, 연애, 결혼

    사랑해서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각 단계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전에 쓴 <연애의 멱살을 잡고 싶다>는 글에서도 사랑은 내 마음을 다 내어주는 것이지만 연애는 서로의 마음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라는 말을 했다. 거기에 결혼을 덧붙이면 더 복잡해진다. 결혼 생활에서 무작정 내 마음을 내어주거나 항상 관계의 균형을 이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혼에서는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둘 다 만족하는 방법을 찾을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조별과제의 팀원을 구한다는 자세가 더 실용적인 태도인 것 같다. 나는 자료조사를 할 테니 너는 발표를 하라고 협상하는 것처럼, 나는 육아를 할테니 너는 직장에서 일을 하라는 식으로 분담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협상 테이블에서 양자간의 의견충돌을 '부부싸움'이라고 부른다. 어차피 한 팀끼리 싸우는 것이니 감정싸움이 심해질수록 팀의 능률만 떨어진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옛말이 딱 맞다. 다만 물은 상처 입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은 상처를 입기 때문에 말에 칼을 품고 서로에게 상처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해 뿌리깊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결혼과 가정이라는 의무감이 정말 무거운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도 그렇게 고된 결혼생활에 짓눌려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쉽게 눈에 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 서로를 지탱해주는 부부를 보면 '나도 저런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동네 마트에 가는 길에 그런 모습을 보았다. 노부부, 대충 봐도 팔순은 훌쩍 넘은 듯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셨다. 두분 다 하얀 백발에 허리가 잔뜩 굽어 기우뚱 기우뚱 힘없는 몸을 꼭 잡은 손으로 지탱하며 걸어가셨다. 마른 몸, 주름진 피부, 흰 머리를 가진 노부부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라기 보다 인간과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랑의 마지막은 우정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인간적인 우정 위에 세워진다. 단단한 우정 위에 약간의 감정적 짜릿함과 성적 매력을 더하면 흔히 말하는 사랑이 된다. 그러나 시간은 성적 매력을 제일 빨리 시들게 만든다. 그 다음은 감정적인 짜릿함일 테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우정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의 궁극적인 목적은 늙어서도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젊을 때야 정력적으로 사회생활도 하고 사교모임에도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게 쉽지 않다. 이제 슬슬 몸걱정을 해야하니 술모임도 자제하게 되고, 친구와 만나도 예전처럼 밤새 떠들고 놀기에 체력이 부족한 것이다. 또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가 말하듯 아이를 양육하는 목적은 독립시키기 위함이다. 그렇게 자녀가 둥지를 떠나고 나면 남는 것은 배우자 뿐이다. 젊은 날을 다 보내고 이제는 황혼으로 접어드는 배우자. 대부분 꿈꾸는 은퇴 후 생활이라 함은 배우자와 손을 잡고 다정하게 여행을 다니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겠지.

 

사랑단상 #8 사랑의 기초는 우정이다.

칼릴지브란의 『예언자』에는 결혼에 대한 이런 글이 있다.

부부는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함께 지내온 나날을 죽음의 하얀 날개가 흩어 놓을지라도.
그렇습니다,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조차 그대들은 언제나 함께입니다.
그러나 그런 둘 사이에도 공간을 두십시오.
그리하여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춤추게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그 사랑이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두 영혼의 기슭에 출렁이는 바다를 두십시오.
서로의 잔에 포도주를 채우되, 어느 한쪽 잔을 먼저 비우지 않도록 하십시오.
서로 빵을 나누되, 어느 한쪽 빵만 먹어서는 안 됩니다.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추며, 더불어 즐거워 하십시오.
하지만 서로 홀로 있게 놔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로 자유롭게 해주되 늘 곁을 지켜주는 것. 그 미묘한 우정이 결혼이 아닌가 싶다.

서로 꼭 빈틈없이 끌어 안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결혼은 둘 사이에 공간을 두고 함께 춤을 추는 것이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라면, 결혼은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


    이런 결혼생활에 잘 어울리는 것은 이 곡일 테지. Rachael yamagata와 Ray Lamontagne이 함께 부르는 두 사람의 노래, Duet. 섬세한 숨소리까지 담긴 잔잔한 노래가 심금을 울리는 것 같다. 다만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노래는 참 좋았지만 가사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꼈다. 이 둘은 어떤 사이일까. 헤어지는 중일까, 헤어진 것일까.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왜 '우리는 곧 돌아와서 역사를 만들 거'라고 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어쩌면 둘은 사랑으로 넘을 수 없는 한계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봤다. 죽음이 둘을 갈라 놓아서 먼저 떠난 아내가 남은 남편에게 그래도 꿋꿋하게 살면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허락된 날을 다 살고 남편의 숨이 다할 때, 아내의 영혼이 그를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하는 것 같다. 그때 만나서 우리가 못했던 것들을 하자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상은 작가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비커밍 제인>의 클립이고 가사와 영상까지 잘 어우러져서 가져왔다. 제인 오스틴은 20살에 만나 사랑했던 톰 리프로이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제인 오스틴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톰 리프로이는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낳은 첫 딸의 이름을 '제인'이라고 지었다. 사랑으로는 신분을 넘지 못했으나 늘 서로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고 짐작한다. 죽음 후에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을 때라도 사랑할 수 있었기를...그들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춤의 배경곡으로 Duet을 바치고 싶다.


https://youtu.be/xZzj1K8e49g

Duet -Rachael yamagata

Oh lover, hold on
till I come back again
for these arms are growing tired
And my tales are wearing thin

오 나의 사랑 그대로 있어줘요
내가 다시 돌아올때까지
나의 팔이 무기력해지고
나의 이야기가 없어질때까지


If you’re patient I will surprise,
When you wake up I’ll have come

만약 당신이 참아낸다면 나는 놀랄거예요
당신이 일어났을때 내가 있을꺼예요

All the anger will settle down
And we’ll go do all the things
we should have done

모든 화는 가라앉고
모든일을 할거예요
우리는 우리가 했어야 했던..

Yes I rememder what we said
As we lay down to bed
I’ll be here if you will only come back home

그래요 난 우리가 했던 말을 기억해요
우리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이 집에 돌아올때 난 여기 있을거예요


Oh lover, I’m lost
Because the road,
I’ve chosen beckons me away

오 나의 사랑, 나는 잃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선택해온 길이
저 멀리서 손짓하고 있거든요

Oh lover, don’t you roam
Now I’m fighting words I never thought I’d say

오 나의 사랑, 방황하면 안돼요
이제 나는 내가 할려고 생각지도 못했던 말과 싸워요

But I remember what we said
As we lay down to bed
I’ll forgive you oh
If you just come back home

그러나 난 우리가 했던말을 기억해요
우리가 침대에 누워서
난 당신을 용서할거요,
만약 당신이 집에 돌아오기만 한다면


Oh lover, I’m old
You’ll be out there and be thinking just of me

오 나의 사랑, 나는 늙었어요
당신은 거기서 기다려요 그리고 날 생각해요

And I will find you down the road
And will return back home to where we’re meant be

그리고 난 당신을 그 길에서 찾아내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어야할 집으로 돌아오게 될거예요

Cause I remember what we said As we lay down to bed
We’ll be back soon as we make history

왜냐면 난 우리가 침대에 누워했던 말을 기억하거든요
우리는 곧 돌아와서 우리의 역사를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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