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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06. 2023

1인분의 연어솥밥과 오차즈케

더운 날 간단하게 먹는 1인용 솥밥

 작은 1~2인용 솥 하나가 요긴합니다. 계량컵으로 마른 쌀 1/2컵이면 딱 아버지의 1인분. 흰쌀로 밥을 지어 드리면 살짝 눌은 밥에 보리차물로 숭늉을 만들어 한 끼에 배불리 먹을 정도. 반찬이 많은 날은 누룽지를 남겼다가 다음날 아침에 뜨거운 물을 부어 후루룩 먹을 정도. 전기밥솥이 있는데도 매일 밥을 지으려니 좀 귀찮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솥밥 레시피를 하나씩 정복해 보는 것을 즐기는 중입니다.


 예전에 인스턴트 오차즈케를 먹어보았는데 제법 맛있었어요. 입맛 없거나 국이 없는 날 밥에 인스턴트 오차즈케 가루와 물만 부어 간단하게 먹으면 술술 잘 들어갑니다. 보리차에 밥을 말아 김치나 장아찌랑 먹는 것처럼요. 오차즈케 레시피를 검색해 보니 육수부터 고명까지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대요. 아무리 생각해도 간편하게 호로록 말아먹고 말 것을 굳이 번잡하게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연어 솥밥을 하고 녹찻물을 부어 오차즈케로 만들어 먹을 생각입니다. 영양 돌솥밥에 보리차를 부어 구수한 숭늉을 만드는 것처럼. 다시마와 잔멸치, 연어를 넣고 솥밥을 지을 생각이니 녹차물만 부어주면 국물에 생선의 감칠맛이 잘 녹아 나올 겁니다. 고슬고슬한 솥밥으로 한 그릇, 녹차를 부어 오차즈케로 한 그릇 먹으면 한 요리로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지 않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좀 천재인 것 같아요.

연어솥밥과 오차즈케(1인분)

재료 : 쌀 1/2컵(125ml), 연어 120~130g, 잔멸치 2T, 쪽파 5~6줄기, 사각다시마 1장, 버터 1T, 오일 1T

양념 : 간장 1.5T, 미림 2T, 청주 1T, 후리카케 1T, 김가루, 가쓰오부시

찻물 : 녹차잎은 70℃의 물에 5분 우린다


1. 팬에 버터와 오일을 두르고 연어를 앞 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2. 씻어서 불려둔 쌀을 솥에 넣고 물 1/2컵, 간장, 미림, 청주, 잔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밥을 짓는다.(중약불 10~13분)

3. 밥 위에 잘게 썬 쪽파 한 줌과 연어를 올리고 5분간 뜸 들인다.

4. 연어 솥밥 위에 후리카케, 김가루, 가쓰오부시를 올리고 상에 낸다.

5. 연어살을 으깨며 밥과 섞어 그릇에 담고 녹찻물을 부으면 연어솥밥 오차즈케 완성!

 고등어나 삼치, 꽁치 같은 생선도 가능한 레시피입니다. 구운 명란도 가능하고요. 일반적으로 오차즈케에는 녹차나 보리차에 다시 국물을 섞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어솥밥을 하게 되면 연어의 맛이나 기름기가 충분하기 때문에 녹찻물만 부어도 생선의 감칠맛이 국물에 녹아요. 너무 뜨거운 물에 녹차를 우리면 떫은맛이 많이 우러나기 때문에 70℃의 물에 딱 5분 정도만 우려내세요. 보리차나 호우지차도 되고 다시마나 미역 우린 물을 찻물 대신 부어도 됩니다. 돌솥밥에 밥을 푸고 보리차를 부어 숭늉을 만드는 것처럼 연어솥밥을 덜어내고 시원한 찻물을 부어 먹으면 좋습니다.


 뜨거운 찻물에 식은 밥을 마는 것을 유즈케메시(湯漬け飯, ゆづけめし), 차가운 찻물에 뜨거운 밥을 마는 것을 스이한(水飯, すいはん)이라고 부릅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식은 밥에 차가운 찻물을 부어 만드는 히야시차즈케(冷やし茶漬け)도 좋습니다. 곧 히야시차즈케가 생각나는 계절이 오겠네요.


 몇년 전 여름에 오차즈케와 연어 조림을 함께 먹었습니다. 잘 어울리더군요. 아버지도 좋아하셨고요. 아침식사로 차려드렸더니 한 그릇 뚝딱 드시고 오후에 골프를 치러 가셨답니다. 그날 밤에 술과 흥에 잔뜩 취한 아버지께서 덥석 용돈을 쥐어주셨어요. 딸내미가 차려준 아침밥 덕에 골프내기에서 이겼다고 하시네요. 그날 용돈 주신건 기억을 못 하시니 이건 독자님들과 저만의 비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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