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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19. 2021

점점 좁아지는 삶의 골목길

목소리: 이이언 기타: 이능룡, Nightoff의 <잠>

    우울한 노래가 주는 위로가 있다.     

    

    우울한 노래가 주는 서툰 위로를 받아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런 노래도 좋아할 것 같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못' 이이언과 '언니네 이발관'의 이능룡이 모여 만든 'Nightoff'의 노래 <잠>을 소개하고 싶다. 

 

출처 : 나무 위키


    이이언 Nightoff,Mot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나와 같은 감정의 주파수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늘 나와 같은 감정 주파수를 가진 사람을 찾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듣는 음악을 우울하고 졸리는 음악이라고 혹평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영혼만은 영 딴판이다. 사람의 삶에는 단순히 물질 이상의, 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러니 부모님도 자녀를 다 이해할 수는 없고 자녀도 부모님을 늘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 18살쯤 처음 Mot의 <날개>라는 노래를 들었던 것 같다.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탐독하듯 Mot의 1집 "비선형(Non-Linear)", 2집 "이상한 계절"의 전곡을 들었다. 이 곡의 장르나 곡의 구성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가사를 한편씩 분석하듯 뜯어보면서 들었다. 그렇게 친다면 나는 '음악을 읽는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Mot의 이이언이란 사람이 쓴 글, 가사가 주는 특유의 울림이 있었다. 


    <잠>의 가사를 한 편의 시처럼 생각해 여러 번 곱씹어 보곤 한다. Nightoff의 잠에서 등장하는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점점 좁아지던 골목의 막힌 끝에 서서 외투 위의 먼지를 털다 웃었어.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1절의 가사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진다. 가사만으로도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것 같아서 순식간에 노래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다. 


    자기의 손으로 지어 올린 관계, 꿈, 일을 제 손으로 무너뜨린 사람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까? 

혹은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전전긍긍하다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만을 탓하는 사람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까? 

혹은 결국은 끝이 보이는 관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애써 진실을 외면했던 사람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까?


    골목길이 점점 좁아지듯 나의 삶이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는 미련. 사실 우리 모두의 인생에 한 번쯤은 저지르는 실수인 것 같다.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을 스스로 포기한 사람, 을의 연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 곧 끝이 날 사랑을 버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사람, 행복하지 않은 일상에서 천천히 소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죽이고 있는 사람을 위한 노래이다. 그리고 이건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 


    그래도 약간의 희망을 더하자면 늘 끝까지 버텼을 때, 떠날 용기가 생겼다. 내 능력이 여기 까지라는 것을 절절히 체감했을 때야 바닥을 딛고 더 나아질 수 있었다. 남은 마지막 한 방울의 사랑마저 태워버린 후에야 의미 없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살다 간 죽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을 때 다르게 살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인생은 참으로 신기하여 끝이라고 생각했던 골목길에서 새로운 길이 이어지곤 한다. 그 골목 어귀를 돌아가면 찾던 것이 나타날 때가 있다. 어쩌면 주저앉은 자리에 핀 한 송이 꽃을 보기 위해 그렇게 헤맨 건지도 모르겠다. 어쭙잖은 희망이 아니고, 우리의 인생이 그렇다. 그러니 우울한 감정은 노래로 위안받고 내일은 또 내일의 전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이 노래의 가사가 위로해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8gL_r__U


<잠> - Nightoff (작사: 이이언)

점점 좁아지던 골목의 막힌 끝에 서서 

외투 위의 먼지를 털다 웃었어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구나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속에서 조금 쉬고 올 거야 


많은 게 달라지고 변하고 시들어 가고 

애써 감춰온 나의 지친 마음도 

더는 필요 없을 자존심을 내려놓으니 

이젠 나 자신을 가엾어해도 되겠지 

탓할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봐도 

오직 나만의 어리석음 뿐이었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속에서 못다 한 악수와 건배를 나누며 

이제 와 뭘 어쩌겠냐고 웃으며

웃으며 모두 보고 싶다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잠깐 잠들면 안 될까 

날도 저무는데 아무도 없는데 

나 조금 누우면 안 될까 이대로 잠들면 안 될까 

따뜻한 꿈속에서 조금 쉬고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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